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의술 불균형, 침뜸으로 균형 잡자! (1)
▣ 평양 민족의상전 수행주치의 '침뜸'이었다 (2) ☜ 현재글
▣ 평생건강을 지키는 무극보양뜸 -(3)
▣ 일침이뜸삼약의 의약분업과 의료보험 제도 (4)
▣ 탁월한 가정요법, 직접구가 진짜 뜸 (5)
▣ 두 국회의원의 중풍 (6)
▣ 보이지 않는 통로, 경락과 경혈 (7)
▣ 침뜸의 진통효과와 원인치료 (8)
▣ 탁월한 예방의학 침뜸의 ‘참 맛’(9)
▣ 침에 대한 상식과 안전성(10)
침과 뜸은 다른 의술에 비해 구급의술로도 대단히 유용하다. 응급치료를 요하는 상황에서 약이 효과를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적절한 진찰을 해야하고, 거기에 맞는 약이 다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도 침뜸의 효과를 따라오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주사기를 1회용으로 하여 쓴다해도 병원이 아닌 응급상황에서 병에 따라 약이 다 준비되어 있기는 대단히 어렵다. 침은 침이 좀 들어 있는 침통하나면 어느 응급질환에든 쓸 수가 있다. 준비되어 있는 침이 모자라면 바로 끓는 물이나 불에 소독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주사기와 달리 구멍이 없어서 소독이 쉽다. 예전에는 상투에다 찔렀다 뺐다 하여 쓰던가, 입에 물거나 콧김을 쐬어 썼다. 어째든 침만큼 휴대가 간편한 의료기구는 없다. 그래서 우리 침 하는 사람은 구급용으로 늘 침을 지니고 다닌다. 뜸 또한 뜸쑥 한줌과 불만 있으면 어디든지 쓸 수가 있다.
응급상황의 왕자, 침뜸
필자가 지난해 6월 평양 민족의상전 주최팀과 함께 북한에 갔을 때 침과 뜸이 구급용으로도 얼마나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는 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평양공항에 도착, 비행기에서 막 내리는데 일행 한 사람을 여럿이서 부축해 나오고 있었다. 심하게 토하고 얼굴이 하얗게 되어 있었다. 깜짝 놀라서 보니까 완전히 사색이었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에도 토하고 힘을 못쓰는 것이었다. 그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침을 꺼내 양쪽 합곡에다가 유침을 해 놨다.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가는 중에 벌써 가라앉아 멀쩡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민족의상전에 나갈 여성모델이었다. 멀미를 했던 모양이었다. 멀미하는 사람은 비행기, 기차, 택시, 배 가리지 않고 한다. 양약을 미리 먹고 타도 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멀미의 예방과 치료에는 백회에 뜸을 하는 것이 제일이다.
평양공항에서 뜸쑥을 갑자기 꺼낼 수가 없어서 침을 했는데, 버스에서도 멀미를 않았고 얼굴에 붉게 혈색이 돌아오며 정상이 됐다. 덕분에 나는 용한 사람으로 알려져 북한에 있는 동안 내내 민족의상전 진행팀의 수행주치의가 됐다. 하지만 내가 용한 사람이 아니라 침이 용한 것이다.
나는 남쪽의 침을 살리기 위해 북쪽의 침뜸현황을 보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러 갔다. 거기다가 수행주치의라는 역할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민족의상전 행사진행 중책을 맡은 여성이 열이 39 이상 오르고 기침에 콧물, 두통으로 못 견뎌 했다. 감기에 몸살이었다. 풍문과 폐유에다 뜸을 떠주고, 침으로 대추·외관·현종에 영법으로 해서 사자로 침을 놨다. 몸살로 못 견디게 아픈 것을 없애주고, 감기치료에도 관계가 되고 해서 그 자리에 유침을 해놨더니 몸살이 가라앉으면서 열도 내렸다. 또 기침을 없애기 위해서 천돌과 염천에도 자침을 해 놨더니 그 자리에서 괜찮아졌다.
