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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구당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

협력국장

2003.05.15 00:00:00 목

구당 선생님께.

그간 안녕하신지요.
가만히 떠올리면 저희 가족이 누군지 생각 나실 거에요.
4월 17일 처음 진료를 받고 그 후로 매주 목요일 아들 아이 동반하고 갔었으니까요.
세 살 때 이마를 다친 저희 아들 아이를 보시고
그 때문에 코가 안 좋아졌고 그로 집중도 안 된다고 가르쳐 주셨지요?
산만큼 큰 제 남편과 달리 몸집이 작은 제게는 새로 치면 제일 작은 새라고,
그 몸에서 커다란 아들을 어찌 낳았냐고 하셨습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첫 진료를 받던 저희 세 식구, 이제 생각이 나시는지요?

이렇게 글월 올리는 것은 다름이 아닙니다.
너무 감사하단 인사를 여쭙고 싶어서지요.
그전에 자고 난 아들 아이의 방에 가보면
막힌 코를 푸느라 늘어놓은 휴지가 한 움큼이었는데
첫 진료를 받고 나서는 한 번도 휴지를 만져본 적이 없습니다.
의아해 물어보면

"엄마, 코가 하나도 안 답답해요."

하고는 씽긋 웃기만 하구요.

남편은 또 어떻구요.
코골이가 얼마나 심했는지 몇 년 전 주택에 살 때는
담 밖으로도 그 소리가 들릴 정도였는데
첫 진료를 받은 후로는
남편이 어디에서 자는지 이 방 저 방 찾아야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본인도 코를 심하게 골면 이튿날 아침 목이 심하게 아팠다는데
요즘은 그런 느낌이 없어 좋다고 하구요.
어디 그 뿐인가요? 잇몸 염증도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심해
칫솔질 할 때는 물론 낮에도 이를 타고 찝찔한 피가 흘렀다는데
요즘은 양치거품도 예전과는 그 색이 많이 다르고 낮에 흐르던 피도 멈추었다네요.
저 모르게 슬쩍 적어 냈던 치질도 한결 좋아졌다고 자랑을 합니다.

저는 아랫배며 엉덩이가 늘 냉장고 같았는데
요즘은 일 삼아 만져보고 싶을 만큼 훈훈해서 기분이 참 좋아요.
소화도 수월해지고 아프던 허리도 점차 부드러워짐을 느낍니다.
온 가족이 이렇게 몸으로 효과를 느끼면서
저희 부부가 요즘 우스개로 주고 받는 말이 있답니다.

"이 당, 저 당 많아도 구당이 제일이다!" 라구요.

저희 가족이 선생님께 진료를 받게 된 계기는 사실 저희 아들 아이 때문이었습니다.
1학년에 입학 하고부터 집중력의 문제로 학교 생활이 수월치 않아
아이들에게는 물론 선생님들께도 힘든 시선을 받아야 했거든요.
종합병원에 가 별의 별 검사를 다 받았지만 딱히 알려진 병도 아니고
어찌 하면 나아진다는 확증도 없이 그저 답답한 시간만 보내고 있었는데
우연히 TV에서 선생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어디 한 번 가 보자 했던 거지요.

처음 갔을 때 아이의 접수증에 적힌 병증을 보시고
아이의 얼굴을 찬찬 쓸어보시던 선생님께서
아이의 이마가 언제 이렇게 다친 건지 물으셨을 때는
그게 언제적 일인데 물으시나 의아했습니다.
7년 전 당시 몹시 놀라고 미안한 마음에 세살박이 아들을 부둥켜 안고
그 상처가 아무는 내내 가슴을 조이긴 했습니다만
상처 아물고 아이의 아픔이 가시면서
이마에 남은 흉터는 이 다음에 수술 해서 없애 줘야지... 하는 생각만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이의 집중력 장애가 그 다친 이마에 연류된 것이라는 말씀에
어찌나 놀랍고 가슴이 짠~한지 진료 받고 오는 동안에
눈물을 몇 번이나 찍어냈는지 모릅니다.
낳았다고 어디 다 부모일라구요.
부모도 못 찾아내 고쳐주지 못했던 것을 찾아내 고쳐주고 계시니
그 감사함을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겠습니다.

감사한 것은 그것 뿐이 아닙니다.
모든 병원이 다 예약제라 실제 고치고 싶은 병을 가진 이도
줄에 밀려 때를 놓치거나 안타까움에 발만 구르는 게 현실인데
제일 정직한 방법 선착순 접수를 행하고 계시니
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저희 같이 아이 ?문에 안타까웠던 사람들이
때를 놓치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참 감사 드릴 일이지요.
저희 사는 곳도 수원 끄트머리라 가는 길이 수월하진 않지만
그래도 그 전 날 밤을 차 안에서 새거나
가까운 모텔을 잡아 진료의 기회를 잡고 있습니다.
좀 어렵고 힘들긴 하나 저희가 가진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면
여간 다행스럽고 기꺼운 게 아닙니다.
선생님, 저희 가족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겠다는 맨 처음 생각은 날로 살이 쪄
지금은 든든한 동아줄을 잡은 것처럼 편한 몸과 마음이 되어 있습니다.

세 차례 침과 뜸을 경험하고
지난 번 구당 선생님께서 직접 뜸을 뜨시는 것을 본 아들 아이가 그럽니다.

"엄마, 할아버지는 아마 백 살까지 사실 거예요. 뜸을 뜨면 몸이 좋아지니까요."

저희 부부의 마음도 아이의 마음과 같습니다.
모쪼록 건강유지 하셔서 백세 훌쩍 넘으신 후에도
병 고치는 재미를 누리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병 고치는 재미로 오는 환자들 돌아가는 길에 웃음 걸고 가지요.

2003.05.15
수원시 팔달구 망포동 현대I-Park
장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