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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중국으로간 뜸사랑

사무처

2003.03.19 00:00:00 수

<손중양/뜸사랑 대외협력국장>

지난 5월 5일부터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구당 선생님을 모시고 중국을 다녀왔다. 구당 선생님은 북경중의약대학으로부터 강의 요청을 받고 북경에 가는 김에 1주일 정도의 시간을 내어 김영삼 교수가 원장으로 재직 중인 왕징신청의원에서 침뜸 무료 진료를 실시하기도 했다.

○ 중국에서의 첫 뜸사랑 봉사활동 --- 왕징신청의원에 도착하자 구당 선생님은 봉사활동 준비에 바빴다. 우선 뜸 보조를 할 사람을 구해 교육을 시켜둬야 했다. 북경침구골상학원(현 북경중의약대학) 중의과를 졸업했다는 여성 한 사람이 왔다. 이주은(47세) 선생. 중국에 온지 10년 가까이 됐다고 한다. 구당 선생님은 늘 그랬듯이 뜸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 한바탕 자랑을 하고, 뜸 뜨는 법을 직접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주은 선생은 뜸봉 만드는 것이 처음이어서 그리 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연습을 해서 다음날 뜸 봉사에 동참했다. 이처럼 뜸 보조원으로 무료 진료에 참여해 준 사람은 이후 더 늘어 이주은 선생 외에 북경중의대 중의과 졸업생과 재학생들 7～8명이 참여했다. 구당 선생님은 이들 중의대 유학생들에게 앞장서서 중국에 뜸을 알려나갈 것을 권했다. 중국에서는 관을 사용하지 않고 연침을 쓰기 때문에 중의대 출신들이 관침 사용법을 전혀 몰랐다. 구당 선생님은 틈틈이 침과 뜸에 대해 가르치고 관침 사용법까지 익히게 했다. 그는 진료를 하는 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언제나 뜸사랑의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뜸의 탁월함을 알렸다.
진료는 오전 8시30분 경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40명 정도씩 총 200여 명에게 침뜸 시술을 했다. 첫날에는 주중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 한 사람이 찾아와서, “한국에서 선생님께 진료를 받으러 남수침술원에 여러 차례 찾아갔으나 번번이 선착순에도 들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첫날은 30명 정도 시술했으나 둘째 날부터는 아침부터 대기하는 환자들의 줄이 길어졌다.
치료를 받은 환자 중에는 효과가 좋아서 당장 뜸쑥을 구입하는 곳을 묻는 이도 있었다. 우선 준비해 간 뜸쑥을 봉투에 조금씩 담아서 나눠주고, 중의약연구원 인근의 의료기 상사에서 지난 3월에 왔을 때만 해도 보지 못했던 괜찮은 뜸쑥을 판매하고 있는 걸 알고 안내해 주었다. 7일 오전에는 지역 주민을 상대로 뜸에 대한 강의를 했다. 왕징신청의원에서는 구당 선생님에게 휘장과 중국에 뜸을 알리는 데 기여한 데 대한 증서를 기념으로 전달했다.

○ 중국 유일 국립중의대에서 강의 --- 북경중의약대학은 중국에서 유일한 국립중의대이다. 여기서 구당 선생님은 9일 오후 100여 명의 중의약대학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무극보양뜸에 대해 강의했다. 북경중의대 정수증 총장이 구당 선생님에 대한 소개를 하고, 국제교류 및 합작처 부처장인 리우쉬엔 의학박사가 사회를 맡았으며, 중의대 외사과 소속 통역자가 통역을 했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 우선 뜸쑥을 조금씩 나눠주고, ‘화상 침 치료’와 무극보양뜸 소개로 이루어진 영상물도 약 15분간 상영했다. 이 강의는 중국에 뜸사랑의 뜸법을 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북경중의대에서는 이 강의가 끝난 뒤 소정의 강의 확인 증서를 전달했다.

