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세 번의 주말 강의 중
몸 아파 빠진 한 번을 제하고 어제까지 두 번을 참여하였는데 그때마다 참 대단하시구나하는 감탄을 했습니다.
아무리 안 아프다 하여도 몸에 바늘이 들어가는 건데
어쩌면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신의 온몸을 찔러대시는지...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벌렁벌렁 진정할 수 없었습니다.
하시는 말씀 중
이론에 치우쳐 치료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움에 대한 말씀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데
그러면서도 아들아이를 눕혀 놓고 끝내 뜸만 뜨고 마는 제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지요.
그런데 어제까지 강의를 듣고는 제가 좀 변했습니다.
탈 날 일을 저리 목청 높여 외치실까,
배우는 입장이라면 실천이 우선이다 싶어
어제 오늘 이틀 동안 아들아이 코 주변에 침을 놓아 주었습니다.
무얼 믿고 그렇게 편안한 표정인지 아들아이는 눈 딱 감고 미동도 않는데
아직 그런 녀석의 어미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기만 합니다.
그래도 이나마 하는 것은 다 선생님 덕이지요.
선생님의 강의를 듣지 않았다면
아직도 저는 망설이는 눈으로 침만 바라보았을 위인일 게 뻔하거든요.
그런데요, 선생님 이런 말씀 어떨지 모르겠으나
강의 시간에 선생님 자신의 몸에 침 찌르는 거 말인데요.
너무 많이 찌르지는 마셔요.
지금 찌르는 반만 하셔도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저처럼 모자라는 사람도 이제 침을 잡는데
저보다 나은 여러 학생들은 벌써 해냈을 게 분명한 걸요.
몸을 사리지 않는 열강에 경이로운 감탄이 들다가도
문득 얼마나 아프실까 생각 들면 얼마나 송구스러운지 몰라요.
오가는 제게 도움 주시는 선생님께 무엇이라도 보답 드리고 싶은데
손 부끄럽게 내어놓는 작은 간식마저 전혀 드시지 않아 어쩌면 좋을까 합니다.
끼니 외에 별다른 간식을 안 하시는 선생님을 보며
혹시 선생님께서 살을 더 빼시려는 목적이 선명히 뼈 드러난 몸으로
학생들에게 여기는 경추, 여기는 요추...
실감나게 가르치려 하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막 듭니다.
자신의 온몸에 침을 찌르며 강의 하시는 걸로 보아
이런 추측이 드는 건 아주 당연한 일 아닐런지요.
언젠가 제가 겁 없애는 침이 없는냐 여쭌 적이 있지요?
정말 겁 많은 저란 사람의 눈에 보이는 할아버지와 선생님의 경지는
에베레스트보다도 높고 또 높아만 보입니다.
그 아래 언저리에서 이제 한 걸음 뗀 사람이니
선생님 보시기에 얼마나 까마득할 지 모르겠어요.
느린 걸음이라도 올라야 할 산이라면 꼴등으로라도 오르겠지요.
족삼리 열심히 떠서 중간 낙오는 막아야 할 일입니다.
선생님, 귀한 강의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내일도 저는 뜸자리 잡는 선생님 뒤에서
두 눈 동그랗게 뜨고 경이로운 손놀림을 바라보겠지요.
그도 감사합니다.
2003년 9월 수원에서 장 아무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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