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 / 침뜸에 눈 돌리는 각국 보건의료 / 중-서 의학장벽 허물면서 침술 세계화 -----------
전통의료시장 석권 … 도하개발아젠다 의료․교육서비스 광범한 개방 요구
죽의 장막으로 알려졌던 중국. 30년 전 닉슨의 중국 방문 때 중국은 침으로 환자를 마취를 하면서 수술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개방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거대한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침시술을 한 것이다. 그 후 전 세계에는 침술 붐이 일어났다. 그리고 지난 99년 11월 WTO 가입이 성사된 이후 중국은 다시 침으로 세계시장을 뚫고 있다. 2005년부터 시행하기로 되어 있는 WTO 도하개발아젠다 국가간 협상에서 중국은 전통의학과 교육분야를 포함한 보건의료 분야에서 광범위한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 ‘중의’와 ‘침구’ 전공 구분 전문역량 높여
중국은 한중수교가 이뤄지기 직전인 92년에 이미 한국의 보건복지부장관에 해당하는 위생부 부장이 한국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하여 한국의 전통의학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갔다.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이미 한국의 전통의학 시장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의대를 졸업한 한국유학생들이 수천명에 이르러 이들의 한의사 시험자격 인정문제가 현안이 되고 있다.
중국의 중의사는 한국의 한의사와 약 3분의 1 정도만 같고 3분의 2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중국의 중의사는 전통의학적인 방법 뿐 아니라 현대의학적인 시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의사는 교육과정이나 진료현장에서 중의전공과 침구전공으로 전문화되어 있는 반면 한국에는 침구전공은 없고 중의전공에 해당하는 한약처방전공자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중의사를 한의사와 동일하게 보는 것은 피상적이다.
중국의 중의약대학에는 침구과 중의과 골상과 간호과 중약과 등이 있다. 중의학과에서는 침구에 관한 기초를 배우지만 약제처방을 중심으로 한 중의를 위주로 배우고, 침구학과에서는 침구학을 중심으로 배운다. 실습에서도 차이가 난다. 중의과 학생들도 침구 실습이 있기는 하지만 침구과 학생들에 비해 1/5~1/10정도에 불과하다.
중의약대학에서 유학하는 한국 학생들은 침구과 지원자는 극히 적고 대부분 중의과를 지원했다. 그 이유는 한국의 한의과가 중국의 중의과와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에 가서 한의사 시험을 보게되면 중의과가 한의사 시험 해당 과목 시간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의약대학에서 중의전공을 하는 유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사람들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학생들은 약보다는 주로 침구과를 지원한다. 구미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중약처방은 냄새 때문에 질색을 하지만 침술에 대한 반응은 대단히 좋기 때문이다. 침구의사가 환영을 받고 한약처방을 중심으로 하는 한방의사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것.
중의대 교육과정은 3년제와 5년제 등이 있다. 5년제 침구과를 졸업하고 나면 1년 간의 임상실습을 거친 후에 의사면허 시험을 봐야한다. 이 시험에 합격하면 직업의사가 된다. 3년제를 졸업하고 아직 직업의사 시험을 보지 않은 경우를 조리의사(助理醫師)라고 부른다. 조리의사도 직급과 급여에서 차이는 있으나 진료실에서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진료를 할 수 있다. 조리의사도 병원에서 시용기(試用期) 1년을 마치면 개업보조의사고시에 응시할 수 있다. 또 개업보조의사로 병원 등에서 2년 간의 임상 실습을 거치면, 개업의사 자격 고시에 도 참여할 수 있다.
중국 침구 교육제도의 또 한가지 특징은 국가가 명노의(名老醫)를 지정하여 제자를 둘 수 있게 하고 그 제자는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사승(師承)제도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에서 발전해온 전통의술을 제도권으로 끌여 들여 의료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있는 돋보이는 제도이다.
세계를 제패할 우수한 전통의학을 찾아내는 또 하나의 과정이 학술대회다. 군 단위에서 도 단위로, 도에서 다시 전국 규모로 이어지는데 민간의료인이든 제도권 의료인이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 과정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발표하고 뛰어난 의사가 발굴된다. 이러한 침술의 발전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중국 의사들은 각종 난치병에도 침술을 사용한다. 또한 전통의학인 침술과 현대의학을 접목시키는 작업도 활발하다. 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일찍이 중서결합의 제도를 추진했다.
