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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민족21-침뜸이야기]-4

사무처

2003.03.19 00:00:00 수

▣ 남북의술 불균형, 침뜸으로 균형 잡자! (1)
▣ 평양 민족의상전 수행주치의 '침뜸'이었다 (2)
▣ 평생건강을 지키는 무극보양뜸 -(3)
▣ 일침이뜸삼약의 의약분업과 의료보험 제도 (4) ☜ 현재글
▣ 탁월한 가정요법, 직접구가 진짜 뜸 (5)
▣ 두 국회의원의 중풍 (6)
▣ 보이지 않는 통로, 경락과 경혈 (7)
▣ 침뜸의 진통효과와 원인치료 (8)
▣ 탁월한 예방의학 침뜸의 ‘참 맛’(9)
▣ 침에 대한 상식과 안전성(10)

침구사는 죽어가는 생명을 가까스로 살리는 치료에 임하기도 한다. 이럴 땐 술자 자신도 위험을 느낀다. 침뜸은 대통령으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평등하게 치료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하지만 술자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술자에게 주는 것이라면 병 낫는 재미일 것이다. 그 재미는 벼슬과 돈이 아무리 좋다 하여도 비할 수 없으며 그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술자가 아니면 어느 누구도 가지지 못한다.
늘 환자들에 둘러싸여 감옥에 갇힌 듯이 살면서 웃음보다는 긴장을 주는 환자와 나날을 보내다 보면 때로는 다른 세상을 보고 싶을 때도 있다. 하루는 강원도를 향하였는데 날이 저물 무렵에 잘 곳을 찾으러 어느 가게 앞에서 쉬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대며 안동네 아무개 댁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며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 말을 듣고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가게 주인에게 사연을 물어 보았더니 의원님이시냐고 반가워하며 사람 좀 살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지 않고는 말할 수가 없어서 보여줄 수 있느냐고 말했더니 하던 일을 팽개치고 5분정도 거리의 안동네로 급히 데려갔다. 그 동네에서 가장 잘 사는 것 같아 보이는 집으로 같이 간 사람이 들어갔다. 무어라고 하였는지 모르지만 잠시 후 주인이 쫓아나오면서 반가이 맞아 주었다. 그리고 사랑으로 들어가서 자기 부인의 병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모든 방법을 다 써봤지만 이제는 죽을 것만 같아서 마음 둘 곳이 없다며 살려만 주면 땅을 몇 천 평이라도 주겠노라고 하였다. 나는 환자들이 보통으로 하는 말로 듣고 환자를 보러 안방으로 들어갔다.
환자는 오랫동안 앓았기 때문에 피골이 상접하여 보는 사람도 안타까웠다. 치료가 가능해 보여서 며칠 치료 하였더니 차차 좋아져 죽지는 않을 정도로 되었다. 이것이 화제 거리가 되어 너도 나도 환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주인집 환자가 기동을 하고 죽음을 면하게 되어 내일이면 떠나게 되었다. 이 집은 사랑방이 위와 아래로 되어 주인은 윗방에서 자고 술자는 아랫방에서 잤다. 새벽에 잠이 깨어서 무슨 소리가 들려 왔다. “죽일 놈, 죽일 놈” 하고 또 조금 있다가도 그 소리가 계속되었다. 문득 일전에 주인이 한 말이 생각났다. 내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자기 스스로 병을 고쳐주면 땅을 주겠다고 한 것 때문에 나를 죽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즉시 그 집을 살금살금 나와서 도망 나왔다. 침과 뜸은 죽을 뻔 한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술자 자신은 항상 편치 않음을 다시 맛보면서 살아 나온 것이 토끼가 용궁에 갔다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후 그 환자가 궁금하여 그 동네 그 가게를 지나가다 들리는 척 하면서 물었더니 너무도 반갑게 대하면서 병을 고쳐주셔서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하면서 그 때 왜 간다는 말 한 마디도 없이 가셨느냐고 그 집으로 데리고 갔었다. 그래서 그 주인에게 말없이 가버린 사유를 이야기하였더니 하는 말이 자신이 마음이 변하여 스스로를 나무라는 말로 “내가 죽일 놈이지 죽일 놈이여”라고 되 뇌인 것을 오해를 하셨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라고 하면 서양에서 온 의학으로, 현미경을 이용하여 세균을 찾아 균이 죽는 약을 투여하여 치료하고, 전기의 발명에 의한 이공학(理工學)의 발달로 인체 내부와 세포까지도 볼 수 있게 됨에 따라 무엇인가 이물질이 생겼다고 할 때 메스 같은 수술 기구를 이용하여 끊고 자르고 파괴하여서 고치는 현대의사들을 말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백 년 전 아니 8·15 해방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소불알처럼 큰 주머니를 허리띠 앞쪽에 매달아 그 주머니 속에 여러 가지 침들을 넣어 두고, 왕진을 요청하면 밤낮 없이 산과 강, 논두렁, 밭두렁 가리지 않고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을 의원의 해야 할 일로 생각하였다. 