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ㆍ뜸은 문화이다

                                                                       윤 우 정 (60세. 13회 요법사 회장, 뜸사랑 87차)

  지난 5월 19일-20일 양일간에 전라남도 광주 5.18기념관에서 실시한 5.18기념 침ㆍ뜸 봉사활동이 있었다. 봉사요원은 서울ㆍ부산ㆍ광주 통합으로 뜸사랑 회장이신 구당 김남수 선생님외 요법사님들 60여명이 참여하여, 병고에 시달리는 시민들에게 침ㆍ뜸 치료를 하였다. 어려운 생활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과 병원에서 치료해도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이 광주광역시는 물론 전남ㆍ전북 지방과 서울을 포함하여 여러 곳에서 병고에 시달리는 - 병원치료 혜택을 보지 못한 환자, 노인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 병원에서도 못본척 하는 중풍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 양ㆍ한방으로 오랜 기간 치료해도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 - 환자들이 찾아왔다.

  구당 김남수 선생님과 김병태 뜸사랑 광주지부장님과 함께 침ㆍ뜸 봉사를 시작한 후인 오전 11시경 ‘한의사 협회’ 관계자 2 명이 정복 경찰 2 명을 대동하고 5.18 기념회관에서 실시하는 침ㆍ뜸 봉사 장소에 찾아 와서 무슨 큰일이나 하는듯한 인상을 보이며, 불미스러운 행동을 보였다. “왜 봉사를 하는 것이냐. 법에 저촉되는 것이다‥”는 등의 언행을 보이면서‥

  물론 그들은 우리 뜸사랑 회원들과 진지한 대화도 하기 전에 치료를 하려고 침ㆍ뜸 봉사 접수실에 찾아온 환자들로부터 “왜 우리가 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못하게 하는 것이냐? 우리들이 아파도 너희들이 고쳐주지 못하여 여기에 온 것인데 무슨 마음으로 훼방을 하는가”라는 등의 말 공세와 “왜 그런 잘못된 법을 고치지 않고 있는가”라는 등의 원망스런 표현 등을 들으며, 답변도 못하고 에워싼 환자들을 피하여 슬금슬금 봉사 장소를 떠났다.

  때마침 그 자리에는 우리 뜸사랑 비디오 촬영팀은 물론, MBC 방송국에서도 촬영차 나왔기 때문에 현장을 상세하게 촬영 할 수 있었다(이미 인터넷에 일부 올려져 있음).

  그들에게 구당 김남수 선생님께서는 “우리 함께 봉사하자. 여기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은 돈 버는 면허증은 없지만 침ㆍ뜸 치료를 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다‥‥돈 안받고 봉사하는 것이 잘못 되었는가‥‥면허가 문제가 된다면 한의사들도 함께 하면 될 것이 아닌가‥‥좋은 일인 것을 알면서 계속 못하게 할 것인가‥‥어려운 환자들을 위하여 여러분들도 함께 침ㆍ뜸 봉사를 하자”고 말씀하였다.

  그리고 오후 3시경에는 사복 경찰 2 명이 고발 신고가 접수되었기 때문에 왔다며 현장을 확인하고, “봉사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법은 어떻게 되어있는가, 왜 고발 신고를 당하게 되었는가, 좋은 일을 하는데 다른 방법은 없는가, 법에 저촉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우리는 고발이 들어왔기 때문에 조사할 수밖에 없다‥‥봉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연명부를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하여 제출해줄 수는 있는가‥‥봉사는 왜 하는 것인가” 등의 말을 하였다.(이하 생략)

  “부지지병(不知之病)”이라 했다. ‘알지 못하는 자가 아는 척 하는 것이 병’이라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가. 무엇이 환자를 평안하게 할 수 있는 것인가’ 한의원도 마찬가지이고,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현실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 계속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하고 가슴을 치며 통탄을 금치 못하겠다.

