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의료행위 헌재판결의 의미와 과제

황종국 변호사 (7・29 헌재판결 변론담당)


1. 헌재 결정의 의미

  의료법상 무면허의료행위 전면 금지처벌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201
0.7.29. 합헌결정을 하였는데,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위헌의견을 내고 4명이 합헌의견을 내어 2/3를 요구하는 의결정족수에 1명이 부족하여 위헌결정이 되지 못했습니다만, 다수의견은 「의료법의 당해 조항들이 ‘사람의 생명신체나 공중위생에 대한 위해발생 가능성이 낮은 의료행위’에 대하여 이에 상응한 적절한 자격제도를 마련하지 아니한 채,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의료소비자의 의료행위 선택권과 비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습니다.  

  필자가 형사단독 판사를 하고 있던 1994년에 의료법상 무면허의료행위 전면 금지처벌 조항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이래 헌법재판소는 수차에 걸쳐서 만장일치로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 즉 합헌결정을 하여 왔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이번 헌재결정은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라는 다수가 위헌의견을 냈고, 합헌 의견을 낸 4분 중에서 한 분인 주심재판관도 법률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점에서 종전에 비하여 획기적인 발전을 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이러한 결정은 정부와 국회에게 의료제도를 개혁하지 않을 수 없는 당위성을 제시하고 제도개혁을 촉구하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점에서 의료제도 개혁의 공식적유권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2. 헌재 결정의 한계와 이에 대한 비판 

  (1) 그러나 한편,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면서 당장의 과제를 정부와 국회에 떠넘기는 교묘한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위헌제청이 주창한 핵심적인 문제는, 의사한의사만 치료할 수 있고 그 외에는 누구도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현재의 의료법이 타당하다면, 현실적으로 의사한의사가 고치지 못하고 포기한 수많은 환자들(그들이 오히려 다수입니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며, 돈이 없어서 의사한의사에게 갈 형편조차 되지 않는 수백만명의 의료극빈자들은 또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들에 대하여 국가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무조건 의사한의사 외의 치료를 금지하기만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최고이념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 등 헌법상 보장된 여러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또, 생명의 주인은 국민 각자이므로,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치료방법과 치료자를 선택할 권리는 궁극적으로 국민 각자에게 주어져야지, 국가가 법률로 그 권리를 박탈하는 극단적인 규제를 하는 것이 과연 이치(조리)에 부합하는 것이며 목적과 수단 사이에 상당성이 있느냐, 과잉규제 금지의 헌법원칙에 위반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수많은 재야 명의들이 있는데, 그들의 치료능력을 사장시키는 것은 헌법 전문이 선언한 바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 균등’과 ‘능력의 최고도 발휘’ 및 그 분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세계 최고의 자연의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 나라가 민간자연의술을 이렇게 극단적으로 탄압하는 것은 국가발전에 대단히 부정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고, 의료의 세계적 동향에도 역행하는 것임도 참고로 지적하였습니다.  

  그런데 헌재 결정을 합헌으로 유도한 소수의견들은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하여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무면허 의료행위를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그 치료결과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이 법의 규제방법은, “대안이 없는 유일한 선택”으로서 실질적으로도 비례의 원칙에 합치되는 것이다」라는 종래의 헌재 결정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였습니다. 의료현실에 대한 인식과 통찰력의 현저한 부족, 이 법률조항 때문에 당장에 고칠 수 있는 생명과 건강을 포기당한 채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의 문제를 ‘입법정책의 문제’로 간단히 치부하고 마는 무딘 감성과 상상력의 빈곤, 헌법의식의 결여 등을 통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합헌결정을 한 재판관들이 본인이나 가족이 의사한의사에게 가도 고치지 못하는 중병에 걸렸을 경우, 그 병을 잘 고치는 재야 명의가 있는데도 법률을 지키기 위해서 고통을 감수하면서 죽음을 기다릴 것인지, 나아가 가사 본인은 그렇게 한다 치더라도, 그런 태도를 전 국민에게 요구할 근거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점에서 이번 헌재결정은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는 장병두 할아버지 사건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건을 비롯하여 경향 각지의 법원에 지금도 계류되어 있거나 앞으로 제기될 여러 의료법위반 사건에서 한층 더 격렬한 위헌논쟁과 함께 새롭고 강화된 위헌법률심판제청 및 헌법소원 등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합헌의견은 아무리 양보해서 이해를 하려고 해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경직된 것일뿐더러, 헌법정신에도 도저히 맞지 않는 것인데, 헌법전문가들께서 정말로 어떻게 이런 어이없는 결정을 하였을까 하고 선의로 이해하려고 들면, 이 결정에 정치적 함의(含意)가 내재되어 있다는 추론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즉, 위헌임은 명백하나, 바로 위헌결정을 하였을 때 초래될 국가사회적 파장과 혼란을 생각하여 다수의견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위헌임을 표방하여 명분을 살리고 결정은 합헌으로 내어서 정부와 국회에 제도개혁을 촉구하는 압력을 줄 겸 개혁의 명분도 제공하는 방법을 일부러 채택한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정부와 국회는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빨리 제도개혁에 착수하여 이를 마무리해야 할 것입니다만, 가사 이렇게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생명’의 대의를 져버린 그 ‘잔꾀'에 선뜻 찬성할 수가 없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한계를 다시한번 음미하면서, 아쉬움을 버릴 수가 없는 결정입니다.    


