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저 어르신 발걸음 좀 봐요, 저렇게 빠르고 힘찬 발걸음이 아흔을 바라보는 어르신이라니 믿을 수 없네...”
충북 옥천읍 대천리 노인회 사무실 옆 야트막한 언덕배기 길을 함께 걸으면서 앞서가시는 灸堂 김남수 선생님을 보고 S신문사 E이사님의 놀라신 표정과 멘트였다.
지난 8.14-15일 양일간 우리 뜸사랑 봉사단은 구당 김남수 단장님을 모시고 충북 옥천읍에 침뜸봉사를 다녀왔다. 이 기간 동안 옥천에서는 "제1회 옥천 언론문화제"가 열렸는데 언론문화제 조직위원회의요청으로 지역주민에 대한 침뜸봉사를 하게 되었다. 우리 뜸사랑 봉사단은 현재 서울 안국동에 소재한 시민의 신문사에 침뜸봉사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옥천언론문화제 조직위원회와 시민의신문사가 연계되어 봉사를 하게 된 것이다.
언제나 가슴 설레는 침뜸봉사
지난 8월초 봉사국장님으로부터 옥천에서 있게 될 침뜸봉사에서 봉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할 것을 권유받았다. 지금까지 지방에서 열리는 침뜸봉사에 몇 차례 참여했다. 새로운 지역의 침뜸봉사는 색다른 문화와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배워서 남주자"는 여러모로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이 기쁨은 구당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평상시 배우고 익힌 침뜸을 병들고 아픈 이들을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이 아닌 타인을 위해 섬기며 사는 기쁨이다. 또한 침뜸을 배울 수 있었던 행운에 늘 감사하고 있는 마음이기에 잡다한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옥천 지역으로 봉사를 떠났다.
옥천봉사단 요원은 8월14일 아침 7시까지 청량리 뜸사랑 사무처에 도착해야하는 타임스케줄에 따라 혹, 늦잠이나 자지 않을까 몇 가지 장치를 해둔다음 잠을 청했다. 마치 소풍을 앞둔 초등학교 1학년 아동의 설레는 마음처럼 그렇게 밤을 새우고 청량리에 도착하니 7시10분전이었는데도 모두들 나오셔서 소품정리와 출발을 서두르고 계셨다.
구당 김남수 봉사단장님과 강경돈 교수님, 박옥희 선배님 및 동료 뜸요법사 14명 등 모두 16명이 옥천에 도착한 것은 오전 아홉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8월의 눈부신 햇살아래 검푸른 신록과 산야에 묻혀 고즈넉히 자리 잡은 옥천은 故 육영수 여사님의 생가가 있고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전형적인 농촌의 소도시이다. 주민들은 소박하고 아직도 어릴 때 고향에서 느끼던 순수함에 젖어있는 아름답고 풍족한 고장인 것 같았다.
허리펼 틈 없는 침뜸봉사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준비해간 침뜸재료 등 진료를 위한 준비를 서둘러 마치고 이미 와서 대기하고 계시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침뜸봉사를 시작했다. 봉사요원은 한정된 인원에 한사람이 봉사하는 환자수가 많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더군다나 냉방시설도 없어 땀을 뻘뻘 흘리며 진료에 임해야 하는 환경이었다.
침을 처음 대하는 분, 더구나 뜸은 어떻게 하고 또 불로 몸을 뜨겁게 한다는데 괜찮은가 라는 두려움에 찬 질문을 하시는 어르신이 많았고 인근 영동읍에 살고 계신다는 60대 중반의 남자분은 좌골신경통으로 오랜 세월 고생을 하고 있던차에 옥천에 살고 있는 딸에게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하신 鍼할아버지와 그 일행이 옥천에 와서 침뜸을 해주고 있으니 빨리 다녀가시라는 급한 전화를 받고 새벽같이 달려 왔노라“는 말씀도 하셨다.
