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로 만나는 구당 선생님

                                                                                 김지영(뜸요법사6기, 광주지부 봉사담당)
오전 5시...

  93세이신 구당 선생님과 노인대학을 입학하신다는 지부장님께서 새벽 출항을 하시는 시각 목욕을 다녀오시고 나니 더욱 청년 같으셨다. 아침을 드시는 중에 꼭 좀 뵙기를 간청하는 이가 있다는 전화가 왔다.

  <이 사람이 나를 왜 만나려고 하겠니? 아프니까 날 보고 싶어 하는 거야. 우리 뜸사랑 회원들도 어디를 가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두고 봐라 내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네.>

  한눈에 봐도 다리가 많이 불편해보이시는 분께 선생님은 치료를 해드렸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시는 그 분의 다리는 처음 뵈었을 때보다 걸음이 훨씬 수월해보였다.

<우리가 언젠가도 한번 여기 온 거 같다. 그지?> 하시며 웃으신다. <2005년도 5.18 행사 때 왔었어요.>  <그렇지?>  <네.>

방송국에 도착해서 사무실로 들어가는 도중에 할아버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양반이시구나.’ ‘허리가 꼿꼿하네.’ ‘많아봐야 70으로밖에 안보이네.’ 등등. 나도 모르게 어깨가 우쭐해 졌다.

사무실엔 M.C를 맡은 김지하 선생님과 김혜영 선생님이 먼저 와 계셨다. 그곳에서도 역시나 선생님께선 김지하 선생님께 풍지, 천주, 백회에 침을 놓아주셨다. 영웅들의 만남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공개홀로 내려와 보니 시간은 10시이고, 촬영은 오후 2시부터 인데도 방청객들로 가득 차 있었고 공개홀 로비에는 방송 촬영분이 끝나면 뜸사랑 봉사단에서 선착순 150명에게 봉사를 하게 되어있는데, 그 접수를 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이렇게나 높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오후 1시쯤, 공개홀 안은 더 이상 빈곳이 없을 만큼 가득 찼고 T.V가 있는 공간이면 어디이건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그 중심에 우리 할아버지께서, 우리 구당 선생님께서, 우리 뜸사랑이 우뚝 자리 잡고 있음이 감격스러웠다. 방송을 시작할 즈음 황종국 판사님이 구당 선생님께 오셨다. 목이 턱 잠긴 것이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시며 침을 좀 놓아주십사 하시는 것이었다. 황판사님은 그렇게 침을 꽂고 촬영을 하셨다.

침통에 쑥과 향을 넣어가지고 뜸사랑 회원이 다니면 곧바로 종합병원이 걸어 다닌다는 말이 틀리지 않음이 그대로 나타나는 장면이였다. 

소리꾼의 ‘쑥뜸이 최고야!’ 한바탕 신명이 끝나고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구당선생님을 위주로 패널들과의 우리 것, 게중에서도 우리 침뜸이 왜 좋은지, 그럼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명사들의 좌담이 이어지고 구당선생님의 동양의학에 관한 말씀과 일상생활에 쉽게 사용될 수 있는 혈자리와 잡는 방법등 다양한 이야기들로 세 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특히 화상침에 관한 영상을 보여줬을 땐 방청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흉터 하나 없이 감쪽같이 나을 수가 있느냐”며 마술 같다고들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 지역의 한의대생들도 다수가 방청객으로 좌석을 지켰다고 한다.

그들도 구당 선생님의 말씀을 열심히 받아 적더라는 것이다.

촬영이 끝나고 지부 선생님들께서는 또 부지런히 봉사준비를 해야 했다.

침상을 펴고 커버를 씌우고 정리함을 만들고 부리나케 해도 18시 경이였다.

30개의 침상을 방송국 공개홀에  펴놓고 봉사를 하게 되다니...

93세라는 연세에 놀라고 그 연세에 저토록 건강함에 놀라고 그 비결이 다름 아닌 침,뜸에 있다고 하니 접수를 못한 사람들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나까지만 해달라며 무작정 기다리는 분들이 늘었다.

구당선생님을 비롯 서울에서 오신 처장님과 교수님들과 회원여러분들은 먼 길을 가셔야 하는 탓에 먼저 가시고 광주 선생님들께서 마저 수고를 해주셨다.

아픈 곳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앞과 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꼼꼼하게 치료를 해주는 데는 처음 봤다면서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고 인사를 몇 번이나 해주시고 가시는 어르신들 덕에 피곤한 다리가 저절로 풀어지고 만다.

봉사를 마치고 난 시간이 20시.  두시간만에 155명.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장시간동안 하루를 온통 내어주신 선생님들께 너무도 감사했다. 봉사 뒷정리를 하고 나니 한 시간이 더 지났고 많은 인원수와 늦은 시간 때문에 저녁도 못 드시고 헤어지게 되어서  죄송하기 그지없었다.

기차를 타고 가시는 할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피곤하지 않으세요?> <오냐~ 나는 괜찮다. 먼저 가는 게 아닌데 늬들이 수고하겠다. 하고 싶은 말해서 후련하고 방송국에서 봉사를 하게 되어서 무엇보다 기분이 좋다> 고 하셨다. 

그 마음은 뜸사랑 회원의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방송중에 황판사님께서 “구당선생님은 우리나라에 살아있는 동양의학의 역사이십니다. 할 수만 있다면 선생님의 육성을 녹음이라도 해서 말씀하나도 놓치고 싶지가 않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분 말씀이 참으로 맞는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긍심이 가져진다.

살아있는 침 뜸의 역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있음이... 

할아버지 구당선생님!

부디 건강하셔서 저희들이 어느 곳에서나 인정받는 침,뜸의 대가들로 자리 잡는 모습 지켜봐주시고  칭찬해주시는 큰 기둥이 되어주십시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