-. 의사의 의술 선택범위는 무제한
중국은 병원(病院)이라는 용어가 없다. 의원(醫院)이 있을 뿐이다. 우리의 개인병원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은 ‘진소’(診所)라고 부른다.
중국에는 서의(西醫)의원, 중의(中醫)의원, 중서의결합(中西醫結合)의원으로 나뉘어 진다. 하지만 중국은 서의병원에도 침구과 중의과를 두고 있고 중의의원에도 수술실을 갖추고 있다.
의과대학에 중의과를 두고 있는 경우도 있고 의과대학의 교과과정으로 중의학이 있어 서의전공자도 중의의 기본소양을 익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서의도 진료과정에서 침구를 시술할 수 있고, 침구의사도 서의적인 치료방법이 허용되어 있다. 중국의 서의들은 침을 배워서 진료현장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우수한 침구의사 중에는 서의 출신들이 대단히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의사가 전통적인 의료방법을 쓸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경우는 한국 밖에 없다.
중국정부의 중의학 정책방향과 기조는 우선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을 동일한 위치에서 상호 발전시키고, 이것을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다른 나라에 비해 전통의학의 자원확보가 잘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서 결합의학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오쩌뚱의 일관된 지도사상으로서 당과 정부의 방침이다.
-. 중국 침술이 세계를 제패한다
중국의 중의학 세계화 전략은 △이론의 세계화 △민간차원의 학술교류를 증진 △정부 대 정부 차원의 협약강화 등 세 가지 기본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미 정부차원에서 법률, 제도, 교육, 연구, 약재의 상품화 등 전 분야에서 시스템을 구축해 오고 있으며 1995년 ‘95계획’에서는 중의약 산업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세계 50여 개국과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하여 중의이론을 보급하고 있고 실제로 미국의 동양의학대학은 대부분 중국에서 이론서를 수입하고 있다. 면허제도를 정비하여 경쟁력을 확보하고 교육과정도 정비하는 등 교육투자를 확충하고 있다.
1997년 6월 「중화인민공화국집업의사법」이 통과 되였고 1998년 5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었다. 그 전까지는 중국의 보건의료인력은 모두 교육과정을 마치면 필요한 지역에 공무원으로 배치되었다. 1999년에 처음으로 실시한 서의사, 중의사의 전국통일고시에 약 30만명이 시험에 응시하였고, 2000년에는 27만명이 응시했다. 전국 의사들의 수준을 통일하자는 목적으로 실시하는 이 통일고시는 단순히 국내용만은 아니다. 국내 의료인력을 세계시장에 내보내기 위해 시장경제에 맞게 규격화하여 포장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다양한 교육제도를 통하여 내국인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 외국인들 대상으로 한 연수과정을 개설하고, 국내와 다른 나라에도 중의학원을 설립하여 중국의 침술을 세계로 전파시키고 있다. 이는 외화획득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일종의 세미나 과정인 연수과정 안에는 침구학, 중의내과학, 중약학, 추나학 등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어 있고 기간도 1개월에서 1년까지 다양하다. 주로 유럽 및 미국계 의사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 한의사들도 많이 다녀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경, 광주, 상해, 남경 등에 있는 중의학원에는 중국의 전통의학을 배우려고 온 외국 유학생들이 넘쳐난다. 미주와 유럽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는 당연히 침술이다.
또한 중국에서 침구는 훌륭한 관광상품도 되고있다. 호텔 등의 각종 관광 시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항복에 보건침구(保健鍼灸) 이침조정(耳鍼調整) 등이 안내되어 있다. 침과 뜸을 관광서비스 품목으로 포함시켜 놓은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국가 중의약관리국이 비준한 2개의 고시중심 가운데 하나인 ‘국제침구고시중심’에서 실시하는 국제침구수평고시라는 국제적인 침술시험도 중국 침술의 세계화 정책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손중양(전 시민의신문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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