침뜸 한번으로 십년질병 쫓아냈다
우리 봉사단이 도착하기 며칠 전부터 그 지역 언론을 통해 홍보가 잘 됐는지 옥천과 인근지역에서 많은 환자분들이 봉사실을 찾아 오셨다. 이틀 동안 무려 220여명이 진료를 받고 다녀가셨으니 봉사단원 모두가 처음부터 끝나는 시간까지 허리 펼 틈조차 없었다.
어느 지역이든 나이가 들면 공통적으로 중풍, 당뇨, 관절염, 요통, 동맥경화와 그에 관련된 고혈압 등 만성병증의 환자들이 많은 것 같다. 심한 허리통증으로 십수년간을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양약, 한약, 단방약 등 안 먹어본 게 없다는 칠순의 어느 할머니의 말씀이 기억난다.
“침과 뜸을 동시에 처음 맞아 보았는데 단 한차례인데도 쑤시는 듯한 허리통증이 싹 가시는 것 같고 이렇게 몸이 가벼울 수가 없다”면서 아주 신기한 표정으로 몇 번이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남기고 진료실을 나가시는 걸 보았다. “아! 내가 이렇게 다른 이들을 위해 요긴하게 쓰여지는구나”하는 뿌듯한 감동으로 한순간 잔잔한 행복감을 느껴보기도 했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진지하고 최선을 다해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며 問診, 切診 등 4診을 통한 진단으로 병소를 파악하고 침뜸진료와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후유법을 이행하고... 고급반에 올라가 처음 창신봉사실에 견학했을 때의 감탄과 경이로움을 느꼈다. “우리나라의 어느 곳, 어느 병원, 진료기관에서 이토록 진심으로 친절하게 그것도 무료로 불우한 환자들을 대하는 곳이 있단 말인가...” 선배님들의 봉사하시는 모습을 보고 처음 찾은 봉사실에서 느꼈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의 신선한 충격은 내 자신에게 깊숙이 전이되어 뜸사랑 회원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배우고 익혀 진정으로 봉사하는 뜸사랑 회원이 되기를 다짐했고 지금도 수시로 마음을 가다듬어 그때의 자세를 견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아마 이러한 봉사자세는 나뿐만이 아닌 모든 뜸사랑 회원들이 공유하는 모습일 것이다. 이번 옥천에서도 봉사요원 모두 한결같이 침착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봉사하는 모습들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영원한 청년 김남수 단장님
특히나 灸堂 봉사단장님께서는 봉사요원 한분 한분의 자침자세와 취혈위치 등의 지도를 위해 이곳저곳을 순회하시느라 한시도 쉬실 틈이 없으셨다. 온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구당 선생님의 노익장은 우리 붕어빵 제자들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灸堂 선생님을 처음 만나는 이들은 어김없이 놀라는 것을 발견한다. 서울 S신문사의 E이사님처럼....
진료를 희망하는 환자들은 수없이 많은데 시간과 인원의 제약으로 모두 치료해드리지 못하고 떠나온 깊은 아쉬움이 있다. 언론문화제행사를 주관하신 오한흥 옥천신문사 사장님은 헌신적으로 봉사해준 뜸사랑 봉사단에 몇 번이나 칭찬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찾아와 진료를 받고 가신 분들은 이색적인 뜸사랑 봉사단의 활동에 깊은 인상을 담아가셨으리라 생각된다.
"어둠 속에 촛불이 됩시다" 灸堂 김남수 단장님이 올해 신년사에서 하신말씀이다. "조그마한 하나의 촛불은 햇볕아래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깜깜한 어두움 속에서는 어떠합니까? 침뜸이 국민의술로 자리 잡는 그날까지 우리 뜸사랑은 어둠 속에 촛불이 됩시다"
우리 뜸사랑 활동이 여러 집단으로부터 공격받고 이로 인해 힘든 때가 많지만 부디 오래도록 전통의술을 계승․발전시키고 국민건강을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현실은 우리의 희망을 과연 얼마만큼 수용해줄 런지 알수 없지만 뜸사랑의 장래가 순탄하게 잘 운영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옥천 침뜸봉사에 함께 수고하신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우리 뜸사랑의 무궁한 발전을 빌면서 끝맺음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