나 자신이 놀랄 정도로 침이 빠른 효과를 냈다. 침 몇 개로 없으면 안 될 중요한 사람이 일을 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또 꼭 치료해야할 환자가 있었다. 민족의상전 모델의 총책임을 맡고 있던 여성이 디스크로 한쪽 다리를 거의 쓰지 못했다. 그래서 행사에 못나가게 생겼다. 내가 침구사라는 것을 알고 치료를 청해왔다. 숙소에서 신유·양관과 양관 상하에 침과 동시에 뜸을 했다. 그리고 둔압에 환도침으로 심자를 했다. 그랬더니 걷지도 못하던 사람이 모델로서 완전히 정상적인 역할을 했다. 다리를 전혀 쓸 수가 없었는데 침 한번에 다 나았다고 할 정도였고, 행사를 문제없이 해냈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또 의상전에 출연할 모델의 미용을 맡은 이가자 씨가 오른 팔이 말을 안 들어 큰 일이라고 했다. 팔을 꼭 써야 하는 중책을 맡은 사람인데 팔이 올라가지도 않고, 돌아가지도 않으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른바 견비통이었다. 무극보양뜸 자리(중완, 삼리, 곡지, 폐유, 고황, 백회, 여자: 중극·수도 / 남자: 기해·관원)에다 뜸을 하고, 대추와 아픈 팔 쪽의 견정, 천종, 비노에다 침을 놓은 뒤, 견우에다가는 20센치 장침으로 아래로 비스듬하게 자침했다. 그 역시 단번에 치료가 됐다. 그는 민족의상전을 무사히 치렀고 지금도 팔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침뜸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행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사람의 건강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 갑자기 생기는 이상 증상에 대처해야할 때 침의 위력이 얼마나 큰 지를 거기서 더욱 뚜렷이 느꼈다. 평양에서 나는 침을 아주 잘 써먹었다.
한번은 북한방문 중에 언론사 취재진 등과 묘향산에 가게 됐는데 거기서도 또 한차례 응급환자가 발생했다. 점심을 야외에서 먹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열이 나면서도 춥고, 토하고 배가 아파 죽겠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할 수 없이 돌 위에 걸터앉도록 했다.
우선 배가 아픈 걸 가라앉게 하고 소화가 되게 하기 위하여 합곡에 유침을 하고, 설사를 하기 때문에 양구에다 침치료를 했다. 그랬더니 배속이 훈훈해진다고 했다. 토하고 나면 반드시 추워진다. 그래서 위를 편하게 해줘야 한기가 가라앉는다. 야외였기 때문에 앉혀놓고 옷을 올리고 위를 편하게 하는 치료를 했다. 격유에 유침하고, 지양에 뜸을 조금 떠주었다. 그때는 뜸쑥을 가지고 다녔다. 중완과 거궐에도 뜸을 떠줬다. 그랬더니 편하게 가라앉았고, 바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119 구조대, 스튜어디스, 등산가… 침뜸 누구나 배워야
한줌의 침과 뜸쑥만 가지고 다니면 어디든지 쓸 수 있으니 이런 의학이 어디 있는가. 그래서 침구사는 이동병원이면서 침뜸은 종합치료기라고 하는 것이다. 세균성인 것과 수술해야 할 것을 빼고는 침뜸으로 다 치료할 수 있다. 수술을 한다 하더라도 그 전에 우선 생명을 이어 놓게 할 수 있는 것이 침이다. 침으로 지혈을 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게릴라 부대원들에게 침을 가르친다. 특히 119구조대나 스튜어디스 등 응급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사람들은 침뜸을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 또 등산가들에게는 침뜸이 필수적이다. 발을 삐었거나 허리를 다쳤거나 타박을 당했을 때 약이 필요한가? 아니다. 침이면 그 자리에서 효과를 낸다. 벌에 쏘이거나 지네에 물렸다거나 어떤 독사에 물렸을 때는 물린 자리에 뜸을 뜨면 그 자리에서 독이 없어진다. 그런 좋은 방법을 몰라서 나중에 생명까지 뺏기고 그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 등산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뜸쑥을 꼭 가지고 다니라고 한다.
침뜸은 누구나 다 알고 있어야 한다. 옛날에는 글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침뜸공부를 했다. 동네에서 지식인이라고 하면 다 침을 할 줄 알았지만 양반은 그런 걸 않는다고 해서 안 했을 뿐이지 자기 집에서는 다 했다. 침뜸은 민간의술이다. 누구나 다 알아두고 급할 때 써야하는 게 침뜸이다. 일본 명치가 서양문명을 가지고 오기 위해서 법을 만들어 민간에서 못 쓰게 한 것이다. 법을 만들려면 사고를 냈을 때 처벌하는 그런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사고를 안 내려고 할 것이고 섣불리 침을 안 놓을 것이다. 옛날에 대침으로 쓸 때는 혹 사고가 날 수도 있었지만 지금 많이 쓰는 가느다란 호침으로는 별 사고가 없다. 특히 뜸은 전혀 부작용이 없다. 우리의 정통침뜸을 널리 보급하여,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현장의 첨병으로 다시 세우자. ◈
( 2002-04-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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