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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針이란 뇌 상태를 조절하는 것 "

사무처

2003.03.19 00:00:00 수

"針이란 뇌 상태를 조절하는 것 "

[중앙일보] 2002-12-26

조장희 캘리포니아대 교수

"미국 국립보건원은 침술 등 대체의학 연구에 한 해 1억달러를 쏟아 붓고 있습니다. 우리가 침술의 효능 연구를 등한히 하면, 머지 않아 선진 침술의학을 미국에서 수입하게 될지 모릅니다."

'2002년 자랑스런 서울사대부고인'으로 선정돼 수상차 최근 방한했던 조장희(66.사진) 미국 캘리포니아대(어바인) 교수. 전통 침술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미국은 침을 놓았을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아내는 연구에 특히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통증을 덜어주는 것으로 알려진 부위에 침을 놓았을 때, 실제 뇌에서 아픔을 느끼는 부위가 외부 자극에 둔감해 지는지 등을 정확히 확인하는 실험이다.

조교수는 "침이란 결국 신경 말단을 자극해 뇌의 상태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라며 "침술의 효능을 밝히려면 뇌과학적인 연구가 필수"라고 말했다.

침으로 병을 낫게 하는 것도 뇌의 힘이라고 조교수는 설명한다. 병이 나으려면 몸속에서 특정한 물질이 분비돼야 하는데, 분비 명령을 내리는 게 뇌이므로 침으로 뇌를 자극해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교수는 원래 침과는 관련이 없는 물리학자였다.뇌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PET(양전자단층촬영) 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역시 뇌 연구가 가능한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전통 침술과의 인연은 1992년 등산하다 허리를 다치며 맺어졌다. 허리가 아파 쩔쩔매는데 미국인 친구가 "침 한번 맞아 보라"고 권했던 것. 처음엔 침이 대수랴고 무시했다가 도무지 낫지 않아 '설마 해야 없겠지'하는 마음에 LA의 한국인 한의사를 찾아갔다고 한다.

"대번에 낫는 거예요. 그때 fMRI.PET 등을 활용해 뇌와 침술의 관련성을 연구해 보려는 생각이 싹텄습니다."
성과도 얻었다.새끼 발가락에 침을 놓으면 눈이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fMRI로 들여다보니 대뇌에서 시각을 담당하는 부분이 침 때문에 활성화되는 것을 관측한 것. 이는 98년 미국의 과학전문지 디스커버 등에 실렸다.
조교수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내게 공동 연구를 제의하는 등 침술의 뇌과학적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지금처럼 우리가 손을 놓다시피하고 있으면, 우리의 전통 의술인 침술의 종주국 자리를 다른 나라가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2003-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