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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한반도 전통의술, 남북이 달라졌다

관리자

2003.03.18 00:00:00 화

◎ No, 23
◎ 이름:사무국
◎ 작성일:2001.4.8(일) 23:55
◎ 조회:371 회
남북의술[1].hwp (31KB, DN:178)

한반도 전통의술, 남북이 달라졌다

1962년 한반도 남단에서는
보건의료분야에서 일대 반역사적인 '쿠데가'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수천년 이어오던 전통의술의 맥을
일거에 끊어버릴려는 '민족사적 반역'이었습니다.

남북한의 전통의술에 대한 정책을 비교하면
그 실상의 일단을 짚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의술 살리기운동의 귀한 자료가 되길 바라며, 파일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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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의술 탐구]
한반도 전통의술의 남과 북
손중양(뜸사랑 사무국장)

인간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 식량을 얻는 일과 병을 치료하는 일일 것이다.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남쪽과 북쪽에서 식량부분에서만이 아니라 의료부문에서도 완전히 다른 발전양상을 보여왔다.
북한은 식량의 배급과 함께 사회주의식 의료보장제도를 실시한다. 북한은 무상치료제를 기초로 질병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의료보건정책의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보건의료시설을 국가가 관리하며, 주민에 대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며, 의사담당구역제 실시와 민족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의 결합을 중요한 정책방향으로 삼는다.
이렇듯 북한은 의료정책의 주요 목표에서부터 전통의학을 고려의학이라고 하여 ‘주체의학’으로 존중하고 장려한다. 그 존중하는 정도는 국가과학원 산하에 민생에 직접관련이 있는 학문분야로 4대 연구기관을 두고 있는데, 농업과학연구원․수산과학연구원․의학과학연구원과 별도로 고려의학과학원을 두고 있는 것을 보아서도 잘 알 수 있다. 서양의학을 연구하는 의학과학연구원과 분리하여 고려의학과학원을 설치해놓았는데 ‘연구원’이라 부르지 않고 ‘과학원’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도 민족전통의술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一灸二針三藥’ 또는 ‘一針二灸三藥’이라는 말이 있다. 수 천년 혹은 수 만년 동안 검증된 우리 민족의 전통의술을 요약한 말이다. 병이 나면 침․뜸을 하는 의원이 우선 시술을 하고, 약이 필요한 경우에만 약 처방을 내 주어 왔다. 북한은 이러한 전통에 따라 침과 뜸을 중심으로 민족의약을 발전시켜왔다.
북한은 이러한 국가정책에 의하여 전통 민간의술을 과학적으로 또는 임상의학적으로 연구, 상당수준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1967년까지 무려 4만5천여 건의 민간요법이 수집 정리되었으며,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완전 체계화되어 각종 전통의술에 대한 책자들이 많이 출판 보급되었다.
이러한 데는 전통의술에 대한 확신 위에 의료장비의 마련과 제약에 많은 재원이 들어가야 하는 서양의학에 비해 거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민족의술의 경제적 장점까지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의약품부족 현상이 만성화하여 각종 민간요법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전통의술의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질병치료에서 전통의술을 사용하는 비중도 대단히 높아 80%이상을 차지할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우선 병이 나면 바로 양의병원부터 찾는 남한과는 완전히 반대의 양상을 띄는 셈이다.
남한은 서양의술에 일방적으로 치우친 의료시스템을 만들어 왔다. 남과 북의 주도적 의술이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결정적인 시기는 60년대 초라고 할 수 있다. 그때까지는 남한에서는 침과 뜸을 가르치는 관인학원이 11개가 있어 5,000여명의 침구인이 배출됐고, 한약전문 관인학원은 하나가 있었다. 나름대로의 전통의술의 필요성에 따라 침․뜸과 약을 다루는 보건의료인이 적당한 수준으로 배출되어 가는 듯이 보였다. 당시까지 한약전문학원을 나온 사람들이 크게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라 50년 전쟁통에 한의사 자격제도를 만들어 한의사 면허를 발급해왔고, 침구전문학원을 나온 침구인들도 곧 자격시험을 봐서 면허를 발급 받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박정희 군사정권이 등장하던 1962년 일군의 양의사들에 의해 계엄법으로 침구사 양성제도가 폐지되어 버렸다. 이것은 남과 북의 주도적 의술이 완전히 달라지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되었다.
