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공부를 위한 일년을 돌아보며...
손봄들 / 의사세미나 4기
처음 의사의 길에 들어서던 다음해에 공중보건의로 정신 병원에서 당직과 병동관리를 하면서 환자들의 내과적인 문제를 screening하고 기본적인 치료와 전원 결정을 내리는 일을 하면서 거의 매달 한번씩은 심폐소생술을 해야 했습니다.
환자에 비해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쁘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았습니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길거리에서 또는 갱생원이나 요양원에서 험하게 살다가 온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다 병든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그들과 잘 놀아주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운동과 레크레이션등을 통해 웃음을 주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세상과 격리되어 있어 외롭지만 그들 나름의 세상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공중보건의를 마치고 일년간을 250병상의 준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일을 하면서 다양한 증상의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수액제와 진통제, 그리고 진정제 계통의 약을 쓰면서 약이 참 좋구나 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힘들어하던 사람들의 고통이 순간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약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치료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당장의 극심한 고통은 해결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나에게 이런 약들이 없다면 무엇으로 이들을 치료할까?
인턴과 레지던트를 하면서 증상이 자주 반복되어 입원하는 사람들과 말기 암이나 만성 질환으로 수명이 점점 줄어가는 사람들에게 늘 같은 약만을 주면서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보고 있어야만 하는 답답함을 자주 느꼈습니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비싼 진단 기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병을 알 수 있고 비싼 약을 오래 먹지 않아도 치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 의과대학에서 배운 지식으로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가을에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라는 섬으로 의료 봉사를 갔을 때 저와 같이 봉사를 갔던 선생님 한 분이 테이핑 이라는 치료법을 사용하기 위해 진단 적 접촉 검사와 압박 검사 하는 것을 보면서 피부에 손가락 하나를 대기만 해도 통증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의과대학에서 배웠던 분자생물학적 지식이 전부였던 저의 머리 속에 큰 혼란과 새로운 가능성을 준 사건이었습니다. 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을 꼭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친구에게서 구당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뜸 사랑 3기로 침 뜸을 공부한 친구가 구당 선생님에게 배우면 들인 시간과 돈이 아깝지는 않을 거라고 권해주어서 일년의 주말을 한번 투자해 보기로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그 동안 알아왔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체를 바라보는 동양의학의 여러 이론이 생소하기는 했지만 무척 재미있고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 생각했던 음양 오행이 임상과 연결되어 이해가 되고 기공이나 사주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아직은 그 이해의 정도가 깊진 않지만 부정적으로만 보아왔던 여러 단어들이 인식의 체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많은 발전 이었습니다. 세포와 유전자, 분자생물학에만 맞추어져있던 인체의 병리 현상들이 공기와 기후, 계절과 우주의 여러 현상도 인체의 병리와 많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인체를 투시하고 병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과 열망이 점점 커갈수록 침 뜸과 동양의학의 매력이 더해감을 느낍니다. 뜸사랑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과거에는 10장을 넘겨 읽지 못했던 동양의학 서적들이 몇 권을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구당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환자들에게 침과 뜸을 함께 하면서 많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과거에는 그저 유지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반복적인 투약만을 계속 해오던 환자들에게 침 뜸을 하면서 놀랄만한 변화들이 나타났습니다.
십수년을 앓아오시던 어느 천식 환자 분은 밤마다 죽음의 공포를 안고 사셨는데 뜸을 뜨신 이후로 숨쉬기가 편해지신 것은 물론이고 밤에 느껴야했던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만성 두드러기로 3년째 가려움증에 시달려야했던 20대 젊은 남자 분은 뜸을 뜨시면서 가려움증과 비염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서양 의학적인 접근의 한계를 느껴왔던 여러 증상들이 뜸에 의해 호전되는 것을 목격하고 가슴에서 솟아오르는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아침마다 뜸과 침으로 치료받기 위해 오시는 환자 분들로 인해 제가 할 일이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침을 놓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같은 분들이 밤에 잠을 잘 주무시고 몸의 피곤함이 없어졌다고 하시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구당 선생님께서 환자를 진료하고 계신 것을 보고 있다보면 아무리 어려운 증상이라도 참 쉽게 설명을 하시고 치료를 하십니다. 진맥을 하시고 문진과 망진을 하시고 몸을 한두 번 쓰다듬는 것으로 진단을 하시고 상당히 정확하게 환자의 상태를 이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에게 배우면서부터 환자의 몸을 자주 만지게 됩니다. 전에는 기계에 의존해서 환자를 이해하려고 했지만 어찌 보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이용해서 진단하는 것이 환자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낍니다. 이해하지 못한 몸의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한 공부와 경험이 많이 필요하리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멀리 가야할 길이 덜 두려운 것은 이제 제가 침 뜸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바른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의 중심에 침 뜸에 대한 공부도 함께 서게 될 것 같습니다. 어찌하면 삶이 행복할까 를 고민하는 의자가 있다면 주저 없이 권하고 싶습니다.
반드시 침 뜸 공부를 하시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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