약방에서는 그 의원의 화제〔處方〕에 의하여 약을 지어 주었다. 그만큼 의약분업이 잘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약값은 있어도 침 값은 없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왜 이러한 말이 전해져올까? 이 말은 두 가지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는 사실상 침은 원가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옛날 대침을 쓸 때는 몇 개의 침만 가지면 대를 물려가며 써내려 왔으니 원가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뜸 하는 데 쓰는 쑥은 우리나라 산야 아무 곳에나 있는 것이고 또한 큰 원가가 없는 것으로 보아도 틀릴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올 수가 있다고 본다.
둘째는 침 값은 한이 없다는 뜻으로 침 값은 없다고 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값은 주로 물질에 매기는 것인데 침은 보이지 않는 정신으로 치료를 하기 때문에 그 값이 한이 없을 것이라고 봐야한다. 보이지 않는 술자의 정신 이것이야말로 무한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약을 취급하는 사람은 처방만 나오면 다른 사람도 얼마든지 대행할 수가 있다. 그러나 침뜸시술은 정신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대행을 할 수가 없다. 정신으로 치료하는 술자는 병이 낫기 전에 병을 고칠 생각보다 물욕이 먼저 생기게 되면 정신이 흐트러져서 병을 고치지 못하고 만다. 이 때문에 정신이 물욕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하여 다만 병을 고치는 데만 온 정성을 다 하도록 하기 위해 교육한 말로 생각된다. 술자가 물욕 없는 정신이었을 때 병을 잘 고치는 술자가 된다. 물욕이 앞선다면 그 병은 잘 낫지 않는다. 술자가 성의를 다했을 때에 환자는 그것을 느꼈을 것이고 그 느낌에서도 효과가 있어서 병은 더 잘 나았을 것이다. 병 고치는데 외에는 정신을 다른 곳에 써서는 안 된다는 하나고 가르치는 옛 사람의 지혜가 담긴 훌륭한 말이다.
공짜치료는 효과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환자에게는 자진하여 치료의 댓가를 치르도록 한 것이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을 치료해 줄 때가 있는데 그 노인들은 꼭 담배를 주었다. 다른 것도 많은데 왜 꼭 담배를 주는 것일까. 옛날 물물교환시대에는 큰손님에게 가장 큰 선물이 담배였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큰 마음의 선물이 담배여서 고마워하는 뜻으로 가장 큰 선물로 담배를 치료의 대가로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근래에도 어느 나라는 경계나 검문소를 지나갈 때 담배를 주면 그곳을 통과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가장 귀중한 것을 줌으로서 공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피차의 욕심 없는 인정으로 대가를 치루도록 하였던 옛날 사람들의 정신 생활에 다시 한번 교훈이 되고 머리가 숙여진다.
술자(術者)에게는 물욕(物慾)을 금하였고 환자에게 자진하여 치료의 대가를 치르도록 한 옛날 사람들의 숭고한 정신에 머리가 숙여진다.
마을에서는 이러한 정신이 하나의 제도로 잘 만들어져서 요즈음 의료보험보다도 더 훌륭하게 백성들 사이에서 운용되어 왔다. 침통을 소불알처럼 달고 밤낮 환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왕진을 다니며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의원에게 보리 추수 때 보리, 벼 추수 때 벼를 형편이 닿는 대로 모아서 고마움의 뜻을 전한다. 그런 형편도 안 되는 사람은 그 집일을 도와주어 품으로 보답을 한다.
현대의학이 들어오기 전에는 침과 뜸과 약으로 대부분의 병을 다스렸다. 그래서 일침이구삼약(一鍼二灸三藥)이라는 말이 있다. 옛 사람들은 이미 침뜸과 약을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이미 분업화했으며, 빈부의 차이 없이 의료혜택을 고르게 받을 수 있었던 보험체계도 갖추어 왔다. 의약분업과 의료보험문제로 온 나라가 싸움판이 되어 있는 오늘날 옛 사람들의 정신과 슬기를 다시 되새겨 볼 일이다.

( 2002-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