○ 중의대 한국유학생들 --- 지난 97년에 재중 한국 유학생 대표를 맡은 바 있는 황인원 실장(왕징친청의원 교육홍보실)에 따르면 97년 당시 중의대 재학생과 졸업생을 합쳐 1,400여 명이었고 이 중 졸업자만 400여 명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재학생과 졸업생을 합쳐 2,500여 명이고, 이 중 졸업자만 약 1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중의대 졸업장을 가진 사람은 3,000여 명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이유는 중의대 졸업장을 돈으로 산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중의대 졸업자에게 한의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줄 것이냐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중의대 졸업생들은 우선 한의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검정시험을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의대 졸업생들의 말에 따르면 중의대 졸업장을 돈을 주고 산 경우에 대해서는 출입국관리소의 기록을 살펴보면 졸업장의 진위를 금방 알 수 있어 가짜 졸업장 때문에 중의대 졸업생의 학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중의대 출신 한국유학생들 --- 북경침구골상학원을 졸업한 한국 유학생 1세대 황인원 선생은 현재 왕징신청의원 기획홍보실장을 맡고 있으며, 나이가 40대 후반이지만 아직 미혼인 이주은 선생은 의사 시험에 합격해서 중국의 시골로 내려가 봉사하는 마음으로 환자들을 돌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또, 상해 중의대를 졸업한 김성수 선생은 왕징신청의원 한방과에 근무하고 있으며, 중의대에서 침구를 전공했다는 박제영 선생은 안경사로 일하면서 중의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중국 방문기간 내내 안내를 하며 도와준 강석종 선생도 중의약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침구사 강화주 선생의 아들(강화주 선생의 딸 강현금 선생이 뜸사랑에서 침뜸공부를 하던 중뜸사랑 침뜸공부 동문인 정화주 선생과 만나 결혼하는 바람에 강석종 선생은 정화주 선생의 처남이 됐다.)로 1년간의 연수를 마치면 중국 의사 면허시험을 볼 수 있게 된다.
중의대 유학생들 중에는 나이가 많은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94년에 중의학 공부를 하러 온 배상식 선생은 47세. 20대 초반에 재야침구사에게 침구를 배우고 당시 침구사 양성제도 부활을 위한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통의술에 인생을 걸고 청춘을 다 보낸 그는 한이 맺혀 본인은 중의대를 지원하고 동생은 한의대로 진학하도록 했다고 한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가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대한민국이라고 했는데, 좋은 뜻을 이루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 침구 용구점과 서점에서 만난 중국 침구 --- 침구 관련 의료기 가게를 둘러보기로 했다. 북경중의연구소 옆에는 침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곳이 여러 군데 눈에 띄었다. 침구 용구 가게로 들어갔다. 제품을 포장하고 있어서 다소 어수선하기는 했지만 중국 명의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침뜸 용구들을 나란히 전시해 놓았다. 우선 한국에서처럼 노란색 고운 빛깔을 내는 뜸쑥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최근 들여놓았다고 한다. 중국에 와서 뜸자리를 잡아도 이제는 뜸쑥 걱정을 안 해도 될 듯 했다. 이 가게에는 경락?경혈을 표시한 동물 모형을 팔고 있어서 특이했다. 침구 용구점을 나와서 의학 전문 서점에 갔다. 중의학 관련 코너는 안쪽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서가의 절반 이상이 침구학 관련 서적으로 차 있었다. 침구 관련 서적과 교육용 자료들이 계속 새로이 만들어져 나오고 있었다. 뜸사랑 침뜸교육에 쓸만한 경혈도 등 몇 가지를 구입했다. 중의 코너 한쪽에는 중서결합 서적들이 따로 진열되어 있어서 중서결합의 비중을 가늠해 볼 수가 있었다.