3. 앞으로의 과제 

  헌재의 다수의견은 헌법의 명령이자 국민의 다수의견을 대변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국회는 이 결정의 의미를 받들어서 의료행위의 시술자격에 관한 의료법의 규정, 나아가서는 의료체계 전반을 재검토하여 이를 현실의 의료상황은 물론 미래에 예견되는 질병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그 개정작업은 당위성은 절박하나 방법에 있어서 백가쟁명의 위험성이 있고, 거기에 빠지다보면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때’를 놓칠 수 있으므로, 우선 기본방향과 기본원칙을 잘 설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긴요할 것입니다.

가. 기본방향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위헌이라고 판단한 다수의견의 논지를 기본방향으로 삼는 것이 불필요한 논쟁과 혼란을 피하는 첩경일 것입니다. 다수의견의 논지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데, 핵심은 ① 국민의 자유와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 국가는 후견적 기능에 그쳐야 한다는 것과, ② 그 방법의 한 예로서, 의술의 행태와 위험성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자격제도를 만들어 국민이 적절하게 선택하게 할 수 있게 하고, 형사처벌도 비난가능성이 있는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고, 헌법 제10조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국민 스스로가 경제성과 접근성을 고려한 최선의 의료행위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2) 의료행위의 범위는 의료행위의 전문성과 위험성을 고려하여 반드시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행위로 한정하여 비의료인에 대한 자유제한의 범위를 꼭 필요한 범위로 최소화시켜야 한다. 국가는 의료면허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국민의 의료행위 선택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필요최소한으로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대한 보장하여 주어야 한다. 

   (3) 의료소비자의 의료행위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 국가는 제도권 의료 외의 다른 치료방법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질병치료의 주체인 국민이 자신에게 유리한 의료행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여기에는 각 의료행위에 대하여 위험성을 포함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포함된다)을 조성해야 할 것이고, 국가의 역할은 여기서 그쳐야 한다.

   (4) 예컨대, 의료인에 의해 치료불가 판정을 받은 경우, 과다한 비용 등의 이유로 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를 선택할 수 없는 경우, 비의료인이 현재의 과학수준으로는 용납하기 어려운 치료방법을 썼으나 결과적으로 질병이 치료된 경우, 침뜸자석요법 등과 같이 부작용의 위험성이 크지 않은 경우 등에 있어서 국가는 국민이 다른 의료행위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행정적 감독 등 간접적 통제만 하는 것이 적절하다.

  * 예를 들면, 침은 경혈에 전기적 자극을 주는 것이고, 뜸(灸)은 쑥을 이용하여 경혈 부위에 열을 가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성이나 부작용에 있어서 통상의 의료행위와 비교가 될 수 없을 만큼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료행위까지 의료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의료행위에 대한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국민에 대하여 그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발생을 방지한다거나 건강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5) 이러한 국가의 역할을 위해서라면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를, 그로 인한 결과나 그에 이르게 된 정황을 불문 비의료모두료인에 의하는 것은 과잉된 수단임에 틀림없다.

즉,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료모두를 인에 의의 대상으로 하지 않고 그 중에서 환자의 질병을 악화시킨 경우 등 인벌에 의한 의료행위를, 그은 경우만을 추려내어 인에 의의 대상으로 하더라도 위와 같은 국가의 역할은 충분히 쟬를할 수 있는 것이며, 또 의료행위의 본질면에서 보더라도 어떤 방법을 사용하였 사질병이 치유되었다면, 그 어떤 이유라도(제도권 의료인들이 수용할 수 없는 치료방법을 사용했다 해도) 이를 인에 의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 중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형사적 비난가능성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사이비 의료행위 등에 의한 국민의 보건위생상의 위해 발생을 방지하면서도 의료소비자의 의료행위 선택권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6) 이 사건 조항들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국민의 의료행위 선택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을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다.

