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침구현황(동의학을 중심으로)
최기억
북한 OO대학 동의학부
북한 OO병원 동의사(4년경력)
들어가면서...
저는 북한에서 동의학을 전공하고 4년의 경력이 있는 동의사입니다. 남한에 온지는 약 2달정도 되었고, 현재 뜸사랑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북한의 침구현황에 관해 뜸사랑에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북한 침구현황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현장감이 느껴지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의 보건의료현황(동의학을 중심으로)
북한의 의료정책은 사람 제일주의를 내세웁니다. 따라서 모든 인민에게 무상치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전통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으로 적극 장려해왔습니다. 60년대에 대도시급에 동의병원을 세우고 신의병원과 같은 급수를 부여하고 인민이 선호하는 동의치료를 널리 장려해왔습니다.
특히 80년대에 들어서자 동의학적 치료로 신의학에서 고치지 못하는 병을 고치는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왜냐하면 무자격 침구사들이 병을 아주 잘 고쳤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비서는 동의학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가지고 연구․발전시키도록 지시했습니다. 동의학을 중심으로 신의학을 균형 있게 결합한 의술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당의방침으로 동의학이 확고히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또한 북한은 민간치료방법을 널리 개발하고 선전하며 무자격 민간 침구사들은 자격검정을 통해 실력이 검증되면 의사로 등용합니다. 동의학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투자를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동의과학원을 의학과학원과 별도로 개설하여 집중연구 중에 있으며 더 많은 치료방법들을 개발해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의 거의 모든 가정엔 구급 시 간단한 치료를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민간 처방집 한권씩은 구비하고 있으며 간단한 뜸치료를 할 수 있는 책을 널리 활용하고 있습니다. 신의학적으로 간단한 치료를 할 수 있는 책은 없어도 간단한 동의치료를 할 수 있는 책들은 출판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보건의료체계 현황
1. 북한의 의료체계
북한의 의료체계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면 치료기관과 연구기관으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치료기관을 살펴보면 중앙병원(적십자 병원, 김만유병원), 매개도, 특별시에 도․시급병원, 군과 노동자구에 군급병원, 그 아래 리급병원과 진료소가 있습니다.
북한은 어느 큰 병원 할 것 없이 군, 도, 급에는 동의과가 따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와 별도로 도․시급 중앙에는 동의치료만 따로 하는 동의병원이 같은 급수로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북한의 동의학이 남한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연구기관은 동의학에 비중을 두면서 의학과학원과 별도로 동의과학원을 설립하여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2. 북한 동의학 중 침뜸의 비중과 침뜸의 활용
현재 북한은 동의학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동의학 하면 침뜸90%, 동약 10%정도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경제사정 때문에 신약이 부족하여 동의학으로 넘어간다고 하지만 결코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이제는 신약은 화학재료이므로 몸을 악화시킬 수 있으나, 동약은 자연산이므로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전환된 상황입니다.
또 침뜸은 몸에 해로운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누구나 선호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 사람치고 몸에 뜸자리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태어나자마자 배꼽에 뜸을 뜨는 장수뜸을 비롯하여 모두가 무슨 병이 나면 침뜸으로 병을 고치려고 하는 것이 사회적 흐름입니다.
3. 동의학에서 고려의학으로...
의료정책의 주요 목표에서부터 전통의학을 ‘주체의학’으로 존중하고 장려합니다. 최근 시기인 90년대 들어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지시로 동의학을 고려의학으로 바꾸고 민족성을 살리는 우리 정통의학에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동의학과 신의학을 옳게 배합하여 발전시키는 것은 인민보건사업에서 우리 당이 견지하고 있는 중요한 방침”이라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북한의 의학과학출판사에서 출판한 고려의학 소개책자에는 “임상실천 활동에서 환자에 대하여 신의치료, 침뜸치료, 고려약치료 세 가지를 같이 적용하는 경우도 있고, 신의치료와 침치료의 결합 또는 신의치료와 고려약치료의 결합, 침뜸치료 단독, 고려약치료 단독, 신의치료 단독 등등 각이 하다”고 하면서 “치료방법들은 환자의 상태와 그 증상에 따라 적당히 배합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옛날 내려오던 허임침구방 동의보감 등 책을 출판하고 중국, 일본 등의 동의치료경험들에 대한 책들을 출판․보급하고 있으며, 동의사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민간자료를 널리 수집․선전하고 있으며 항간에 이름을 내는 무자격 침구사들을 널리 개발하여 등용하고 있습니다.
4. 제3의 의료체계 “민간의료”
민간의료 즉 무자격 침구사들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에서도 무자격 침구사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옛날부터 조상대대로 내려오던 한의령감 로친네를 비롯하여 전국 어디든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조상대대로 물려오는 자기만의 특기를 가지고 비록 의사자격은 없지만 병원을 능가하면서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고 많은 병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5. 실력인정 받으면 의료행위 허가
그들은 한쪽으로는 자기들의 침뜸법과 약제조 방법을 전수하고 있는데 국가에서는 그들 중 실제로 실력을 인정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면허를 허가하고 있고 병원에 근무시키고 있습니다.
병원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없는 경우에라도 인명피해만 없으면 절대 법적통제를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의 치료가 더 인기를 끌고 있어 그들을 찾는 환자의 수가 일반병원의 수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기본층은 병원치료보다 이들을 더 신용하고 있고 동의사도 학교를 나온 사람보다 이렇게 의사가 된 사람들을 더 능력 있다고 평가합니다. 의사들도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실력은 있지만 자신들이 고치지 못할 병에 대해서는 이런 민간 무자격침구사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민간 무자격자들에 대해서는 당일꾼, 안전일꾼, 보의일꾼 등 영도계급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치료를 선호하니 자연히 민간치료가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국가에서도 이런 민간에서 이름을 날리면서 치료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사람들의 침뜸에 대한 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침통하나면 자격이 있든 없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미혼이면 앉아서도 조건이 좋은 여자들이 줄을 지어서고 있습니다. 제가 실례를 들자면 말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이곳 남한에 와보니 무자격의료행위를 처벌한다고 하니 북한과는 차이가 많습니다.
