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5년 전쯤 되는것 같다.
어떤 사람이 코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어디서 배웠는지 기억은 없지만 나는 그 사람의 머리 뒤쪽을 손가락으로 눌러 코피를 멈추게 한 일이 있었다. 그것도 2번씩이나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자리는 아문(瘂門), 풍부(風府) 자리쯤 된다. 책에는 그 두 곳 모두 뉵혈(衄血)을 주치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니 과연 그 방법 때문에 코피가 멈췄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코피는 멈췄다. 좌우지간 그와 같은 신비스러운 사건(!)은 지금까지 항상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들
뜸사랑에 입문한다고 지원서를 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중급반을 마치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1주일에 한번씩 돌아오는 강의시간은 정말 기다려지고, 흥분되었던 시간이었다. 잠깐 사이에 이룰 수 있는 공부가 아니라고는 생각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깨우쳐 보려고 혈자리 등을 보면서 머리가 지근거리게 보냈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풍(風)이 심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지나온 시간을 생각해 보면, 아니 침뜸만 생각하면, 흥분해서 쿵쾅거리는 심장고동소리를 나는 느낄 수 있다. 어쨋거나 뜸사랑의 침뜸을 만난 것은 나에겐 커다란 행운이었다.
교수님께 감사를 드리며
몇 시간씩 이동하여, 강의하시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을텐데 먼곳에서 오셔서, 하루종일 강의를 하셨던 교수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강의중 자칭 “총각”(님!)의 자침시범은 그야말로 감탄 자체였다. 우리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자신의 몸에 과감하게 자침했던 시간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수업시간 내내 생각했던 것은 “어디서 이러한 힘들이 나오는 것일까?”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얻은 결론은 아마도 ‘침뜸의 마력(魔力)’과 함께 한 ‘뜸사랑의 괴력(怪力)’ 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물론 혼자서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뜻으로 有志竟成(유지경성)이란 말이 있다. ‘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뤄진다’라는 뜻이다. 좌우지간 이렇게 뜸사랑을 믿고, 아끼는 그런 마음 때문에 그런 힘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어머니와 무극보양뜸
73세이신 우리 어머니께서는 몸이 항상 안 좋으시다. 수십년전부터 몸 여러군데 고장(!?)이 있으시고, 7년 전 쯤에는 구안와사가 있었다. 무극보양뜸을 6개월 가까이 뜨고 계시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건강이 많이 좋아지심을 느낄 수 있다. 혈색도, 밥맛도...
옛말에 건강한 사람은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X 잘 싸고’ 한다는데, 지금은 어머니가 그러하시다. 어머니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별 아는 것도 없는 자식을 믿고 하루도 안 빠지고 지금까지 꾸준히 뜸을 떠주셔서 말이다. 그래서 뜸사랑이 더욱 사랑스럽다.
배워서 남주는 시간들
뜸사랑 공부를 시작한 후 구당(灸堂)선생님을 가까이서 두 번씩이나 뵐 수 있었던 것이 개인적으론 큰 영광이었다. 광주에서(5.17-18)와, 가거도(8.1-3)에서의 봉사였다. 광주 봉사 에서도 그랬지만, 특히 가거도 봉사에서는 더욱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던 시간이었다.
육지에서는 먼 그곳 섬사람들에게 의료혜택은 너무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봉사를 마친 후 그곳 섬사람들과 헤어질 때 그들은 너무도 아쉬워했으며, 뜸사랑과 자매결연을 맺어 내년에도 꼭 만나자고 했던 그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히 들려오는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또한 나도 그 손길의 한 모퉁이에서 작으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끝없는 도전과 용기
지금까지의 6개월 간의 침뜸공부...“어려운 공부였다. 그러나 이제 시작의 시작이고, 평생을 해야 될지도 모르는 앞으로도 공부는 어려움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나의 심장고동은 또 다시 곤두박질을 치면서, 방망이질 해 댄다. 이는 앞으로 접해야 할 시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미지의 세계에 도전해 가고 있다는 기쁨에 찬 설레임 때문이기도 하다. ‘어려우니까 재미있지’ 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러면서 다짐해 본다. 뜸사랑의 큰 뜻에 어긋나지 않는 한 알의 작은 밀알이 될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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