  예컨대, 의료행위의 태양에 따라 의학적 전문지식이나 생명신체의 위해성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므로,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게 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하여는(의료법 제1조), 국가가 의료행위의 태양이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성에 따라 다양하고 간이한 의료인의 자격을 설정함으로써, 의료소비자인 국민으로 하여금 적정한 비용이나 접근성에 맞는 의료행위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독일은 ‘면허없이 직업적인 의료행위를 시행하는 것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국가보건관청 소속 의사가 의사면허 없이 의료행위를 하고자 하는 자의 자격요건 및 당해 의료행위가 국민건강에 위험이 있는지를 심사하여 ‘치료사’ 허가를 함으로써 의사면허가 없는 자도 일정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고, 미국의 일부 주들은 침술사 면허제도를 두고 있으며, 일본은 의업유사행위자로서 안마사, 지압사, 침술사, 구사, 유도정복사 등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지만 의사면허를 취득할 정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행위에 대하여 의사의 면허보다 낮은 수준의 의료기능만으로도 자격을 취득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의료행위를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이 사건 조항들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국민의 의료행위 선택권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의료법 제81조는 “이 법이 시행되기 전의 규정에 따라 자격을 받은 접골사, 침사, 구사(이하 ‘의료유사업자’라 한다)는 제27조에도 불구하고 각 해당 시술소에서 시술을 업으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조항의 의료유사업자에 “보건복지부장관이 실시하는 침구사 내지 접골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를 포함시켜 침구 또는 접골만을 행할 수 있는 의료유사업자를 신규로 인정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경제성과 접근성을 고려한 최선의 의료행위를 선택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나. 기본원칙 

   (1) 헌법이 명시한 기본권 최대보장, 최소규제의 대원칙에 입각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특히 정부는 민간자연의술을 인정하더라도 이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간섭을 하려고 들거나 정부가 주도권을 쥐려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수의견이 제시한 것처럼 정부는 후견적 기능에 치중해야 합니다. 

   (2) 조리(條理), 즉 사물자연의 이치에 맞는 제도라야 합니다. 민간자연의술의 본질과 특성에 적합하고 이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제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는 거론할 것이 적지 않습니다만, 여기서 다 논할 수는 없고, 아래 몇 가지만 간단하게 언급하겠습니다.  

    ① 우선, 민간자연의술을 인정하는데 있어서 과학적 검증을 자꾸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의술은 당장의 질병의 고통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점에서 과학과는 다른 것입니다. 현대서양의학의 원산지인 서양에서조차도 과학과 의술은 다른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인데, 유독 한국에서는 자연의술에 대하여 자꾸 과학적 검증을 요구하며 백안시하려는 것은 경향이 강합니다. 목마른 자에게는 한 잔의 물을 마시는 것이 당장 급한 것이지 물에 대한 과학적 이론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경험적으로 치료효능이 인정된 것이면 우선 병을 고치도록 한 다음에 그 이론적 근거를 탐구하여 체계화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② 민간자연의술에 면허제 등의 제도화가 과연 필요하고 적절한지는 심사숙고를 요합니다. 

  헌재 결정의 다수의견에는, 국가는 치료의 주체인 국민이 자신에게 유리한 의료행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각 의료행위에 대하여 위험성을 포함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후견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데,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 견해에 찬성합니다. 

  민간자연의술은 그 종류가 심히 다양하고, 생성 경로도 여러 갈래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의술이 창출되고 있어서, 이를 어떤 틀 속에 가두어 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경향이 있습니다. 마치 야생동물을 우리에 가두어 두는 것처럼, 인위적인 제도화는 오히려 자연의술의 생명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침술에 대하여 면허제를 시행한다고 할 경우, 침술의 종류가 체침을 기본으로 하는 줄 알지만, 팔다리에만 놓는 사암침 또는 오행침, 손 또는 손발에만 놓는 수지침과 수족침, 귀에만 놓는 이침 등의 여러 가지가 있는데, 침술사 면허는 그 모두를 알아야 줄 것인지, 그 중 한 가지만 알면 줄 것인지 문제이고, 수지침과 수족침은 머리를 어느 손가락으로 보느냐는 관점의 차이에서 갈라진 침법인데, 어느 이론을 기준으로 시험을 쳐서 면허를 줄 것인지도 문제이며, 침술을 터득하는 과정을 보면 일반적으로 배워서 익히게 되겠지만 탁월한 의술은 오히려 스스로 깨달아 아는 지혜에서 생기고(그것이 동양의술의 근본 뿌리입니다) 신통이나 영통을 통해서 의술을 알게 되는 경로도 있어서 그 다양함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부적절합니다. 

