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은 한약처방' '침구는 유사의료행위' … 위헌 논란 끊이지 않아 //
62년 이후 법적으로 침구를 한의사들이 독점적으로 할 수 있는 의료행위냐는 데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의사는 한약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인일 뿐이고, 접골사와 함께 유사의료업자로 분류되어 있었던 침구사는 그 양성제도가 폐지되어 침구시술권은 공중에 뜬 상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침구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하여 침구시술 인력을 양산해야 한다는 운동이 이어졌고, 헌법재판소가 생긴 이래는 해마다 한의사들의 침구시술 독점이 위헌이라는 주장의 헌법소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의료관계법인 국민의료법 시대에는 분명 의료유사업자인 침구사에게 침구시술권이 있었지만, 박정희 정권이 1962년 국민의료법을 의료법으로 바꾸면서부터는 침구시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다만 의료법으로 고치기 이전에 침구사 자격을 취득한 자에 대해서만 경과 규정을 두어 기득권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즉 침구시술권을 한의사에게 이양 또는 부여한다는 규정이 의료법 어느 곳에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법 2조 1항은 의료인이라 함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를 말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2항의 3호는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법적으로 '한방의료에 침구가 속한다고 볼 수 없다'는 근거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 하나는 언어사적 접근이다. 한방(漢方)이란 원래 중국 한나라의 약 처방이라는 뜻으로 써 오던 말이다. 중국말로 方(FANG)은 '약의 처방'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의 의료사를 보면 이미 당나라 시절부터 침구과를 분리시키고 약제처방을 담당하는 전문분야에 대방(大方) 소방(小方) 등의 방(方)자를 붙여왔다. 이러한 중국의 의료제도를 받아들인 조선에서도 침의(鍼醫)와 별도로 대방의(大方醫) 등의 제도가 구한말까지 있었다. 우리와 같이 한자문화권에 속하고, 근대에 들어서는 우리나라 제도사에 크게 영향을 미친 일본에서도 한방은 약제처방이라고 풀이하고, 침뜸은 한방과 전혀 별도이다. 따라서 한방이라고 하면 약제처방을 나타내는 것이지 침구처방을 나타내는 말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약 40여년 동안 침구가 한방에 속한다며, 한의사들 외에는 침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세뇌되어 왔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제도사적 측면에서 침구를 한의사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해석이다. 62년 국민의료법에서 의료법으로 고칠 당시까지만 해도 한의사는 침구를 전혀 배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격시험에도 침구학이 단 한 과목도 들어있지 않았다. 1961년 대법원 판례(대법원 4292행상122호 판결)도 침구사 자격증이 없는 한의사가 침구를 시술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짓고 있다. 전통 침구인의 수렴 없이 한약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집단에게 침구를 독점시킴으로써 침구의 시술이 불가능함은 물론 침구인의 후진양성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장까지 지낸 바 있는 원로 한의사 배원식 씨는 지난 1995년 '자신은 침구를 배운 바도 없고 시술할 능력도 없다'며 한의사 면허로는 침구를 할 수 없다'고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다 민원호소까지 냈다.
위 '청원서'를 제출한 배원식씨는 청원서에서‘청구인이 취득한 한의사 면허 범위는 순수 한약재에 의한 한방의료행위만을 전담하는 한의사 면허이며 이들 한방의료행위 외에는 지난 60여년간 임상에서 일체 취급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며, 또한 '면허 취득 당시 침구시술행위가 검정과목에서 제외되어 침구 시술을 행할 자격도 없을 뿐 아니라 일평생 침구 시술을 행한 적이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배원식씨가 제출한 청원서에 대하여 의료보험조합연합회는‘현행 의료법상 한의사 면허를 소지하고 한의원을 개설한 자는 침구 행위가 가능하며 따라서 청구인의 침구 시술행위도 위법이 아니고…(후략)’라는 회신을 보냈다. 이에 따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청원이 이유 없음을 들어 각하했다. 다시 말해 위 청원서에 대한 답변 내용은 '침구술을 배운 적도 없고 시술한 적도 없고, 검정과정을 거치지도 않았지만 돈을 받고 침구시술을 해도 된다.'는 것으로 전혀 설득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셋째로 현행법 분석에 따른 것이다.
보건당국도 의료법에는 한의사의 침구시술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음을 인정하고,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한의사는 침구시술을 할 수 있다'고 할 뿐이다. 그런데 한의사의 침구시술을 인정하는 규정이라고 들고 있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8조는 시험과목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침구학이 시험과목에 전혀 들어 있지 않던 1962년 이전에 한의사 자격시험에 응시, 자격을 획득한 2천여명의 한의사에게는 침구시술권이 없어야 하고, 침구시술권이 없는 한의학 전공자에게서 교육을 받은 이들이 침구를 교육한 것이 되므로 자체 모순에 빠진다.
또 의료법 시행규칙 제30조 '진료과목 표시'에 대한 항목도 들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한방병원 또는 한의원에 있어서는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등과 함께 침구과를 진료과목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에 의해 한의사가 침구를 시술할 수 있다는 보사부의 해석은 '단지 표기할 수 있는 진료과목 안에 침구과가 들어있다'는 뜻인데 이는 상위법에 규정되지 않은 것을 표기하도록 해 놓은 것이니 이 또한 상위 법률을 위반한 유권해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의료법 체계상 침구사에 관한 언급이 의료법 2조에 들어 있지 않고 60조에 의료유사업으로 규정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의료행위라고 보기보다는 의료유사행위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의하면 침구사 면허영역을 한의사가 업으로 하는 경우가 되므로 한의사의 침구시술은 면허이외의 의료행위가 되어 위법이라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침구가 한방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되고, 침구를 전혀 배우지도 않고 시술능력도 없으며 검정까지 전혀 거치지 않은 한의사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한의사의 침구시술에 대해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침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민간요법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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