  한강에 돌 던지는 것처럼 의료비를 천문학적으로 써도 더욱 더 많이 소외되는 노인 질환에 대한 의료비의 혜택, 그렇게 하고도 잘치료가 되지는 않았고, 어쩔 수 없이 계속 찾을 수밖에 없는 병원, 그리고 또 밑빠진 독처럼 계속 들어가기만 하는 국민의 혈세를 모아서 만든 의료비의 지출.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물론 의료 정책이 우리 국민에게 준 혜택은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재원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돈 적게 들이면서도 난치병 환자들과 특히 노인성 환자들에게 효과 만족하는 치료를 해줄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 질 수는 없는 것인가! 그런 치료를 할 수 있는 데도 그것을 법으로 한정지어놓고 ― 환자 스스로가 선택할 수 없도록 만들어놓고 ― 있는 것이 곧 대한민국의 의료법 현실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무릇 생명은 스스로 건강하게 살고자 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심신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더없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침ㆍ뜸(鍼ㆍ灸)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우리의 병을 스스로 치료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시작되었다. 또한 발전을 거듭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수 천ㆍ수 만년의 인류 역사 속에서 우리 인류의 병을 고쳐온 침ㆍ뜸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 속에 있다.

  인용하여 보면 ‘황제내경, 소문ㆍ이법방의론(皇帝內經素問 異法方宜論)’에 “동방지역(東方地域)에 천지(天地)가 시작되는 곳에 사람들은 물고기와 짠 것을 좋아하는데, 물고기를 많이 먹으면 중초에 열사(熱邪)가 쌓이도록 하고, 소금은 혈(血)을 손상시킨다.‥‥‥그들의 병은 대부분 옹양(癰瘍)인데 그것을 치료할 때는 폄석(砭石 : 鍼)을 사용했다. 그러므로 폄석은 동방에서 전래되었다”란 또한 “북방인(北方人)은 우유를 많이 먹어 장이 차가워져 창만병(脹滿病)이 잘 발생하는데 이를 치료하는 데는 쑥뜸(灸)이 마땅하다. 그러므로 쑥뜸은 북방에서 전래되었다.”란 구절이 있다. 여기서 동방(東方)이란 중국 본토의 동방이니 한반도(韓半島)와 만주(滿洲) 등지를 지칭하고, 북방(北方)이란 만주의 서부지대로부터 몽고(蒙古) 일대까지를 지칭한 것이다. 이는 침ㆍ뜸 치료술이 동방과 북방지역에서 먼저 사용되었다는 것을 뜻하고, 문자로 기록되면서 중국 본토의학으로 발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침ㆍ뜸은 오랜 옛날부터 우리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생활 속에서 그 맥이 이어져 왔으며, 우리들 민중의 아픔을 고쳐주시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끝을 통하여 이어지며 발전되어온 것으로, 그것은 곧 우리의 민간의술(民間醫術)이며 동시에 우리의 전통문화(傳統文化)인 것이다.

  그런데 작금(昨今)에 이르러 한국의 현실을 인식해 볼 때에, 의술(醫術)은 상술(商術)로 되어 병 고치는 일보다도 돈 버는 일에 더 치중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수 천 만년 동안 민초(民草)들의 병고(病苦)를 지키며 발전시켜온 민간의술(民間醫術)도 돈벌이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왜곡(歪曲)되어 있다.

  환자는 자기를 고칠 수 있는 곳과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환자가 선택한 의술로 치료 효과를 보았을 때의 그 기쁨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것으로서 그것이 바로 치료의 기쁨, 삶의 환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러한 행복을 빼앗고 있는 것을 그냥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우리의 전통 문화인 침ㆍ뜸 치료술을 몇몇 이익 단체의 전유물로 그냥 놔 둘 수는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 의료법은 참으로 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가?

  침뜸 봉사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 본인이지만, 그래도 그동안 전북 고창, 전남 담양, 전남 무안, 등 각 지역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무언가 꿈틀대는 민중의 힘, 그리고 부조리한 지금의 의료법에 대한 민중의 저항 등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큰 용틀임의 시작으로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존경하옵는 13차 요법사 여러분 모두와 선배 요법사 여러분의 속으로만 끓고 있는 마음이 밖으로 노출되어서 [침ㆍ뜸 치료술은, 민중의 것이고, 민중의 문화라는 것]을 우리 국민과 세계인 모두에게 알게 하여 [침ㆍ뜸 치료술이 원래의 자리인 민중의 문화로서, 민중이 있는 자리로,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된다]고 하는 것을 뜸사랑의 다물군으로 재무장하여 주시기를 촉구합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으며 요법사님들과 침ㆍ뜸 치료와 관계되는 여러분의 노력이 긍정적이고 능동적이 되어 합력하여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