침구사 양성제도을 없애는 바람에 당시 11개나 되던 관인(官認) 침구학원이 문을 닫았고, 거기서 배출된 5,000여 명의 침구인들은 무면허 침구사가 되어버렸다. 남쪽에서는 전통의술의 중심인 침과 뜸의 맥을 합법적으로 이어가기 어렵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은 곧바로 의료인 숫자에 있어서 서양의사가 주도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버렸다. 의료인들에 의해 정책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남한의 보건의료 실정에서 이는 전통의술에 대해 치명타를 가한 것이다.
그 후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제시대의 침구사 면허만 인정되고 있을 뿐이다. 이들도 이제 대부분 세상을 떠나고, 100여 명도 안 되는 고령자만 살아 있으며 실제 시술을 하고 있는 침구사는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남한에서는 침구(鍼灸)가 한방의 범주에 속한다고 하여 한의사가 침구까지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 알고 있는 현실이다. 60년대 전반기까지 한의사를 배출해 온 하나 뿐이던 한약전문학원이 동양의약대로 되었다가 재정위기에 몰려 사라질 위기에 있었다. 이때 경희대가 의대를 설립하려고 했으나 허가가 나지 않자 동양의약대를 65년 흡수하여 의대를 설립하고, 경희의대 내에 한의학과를 하나 만들어 전통의약의 명맥이나마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의대의 뿌리는 전통의술의 중심 맥인 침뜸교육기관이 아니라 한약을 중심으로 한 교육기관이었다.
60년대 초까지는 적어도 십수년간 한의사 국가고시에 아예 침구과목이 들어 있지도 않았다. 그 후 경희대를 포함하여 10여개의 한의대가 생겼으나 한약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침뜸은 뒷전으로 되어, 침과 뜸의 맥을 제대로 이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한약만을 주로 공부한 한의사들이 교수가 되었으니, 우리나라 대부분 한의대에서는 제대로 맥을 잇는 침구교수가 없게 된 것이다.
침과 뜸을 중심으로 민족 전통의약을 발전시켜 온 북한의 고려의학(또는 고려의사)을 약만을 주로 하여 그나마 연명해온 남한의 한의학(또는 한의사)을 동일한 것으로 보는 것은 피상적인 이해다. 외형만 닮은 듯이 보일 뿐 고려의사와 한의사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남한의 경우 재야 침구인들에게서 얻어 배운 일부 한의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한의사는 북한의 ‘고려약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연원을 따져보면 남한의 한의학과 한의사는 전통의술 중에서 서양의료인의 세력권에서 보면 별로 주목받을 만큼 위협적이지 않았던 한약부문에서 살아남은 경우로 볼 수 있다. 그나마 아직도 국립대학에 한의학과조차도 없는 실정이고 보면 북한에서의 전통의술에 대한 대우와 너무도 현격한 차이를 보여준다.
전통의술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백성들에 의해 검증되어 민간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게 된 의술이다. 이러한 전통의술은 다른 민간전통과 마찬가지로 제도나 사상이 달라진다고 해도 쉽게 그 맥이 끊어지지 않는 잡초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남한에서는 전통의술에 대한 국가적인 배려가 전혀 없었던 상황에서 한의사들을 중심으로 민족약학의 명맥이 이어져오고 있다. 침과 뜸의 경우도 제도권의료에서는 그 맥을 제대로 잇지 못했지만, 재야 침구인들이 30만～50만에 이를 정도로 광범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와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에서 발달해 온 침과 뜸이 이제 전 세계 보건의료계에서 받아들여 서양의술의 한계에 도전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삼는 판이 되었다. 정작 한반도 남쪽 땅에서만 우리 것을 배척해 왜곡된 발전을 해오고 있는 셈이다.
남과 북에서 각각 우수한 의술을 합하여 민족의 자산인 전통의술을 발전시켜나간다면 반세기가 넘는 분단의 세월을 순식간에 뛰어 넘을 수도 있다. 장기간에 걸친 북한의 식량대란을 남한에서 도와 극복의 길을 텄다면, 남한에서 만성화된 의료대란을 북한의 전통의술을 광범하게 받아들이며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1) 남한에서는 침과 뜸을 중심으로 전통의술에 대한 국민교양을 높여 이를 대중생활의술로 발전시켜야 한다. (2) 나아가 재야의료인들의 의술을 검증하여 민간의술의 맥을 제대로 이어나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3) 특히 의사나 한의사는 물론 모든 보건의료인들이 전통의술을 배우고 익혀 우리 의술로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4) 나아가 남한에서 지원자들이 북한을 방문하거나, 북한의 고려의사를 남한에 초청하는 등으로 북한의 전통의술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해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