○ 보사(補瀉)에 관한 토론 --- 저녁 식사 중에 김영삼 교수와 한차례 보사에 관한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 허실과 보사에 대한 것이었다. 구당 선생님은 ‘보’ 해야할 곳에 ‘사’ 하고, ‘사’ 해야 할 곳에 ‘보’ 했다면 분명히 사고가 나야 할텐데 그렇지가 않았다며 ‘보’와 ‘사’를 엄격히 나누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보’와 ‘사’는 침을 찌르는 순간에 동시에 일어난다며 일본 학자의 ‘동시 보사’ 이론을 들어서 의견을 피력했고, 인체가 자동이냐 침이 자동이냐 라며 침술의 신통함을 강조했다. 인체에 침을 찌르면 자동으로 보사가 조절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삼 교수도 같은 경혈을 혈압을 올리는데도 쓰고 내리는데도 쓴다며 ‘동시 보사’ 의견에 대체로 동의했다. 보사와 관련하여 구당 선생님은 열이 나는 사람에게 뜨겁게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뜸을 뜨면 장티푸스 같은 고열도 내릴 수 있고, 찬 사람에게는 뜸을 뜨면 안 된다고 하는데 가늘게 해서 뜨면 확 달아오르기도 한다고 했다.

○ 온천에서 본 보건 침뜸 --- 김영삼 교수가 유황온천인 울금향 온천에 숙소를 마련해줘서 이틀을 지냈다. 이 온천 주변에는 튤립으로 공원을 꾸며놨다. 중국 대지의 지평선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를 무렵 구당 선생님과 함께 튤립 공원을 둘러봤다. 유황 함유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이 온천은 왕징신청의원과 서로 연계를 하여 요양원으로도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온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항목에 중의보건전신안마, 족부 안마, 두견부 안마, 부황, 괄사요법 등과 함께 ‘보건침구(保健鍼灸) 80원, 이침조정(耳鍼調整) 80원’이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침과 뜸을 온천요양원의 서비스 품목으로 포함시켜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침구를 전공한 사람이 의료서비스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호텔 같은 곳에서는 일반적으로 보건의료 서비스를 한다고 한다. 호텔 쪽에서 손님들로부터 서비스 요금을 받으면 서비스를 한 사람에게 일정한 비율을 나눠준다고 했다.

○ 격변하는 중의제도 --- 중국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의대를 졸업자에게 국가에서 직장을 배정했다. 지금은 스스로 직장을 찾아야 한다. 이제 5년제 중의대를 졸업하고 나면 1년 간의 임상실습을 거친 후에 의사 면허 시험을 봐야 한다. 하지만 실습기간에도 ‘의사’라는 호칭을 쓰고, 급여도 받으면서 일을 한다. 의사의 직급은 주원(主院)의사, 주치(主治)의사, 주임(主任)의사, 조리(助理: 3년제 과정 수료자)의사로 나눠져 있다. 전에는 본과 5년제를 졸업한 사람을 의사(醫師)라 하고, 3년제를 졸업한 사람은 ‘선비 사(士)’자를 써서 의사(醫士)라고 했는데, 지금은 의사(醫師)란 명칭으로 통일했고, 5년제를 졸업한 경우를 직업의사(職業醫師)라 하고, 3년제를 나와 아직 직업의사 시험에 합격하지 않은 경우를 조리의사(助理醫師)라고 부른다. 조리의사도 직급의 차이, 급여의 차이가 있으나 대외진료실에서는 혼자서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진료를 할 수 있다. 입원실 같은 곳에서는 직급이 높은 사람의 지시를 받는다. 전문학교 3년제 과정을 졸업한 사람은 큰 의원에는 들어가기가 어렵고 지방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현재 의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5년제 과정에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방으로 가면 아직 3년제 전문학교 과정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앞서 얘기한 이주은 선생이 3학년이었을 때 10주의 견습과정을 거치기 위해 북경 변두리로 갔다고 한다. 북경에서 차로 약 50분 정도 소요되는 어느 현으로 갔는데, 그 곳 의사들 중에 대학 출신은 거의 없고 전문학교 출신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