북한의 의료정책 방향
신의사도 침뜸공부... 침뜸모르면 설자리 없다...
의료정책도 국가가 동의학에 관심이 있고 인민들이 선호하니 자연스럽게 동의학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침뜸을 모르는 동의사는 없으며 일반의사들도 대부분 침을 놓고 있습니다. 침을 배우지 못한 신의사들도 지금은 시간을 내어 배우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든 의사가 침을 시술할줄 모르면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신망을 잃게 됩니다.
실제로 사람들을 가장 많이 치료하는 리, 군, 도․시급의 의사들이 침을 놓을 줄 모르면 큰 수치로 여깁니다. 침놓은 의사는 신약 처방을 할줄 몰라도 되지만 신의사가 침을 놓을 줄 모르면 아무리 치료를 잘 한다해도 인정받기 힘든 것입니다.
이로인해 신의사들도 침뜸치료를 배우고 있고 널리 장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에서 용하다고 소문난 일반 의사들은 대부분 침뜸을 잘해 유명해진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 의료제도상 환자들을 리-군-도(시)-중앙병원 이렇게 올려 보내면서 치료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가 제일 하부단위인 리 진료소를 거쳐 치료를 할 수 없다든지 급한 질병인 경우 의뢰서를 발급하여 윗단계의 병원으로 올려 보냅니다. 일반적으로 환자 중 급한 수술을 요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간단한 질병 또는 만성질병들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만성질환에는 침뜸치료 이상이 없습니다. 위경련이라든지 체기를 진단받았을 때 진료소장이 신의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스코폴리아 건위알약을 처방하는 것과 곧바로 침을 놓아 체기를 떨구는 것과는 차이가 매우 큰 것입니다. 만일 사람들은 약을 주면 그 자리에서 나와 다시 침을 놓는 무자격 침구사라도 찾아갈 것이며 그 후부터는 처방을 해준 신의사를 찾지 않았을 겁니다. 따라서 이젠 신의사들도 침뜸치료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병고치는 침구사는 국가에서 우대
어디서 어느 선생이 병을 잘 고친다고 하면 사람들이 줄을 지어 찾아가고 있으니 침뜸치료를 배우지 못하면, 무능한 의사로 비난을 받게 됩니다. 또 당국에서도 침뜸치료를 잘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적극 내밀어 주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병원도 도급 동의병원이었는데 정원이 300여명이었습니다.
동의사 자격자외 신의사 자격이 거의 같았는데 다 침뜸을 잘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다른 의사보다 치료를 더 잘해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그 선생을 찾아가고 다른 선생들은 찾지 않습니다. 같은 의사라 해도 나이와 연한에 상관없이 병원당국에서 환자 많은 선생은 병원 작업과 일체 행사에 참가시키지 않고 오직 환자 치료만 집중시켜 주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이 먹은 선생들도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고 침뜸을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북한이 고난의 행군시기 먹을 것이 없어 200만의 아사자를 내는 그런 시기에 의사들은 먹을 걱정 안한다고 할 수 있었겠지만 아닙니다.
북한에서 큰 능력을 가진 전문신의사 소수를 제외하고는 침뜸을 놓을 줄 모르는 의사들은 인민의 신임을 얻지 못했기에 먹을 것이 없이 많은 고생을 했고, 침구사들은 배고픈 줄 모르고 잘 살았습니다. 오히려 침뜸을 모르는 의사들은 민간무자격 침구사들보다 더 고생하고 거지가 된 사람도 많습니다.
그 시기에는 뜸 잘 뜨는 동네 할머니도 인정받았습니다. 이렇게 북한 의료는 침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러면 북한에서는 “의사들이 침뜸밖에 모르지 않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으실 터인데 현재 신의학적 치료를 요하는 수술이나 외과질병 등을 제외하고는 침뜸이 기본이란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인민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치료수단이 되었습니다.
남한의 한의사는 북한의 동의사 아닌 동약사와 같다
처음에 말씀드렸지만 한의사의 개념이 북한과 다른 것입니다.
침뜸전문가가 한의사이지 하는 북한과 약을 위주로 하는 남한은 차이가 있습니다. 자격이든 약사자격이든 의료부문에 봉사하는 사람이면 침구를 배워 환자치료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실제적으로 여기 남한에온 북한의사 출신 의사들 가운데 동의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침을 놓을 줄 모르는 의사는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한의사만이 침을 놓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한국에서 말하는 한의사와 침구사의 개념이 북한동의사인 저로서는 개념이 조금 부족합니다. 북한에서는 한의사의 개념이 옛날부터 나무로 만든 침통에서 은침, 동침을 꺼내들고 머리에 뻑뻑 긁어서 침을 놓는 사람으로 내려왔음으로 오직 한의사 하면 침구사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의사하면 약을 위주로 하지 침구를 몰라도 된다고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북한과는 인식이 완전 다른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침구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그런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1침2뜸3약을 주장하는 북한 동의학과는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전통의학인 동의학의 침구는 한국에서는 완전히 외면 당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한의사들이 지금처럼 침뜸을 발전시킬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민족의 유산인 전통의학의 침뜸을 발전시키려면 침구사를 따로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침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빨리 노력하지 않으면 한국의 침구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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