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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족삼리덕에 마라톤풀코스 완주를...

강병선

2003.03.19 00:00:00 수

족삼리덕에 마라톤풀코스 완주를...

뜸사랑 고급4기 강병선

지난 10월 20일 춘천마라톤에서 드디어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였습니다.

아 얼마나 고통스런 축제였는지 모릅니다. 사실 제가 뜸사랑을 접하게된 계기가 두 가지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제 몸의 건강회복이었습니다. 저는 도올 김용옥선생님과 10여 년 전부터 동숭동에서 도올서원이란 전통서당식 교육운동을 함께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건강을 주제로 종합건강진단에 대해 토론을 하였는데 우리는 "종합검진을 절대 하지 말자!!!"는 결론을 맺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오묘한 소우주 인체의 원리를 과학적이란 현대적 의료장비로 체크한다는 것이 도대체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이고 둘째, 건강검진 후 이상으로 판명되는 기준이 각 개인의 체질을 무시한 인간들이 설정한 졸속한 평균치의 이상, 이하가 병으로 단정된다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며 셋째, 설사 건강검진 후 심각한 병으로 진단될 경우 자연의학과 대체의학을 권하는 양심적인 전문가가 없는 한국의 현대 의학적 시스템(종교적 도그마로까지 볼 수 있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후 그 토론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고 건강검진이란 몸의 자연적 현상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가늠해 보는 것 일진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건강한 때를 찾아보기로 하니 역시 군대시절 10킬로 구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지요.

그러나 그후에도 저의 마당발을 자위한 방탕한 생활은 계속 이어졌고 결국 체중이 불어 제 한쪽 다리발목(구허)이 심하게 다치는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정형외과에서 3개월 깁스를 하니 결국 아무 일도 할 수 없었고 일찍 귀가하는 나에게 가족의 소중함이 다시금 느껴졌습니다. 그 동안 인생의 참된 목표 없이 앞으로만 달려온 인생을 다시금 반추해보는 기회를 갖게 된 것입니다.

깁스 후 너무 갑갑해 2개월만에 깁스를 풀고 영 개운치 않아 왠지 침치료를 받으면 될 것 같아 한의원을 찾았으나 건성건성 놓는 게 영 개운치가 않았습니다. 침을 직접 놓고 싶어 교육하는 곳을 찾았고, 결국 한 다리를 절며 찾은 곳이 한겨레 문화센터였습니다. 그곳에서 김경아, 황정인씨를 만나게 된 것이 뜸사랑과의 인연이죠, 물론 강지훈, 김지영, 송경자 선생님도 그때 동기입니다.

그해 겨울 앞서 생각했던 구보10킬로가 나의 건강회복이라 믿고 2000년 1월 1일 새벽 결심하고 뛰어보니 1 킬로를 못 뛰고 숨이 차서 죽을 듯이 괴로왔습니다. 포기를 몇 번하고 다시 도전하여 매일 매일 500미터씩 늘려 뛰기를 2년째, 드디어 마라톤 하프코스를 세 번이나 완주하였습니다.

그러나 금년도부터 춘천마라톤이 인원제한으로 하프코스가 없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풀코스를 신청했지만 여간 걱정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라톤을 경험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고통스럽게 뛸 바에는 아예 도전하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정말 무리한 도전으로 천근만근의 다리를 질질 끌고 그 먼 거리를(오기 때문에 포기도 못하고) 쩔뚝거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저 역시 일정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 고민을 듣던 구당 선생님께서 족삼리에 다장구를 권해주시더군요. 다음날부터 구당선생님 권유대로(일본군인이 만주 진군시 족삼리에 뜸 한 장으로 삼리를 걸었던 것이 족삼리의 어원이라는)족삼리에 뜸을 꾸준히 떠 준 덕택으로 드디어 결전의 날, 별 고통 없이 가볍게 완주를 하였습니다.

그것도 예정보다 빠른 4시간 13분으로, 더구나 골인 지점에 고급20차 류호현(아이디 솔향기)선생님의 예상하지 못한 만남은 너무 반갑더라구요,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제 등판의 "침뜸을 살려 의료개혁을!"이란 구호를 달고 뛰었는데 이제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끝내 눈물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내년 동아마라톤에 뜸사랑 회원들의 동참을 바랍니다. 족삼리에 뜸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