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새해를 맞습니다.
인간은 돌고 도는 절기의 순환을 묶어 달을 나누고 계절을 나누고 해를
나눕니다. 그렇게 해를 보내고 맞으며 헤아린 내 나이 올해로 아흔 둘.
늘 그래왔던 것처럼 새해를 맞아 나의지난 시간이 어떠했는지 찬찬히 뒤
돌아 봅니다.

나는 지금까지 내 마음에서 시키는 한 가지 길만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나의 삶은 늘 고통 받는 사람들의 속에서 해가 뜨고 지는 세월이었습니다.
나의 발은 늘 환자가 있는 곳을 향해 걸었고, 나의 손은 늘 환자 몸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내 소원이 무엇이냐 물으면 "아픈 사람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내 생명이 끝날 때까지 반복될 한결같은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늘날 만연한인명경시 풍조를 지켜볼 때면 눈물이 나게 화가 납니다.
사람이 한 세상을 살며 자연적으로 찾아오는 질병에도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인데, 다분히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익에 눈이 멀어 도처에서 끊임없이 애꿎은 사람들이 다치고 생명을 잃어버려서야 되겠습니까! 이럴 때일수록 의료인의
손길이 아픈 사람들을 위안하고 스스로 일어서도록 도와야 합니다. 우리 의료인은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醫로써 義를 실천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한국의 뜸사랑이 醫로써 義를 실천하는 공동체이길 희망합니다.
그리고 어떤 장애와 경계에 상관없이 세계 곳곳에 밀알로 퍼져나가기를 희망합니다. 한 손엔 바늘 다른 한 손엔 뜸쑥 한줌을 쥐고 시작한 나의 인생이 한 세기에 가까워 오는데, 아직도 내가 꿈꾸는 "아픈 사람 없는 세상“은 길 위에 있습니다. 모든 의료인이 醫로써 義를 실천할 때 그 길의 환한 끝이 보일 것입니다.

여러분!
생명은 생명으로 귀중합니다.

                                              灸堂 김남수
일본 침구전문지 “醫道의 日本” 신년사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