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의학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 토론문

조병희 교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1. 의료행위의 개념과 대체의학 

  이번 대체의학 사건에 대한 헌재 결정의 초점은 ‘의료행위’에 대한 개념과 범위에 관한 것이다. 의과대학이나 의료기관에서 의사(한의사)가 관행적으로 시술하는 진찰, 검사, 투약, 수술 같은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도 독점이 인정되고, 일반인들도 이를 의사의 영역으로 존중한다. 문제는 그 관행의 범위를 벗어나는 대체의학 영역에 대해서도 의사의 독점적 기술권한이 존재하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판례는 대체의학 영역도 부작용 등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의 시술은 불가하고 의사에게만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의 헌재판결은 이를 사실상 뒤집고 일반인의 시술을 허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체의학 영역은 상대적으로 시술에 따르는 위험부담이 낮을 뿐만 아니라 시대적 변화와 함께 새롭게 개념화된 건강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적용하여 스스로의 판단에 의하여 자기 몸의 건강을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전향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만성질환 시대에는 건강구조가 매우 복잡해지고 병의원에서의 치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자기 몸을 관리하고 건강한 습관을 실천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음식과 영양, 운동과 체력관리, 절주와 금연 등에서 스스로 노력하여 건강을 향상하려는 사회적 운동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대체의학 역시 그러한 시대적 흐름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대체의학은 몸과 마음과 영혼의 상호연계성을 주장하면서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심령적 건강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철학적 담론을 갖고 있다. 이러한 측면이 기존의 의학에서는 이해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전세계의 대체의학 신봉자들은 이에 대한 믿음이 크고, 자신의 삶과 생활을 총체적으로 건강지향적인 것으로 바꾸어 나가려는 대중적 운동을 펼치고 있다. 

  요약하자면 지금까지 대체의학에 대한 판결은 의학적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부작용을 이유로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이번의 판결은 이러한 의료행위의 개념을 대체의학 영역에까지 무차별하게 적용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며, 또한 대체의학을 소비자의 건강관리에서 주체적 자기결정권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 대체의학의 제도화

  헌재의 판결의 의미를 제대로 구현하자면 대체의학을 이용하고 시술하는 권리는 국민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것이어야 한다. 만일 어떤 대체의학이 시술에 따르는 위험성이 크고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제도권 의학의 범주에 넣어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는 방향에서 대체의학의 제도화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대중에게 대체의학을 허용한다고 했을 때 “아무나 의사노릇을 한다고 나설 때 의료계 질서가 무너지고 국민들에게 오히려 손상을 초래하고 비용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일차적인 대답은 일정 수준의 제도화는 필요하고 제도화를 통해서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체의학의 종류에 따라서는 일정한 지식과 기술의 습득이 필요한 요법도 있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요법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구분은 외국의 사례를 참조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면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동종요법, 카이로프랙틱, 침술 같은 것은 외국에서도 (전문)대학 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시술권을 주고 있다. 의사들의 경우라면 수백시간 교육을 전제로 시술자격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자석요법, 아로마 요법 같은 경우는 단기간의 강습만으로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인 대안은 동종요법, 카이로프랙틱, 침술 같이 대중적 선호도가 높고 또 교육자격제도가 정비되어 있는 외국사례를 쉽게 참고할 수 있는 요법들을 선정하여 (전문)대학 수준의 교육제도와 자격시험제도를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규학위 과정이 아닌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자격인증과정의 형식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외의 요법에 대해서는 국민 누구나 시술할 수 있도록 개방하면 된다. 물론 어떤 시술자가 어느 정도의 교육을 필요로 하고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할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자격인증제도를 실시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충분한 논의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대체의학이 제도화되기까지에는 1-2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사안의 중대함을 인식하여 정부(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와 국회가 입법화를 서두른다면 그 기간은 1년 이내로 단축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체의학 제도의 정착과 운영을 위해서는 이를 총괄하는 정부부서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현재 정부 내에는 대체의학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 그런데 대체의학 요원들의 자격인증과 관리, 관련 의료인들간의 갈등조정, 대체의학 연구의 진흥 등을 담당하는 정부부서의 설치는 필수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제도의 초기정착 과정에서는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기구도 필요할 것이다. 다만 이런 기구가 전문의료인만으로 채워져서는 안될 것이고 대체의학 시술자나 이들의 입장을 대변할 공익대표들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대체의학 제도의 도입은 기존 의료계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침술의 경우에 지금까지는 의료법에 따라 의사는 서양의학만을 시술하고 한의사는 한의학만을 시술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침술을 대체의학으로 인정하여 제도화할 경우에 이러한 제한규정이 상당부분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일반인에게도 침뜸을 허용하게 되면 당연히 의사들도 침뜸을 시술할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한양방 시술의 구분 및 제한은 과거에 의사 및 한의사의 업권을 보호하고 불필요한 업권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서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의학의 수준이 발전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오히려 갈등을 부르는 요인이 된다. 한의사들도 현대 진단기기를 사용하려 하고 있고, 의사들도 침술에 대한 관심이 많다. 따라서 대체의학 제도의 도입이 이러한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의사에게 침뜸 시술의 자격을 주는 데 필요한 자격요건은 일반인과는 다르게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100시간, 200시간, 400시간 등의 관련 교육을 이수하면 침술을 시술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만 시간수에 따라 시술의 범위에 차등을 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의사에게 침술을 허용할 때에는 이와 같이 일반인보다는 짧은 교육시간이지만 일정교육을 이수할 때 시술자격을 주는 방식으로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한의사들에게 의료기사 지휘권을 주는 것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면 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대체의학의 제도화는 단순히 대체의학만의 문제는 아니고 기존 제도권 의료에서도 불합리하게 만들어져 있던 의료직종간 영역구분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더불어 이번의 판결과 관련하여 한의사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한의사들도 과거와는 달리 스스로를 전문적인 진료를 담당하는 전문의료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에 하급 의료기능직으로 그 역할이 부여될 침술사와 영역다툼을 하기보다는 전문의료인 직능에 부합되게 역할을 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료정책에 일정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의학과 한의학에 한정된 의료체계를 유지해 왔고 그러다보니 대체의학 영역은 기본정책이 사실상 부재했다. 대체의학 제도는 단순히 대체의학 시술자를 인정하는 차원을 넘어서 국민의 주체적 건강관리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전문의료인 지원 중심의 의료정책에서 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보건의료 정책의 기조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러한 변화된 정책기조 위에 설 때 대체의학 제도 인정과 도입의 진정한 의미가 구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