  제도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면허를 주려면 적어도 시험이라도 쳐야 하고, 그러려면 또 교육제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인데, 이는 필연적으로 의술의 규격화와 형식화를 강요하는 것이 되어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③ 면허제를 시행하더라도, 면허를 반드시 제도교육의 이수 및 시험과 필연적으로 연결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제도교육을 이수하고 소정의 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 면허를 주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런 경로를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치료능력을 가진 사실이 증명되면 시술을 허용하는 융통성의 여지를 두는 것이 자연의술의 성격에 적합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명의들을 키워낼 수 있습니다.    

    ④ 민간자연의술을 의사한의사의 지배, 관리 아래 두어서는 안됩니다. 이는 발상의 잘못입니다. 이미 제도의료가 병을 고치는 한계가 빤하고, 다양한 의술에 대한 수요와 필요에 의하여 제도개혁이 요구되는 마당에, 제도의료가 잘 알지도 못하고 잘 하지도 못하는 영역을 제도의료의 주관하에 종속시키겠다는 것 자체가 조리에 맞지 않습니다. 민간자연의술은 독자적인 영역으로 인정되어야 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 손에 맡겨져야 합니다. 

  특히 의료일원화 논자들 중에는 소위 현대의학이라는 양의학을 중심으로 하고 한의학과 자연의학을 통합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양의학과 자연의학은 의술의 생성 경위는 물론 생명과 질병을 인식하는 패러다임 자체가 전혀 다르므로, 일원화를 하더라도 서양의학적 패러다임 하에 자연의술을 포섭하겠다는 생각은 천만부당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자연의술의 생명력을 죽여서 이를 아예 망치거나 반신불수로 만들게 될 것입니다. 자연의술의 오묘한 이치와 방법을 그대로 살리면서 이를 잘 관찰하여 의료 전체의 반성과 변증법적 발전의 계기로 삼는 것이 일원화의 올바른 자세일 것입니다.  

   (3)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자연의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사실을 전제로, 그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독보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의 기후 풍토와 기운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빼어나고, 흔히 ‘홍익인간’으로 표현되는 차원 높은 정신과 감성의 풍부함, 손의 기감각과 손재주에 있어서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바, 이러한 자질은 모두 자연의술에 필요하고 적합한 자질들입니다. 한반도는 유럽 전역에서 나는 식물의 종류와 맞먹는 수종을 보유하고 있고, 산삼, 인삼, 장생도라지, 은행나무잎 등으로 상징되는 땅의 약성은 세계 제일입니다. 이러한 의료자질 때문에 50년이 넘는 모진 핍박 속에서도 자연의술의 세계적인 명의들과 탁월한 의술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 위대한 치유능력을 전 세계 인류를 위해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러려면 이 의료자질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독보적인 제도로 가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의료제도는 참고로 할지언정 이를 모방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세계 최고의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의료제도도 우리가 세계 최고의 것을 창안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세계 최고의 의료강국이 될 수 있는 길이고, 국부창출과 국가발전의 위대한 원동력을 만드는 길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이런 정도의 안목은 가지고 의료정책을 다루어야 할 것입니다.         

   (4) 미구에 닥칠 병겁에 대비할 수 있는 의료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미구에 병겁이 닥친다는 것은 예언이 아닙니다.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환경이 병겁의 도래를 필연적인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전대미문의 질병들이 쏟아져 나올 때가 멀지 않았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공기, 땅, 물, 음식, 어느 하나 오염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기운들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본래의 생명력을 잃고 비정상적으로 변형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생활방식도 자연적인 것으로부터 너무 멀어졌습니다. 가정파탄의 급격한 증가, 사회적 스트레스, 비인간화의 만연 등도 모두 질병의 유발인자들입니다. 과거의 성인병들은 이제 성인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질병의 양상은 양적 증가의 단계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질적 변화를 하게 마련이고, 그때 쏟아지는 새로운 질병들에 기존 제도의료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의료를 보는 안목을 미리 바꾸고, 깊고 길게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인류는 몰살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그 대응책은 자연의술 속에 있습니다. 자연의술의 무한한 능력과 지혜를 극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의료제도를 빨리 만들어야 합니다.       

  다. 구체적인 제도개혁 방안

  우선 열린 마음으로 활발한 국민적 토론을 거쳐보는 것이 좋겠지만, 어중이  떠중이의 중구난방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어서 걱정입니다. 원칙을 바르게 정하고, 지혜로운 접근으로 우선 개혁안의 초안을 만들어서 이것을 가지고 전문적인 토론을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졸견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