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에게는 의료인의 기본 도리가 있다
의료인에게는 의료인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가 있다. 자기가 직접보지 않은 환자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직접 본 환자라 하더라도 다른 의사가 한 진료행위에 대해서 정확한 근거도 없이 마치 잘못된 진료로 살인을 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큰일 낼 소리이며 의료인으로서 자질을 의심 받기에 충분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프레시안에서 이상곤이라는 한의사는 큰일 날 소리를 입 밖에 내고 말았다. 그것도 자기의 얼굴인 글을 통해 만천하에 이야기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그가 일반인이었다면 ‘장진영씨의 팬이라 보내기가 너무 아쉬워 화풀이 하듯 앞뒤 사정보지 않고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인 거라며, 감상이 지나쳐 큰 실수를 하는군‘ 하고 혀 한번 끌차고 넘어 간다 치지만, 이 경우는 명백히 다르다. ‘낮은 한의학’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마치 부검의가 부검결과를 가지고 잘잘못을 따지듯 묻고 있다. 장진영의 봄날은 “왜”갔는가라고,
장진영씨가 무슨 어린 아이 또는 지적 장애인도 아니고, 그 자체가 1인 기업이라 그를 엄호하는 자들이 한둘이 아닌데 효과가 없었다면 그가 원하지 않은 무식한(이상곤씨 표현에 의하면) 의료인으로부터 그렇게 수차례 진료를 받을 수 있었겠는가? 그를 둘러싼 가족들, 주변인들이 그냥 두고 보았겠는가? 장진영씨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가 침뜸 밖에 없었고 우리나라 의료인이 김남수옹 밖에 없었나?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장진영씨는 원하면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경제력과 사회적 입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상곤씨! 당신이 장진영씨 입장이었다면 자신의 몸을 아무 생각 없이 남의 말만 듣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게 맡길 수 있겠는가? 꼭 대답해 주기 바란다. 분명히 아닐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당신은 김남수옹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장진영씨를 비롯 그 가까운 주변인들까지 바보로 만든 셈이다. 장진영씨는 자신의 몸을 아무에게나 함부로 맡긴 멍청한 사람이 되었고 가족들은 그것을 방치한 사림들이 된 것이다.
도대체 이상곤씨는 무엇 때문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이의 이름까지 들먹여가며 또한 많은 사람들을 바보 취급해가며 논란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
국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미명하에 그냥 늘 하던 대로 “국민여러분! 제도권 밖의 의학은 넘보지 마세요. 면허외의 진료하는 사람은 찾아가지 마세요. 당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어요.” 이렇게 몇 마디하고 넘어가면 속내를 조금은 감추고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을.... 그대는 김남수 옹을 폄하하기 위해 얄팍한 본전을 밑바닥까지 드러내고 마는 오류를 범했다.
60년 이상 한 길로 침뜸을 해 온 분의 임상을 그토록 무시하고 싶은가? 당신네 후배들이 인터넷상에서 논쟁이 붙었을 때 이렇게 묻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환자를 잘 고치면 그 치료술을 왜 한의대에 와서 가르치지 않고 다른 나라에 가서 하냐고? 당신은 뭐라고 답하겠는가? 듣지 않아도 이미 당신은 글에서 답을 하고 있다. 한 편의 글에 김남수옹이 무식하다는 표현을 몇 차례나 사용하고 있다. 실력이 반드시 시간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연 정신이 제대로 박힌 의사라면 수만 명의 환자를 침뜸만 가지고 치료해온 60년 이상의 세월을 무시할 정도로 자신 있는 의사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상곤씨는 김남수 옹이 무식하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고 심지어는 장진영씨의 봄날이 가는데 김남수 옹이 해서는 안 될 일까지 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 이런 분을 한의대에 모셔 가르침을 받겠는가?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논점을 흐리기 위해 마치 김남수옹이 친일이라도 한 것 마냥 일제시대 면사무소에서 후생담당을 했던 이력까지 들먹이고 있다. 우리국민들의 반일감정에 기대어서라도 김남수옹을 끌어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역사적 사명을 띤 듯하다. 뜸에 대한 영향을 어디에서 받았는가가 그토록 중요한가? 뜸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곳의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뜸이 한의사의 영역이기 때문에 침사가 해서도 안 되고 일반인들은 더더욱 안 된다고 하는데 한의사들은 뜸에 대해서 얼마만큼 연구를 하고 활용하고 있는가?
이상곤씨가 글에서 말해주기 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챙겨간다. 뜸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고전에 기댄 것뿐이라는 것을. 고전이 잘못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막상 임상에서는 재해석되어져야 할 것들이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니 고전에서 나온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고전과 실제 임상에서의 차이를 연구 발전시켜야 할 중차대한 몫에 대해서는 방기하고 오히려 김남수 옹처럼 많은 임상을 통해 검증한 결과에 대해서는 고전과 다르다며 무식하다고 치부해 버린다. 이게 한의학에서 인식하는 뜸에 대한 현주소란 말인가? 안타깝기 그지없고 해도 너무한다. 뜸을 뜨는 사람이라면 감기에 걸렸을 때 뜸이 얼마나 좋은지를 잘 알고 있는데 이상곤씨는 이것조차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아무리 감기 때문에 뜸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없기로서니 이렇게 무식한 얘기를 해도 되는 것인가?” 도대체 누가 무식하다는 건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자기와 자기가 속한 집단 이외의 사람들은 발로 보면서 ‘낮은 한의학’이라고 외치니 이 얼마나 자가당착에 빠진 모습인가?
잘 아는 분이 프레시안에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낼 정도로 열혈 독자인데, 그래서 익히 이상곤 한의사의 글을 애독하고 있었는데 이번 글을 읽고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노를 느껴 이따위 글을 싣는 프레시안을 후원할 수 없다며 당장 자동이체를 중지시켰단다. 아무리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싶다 할지라도 이런 식의 글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이제는 국민들도 허락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응징하려 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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