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 - 전문 침구사 김남수 옹
배워서 남에게 펼치는 의술
-전문 침구사 김남수 옹-
“본디 진정한 기술을 익히려는 장인의 영혼에는 늘 '선(善)'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하는 거라고 배웠습니다.
하물며 의술 하는 사람이 오죽하겠소? 내가 배웠듯이 나도 그렇게 제자를 가르칠 수밖에 없다오."
선친에게 물려받은 침술을 빼고 그의 삶을 말 할 수 없다.
90년의 생애를 되돌아보면 거의 대부분 자신의 손에는 침이나 뜸이 들려 있을 것이라고 웃음을 짓는 김남수(90) 웅. 자격증이나 학위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누가 뭐래도 당대 최고의 의술자임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배워서 남 주자”
이것은 그에게 침술과 뜸술을 배운 후배와 제자들로 이루어진 <뜸사랑>단체의 구호였다. 일년 내내 하루도 쉼 없이 상설 치료소를 운영하며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생활 보호 대상자들에게 무료로 의술을 베푸는 <뜸사랑>. 그는 <뜸사랑>을 ‘붕어빵’이라 소개한다. 추운 겨울에 나타나 서민의 마음에 파고들며 언제나 똑같은 모습. 똑같은 맛을 내는 ‘붕어빵’이 그와 그가 이끄는 <뜸사랑>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다고.
“그리고 누가 어디 배부를 때 붕어빵 먹고 싶나요? 배고플 때 생각나는 데 붕어빵이죠. 이 곳에 오시는 분도 다 그런 분이라 생각해요.”
사실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장기간의 투병 생활과 어려운 생활 여건으로 몸의 병만큼이나 마음의 병도 깊은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김남수 옹은 친 할아버지 같은 밝은 미소로 마음의 병까지 치료하고 있었다.
늙을 새도 없던 봉사 인생
그에게는 일주일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일주일에 3일만 유료진료를 실시하고 휴일도 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무료로 침술과 뜸으로 의술 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에 비해 정정할 수 있는 체력 유지 비결도 시간이 없으니 늙을 새가 없어서가 아니겠냐고 껄껄 웃어 보인다.
70여 년 전, 처음 침술을 익히기 시작하면서 그는 자연스레 봉사를 시작했다. 침술은 다른 의학과 달리 별다른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소요비용도 들지 않기 때문에 단지 기술만 있으면 되는 것을 응당 아픈 사람을 위해 자신이 시간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김남수 웅. 그에게 봉사는 침과 함께 삶의 전부였던 것이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을 대하다 보니 웃지 못 할 에피소드들도 많은 것은 당연한 일. 외국인 노동자에게 처음 침을 시술하려 했을 때였다. 가뜩이나 잔뜩 긴장하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는 자신에게 침을 꽂으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 그대로 도망을 치려하더란다.
“내가 이제 안 아프게 해주겠다고 한참을 설명했다니까, 그런데 그 침을 맞고 나서는 아무 때나 툭 툭 나타나 아무데나 들이밀며 여기저기에 침을 놓아 달라고 조르지 뭐요?”
침술은 우리나라 전통 의학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법적으로 인정돼 있지 않아 의술 봉사의 한계가 되는 것이 요즘 그의 가장 큰 고민.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서나 잔병치레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침술사가 전문 의술인으로 자리 잡아 더 많은 사람에게 의술을 펼칠 수 있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는 것이 이제 그가 가진 마지막 소원이다.
※이글은 2004년 3월호 '아름다운사람들'에 게재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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