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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술 실현하는 국민의술, 침뜸

이현경기자(리더스코리아)

2004.03.17 00:00:00 수

뜸사랑 홍흥길 교수 인터뷰
전통민간의술인 침과 뜸을 연구, 보급하고 사회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인술(仁術)회복 운동을 전개하는 단체가 있다.
국민복지 향상과 인류건강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정통침뜸교육원/뜸사랑. 뜸사랑 홍흥길 교수를 만나 뜸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침과 뜸은 인류 최초의 의술이고 원시의학이다. 그래서 옛말에 침은 일자무식이라도 잘 놓을 수 있다고 했다. 누구라도 어느 자리에 침을 놓아 병이 낫는지를 눈여겨보아 익힌다면 그와 똑같은 병은 직접 침을 놓아 고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뜸 역시 마찬가지다. 그만큼 침과 뜸은 학보다는 술이 앞선다는 뜻. 물론 침과 뜸으로 여러 가지 병을 고치는 의술자가 되려면 의학적인 지식과 전문적인 기술을 오랫동안 익혀야 한다. 하지만 누구든 아는 만큼 시술할 수 있고 그만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뜸살리기 운동
천지간의 우뚝 각자의 생존체계를 갖추고, 세상 만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 무릇 생명은 스스로 건강하게 살고자 한다. 의술은 이 모든 생명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방편에서 나왔다. 따라서 의술은 어느 누구도 사사로이 소유해서는 안되는 자연의 도술(도술)인 것이다. 이를 일러 인술(仁術)이라고 한다.
근래 반세기 정도의 짧은 기간동안 우리는 농경사회-산업사회-정보사회라는 세 시대를 한꺼번에 겪고 있기에 그에 따른 사회환경과 자연환경의 큰 변화를 마주한 우리 모두는 심신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더없이 중요시 되고 있다. 하지만 질병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의술은 상술로 전락, 병 고치는 일보다도 돈버는 일에 더 치중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뜸사랑> 홍흥길 교수는 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뜸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지금 이 땅에는 인술 회복운동이 절실합니다. 뜸사랑은 탁월한 우리의 전통만간의술인 침과 뜸을 살려 국민들에게 되돌려 주고, 나아가 전 세계 인류가 침뜸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뜸사랑은 침과 뜸을 연구․보급하며 전승문화유산의 지킴이가 되고, 홍익인간의 정신을 오늘에 되새기며 사회봉사활동에 임하고, 침뜸의 계승 발전을 위한 제도마련을 추진합니다. 뜸사랑이 침뜸 인술을 회복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홍 교수가 뜸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대학시절 때이다. 그 당시 허리를 다치고 6개월간 고생을 한 그는 동네에 뜸을 뜨는 어르신 덕에 완쾌를 할 수 있었단다.
이후, 평소 침과 뜸을 뜨는 어르 신덕에 완쾌를 할 수 있었단다.
이후, 평소 침과 뜸을 독학으로 공부하던 그는 현재 뜸사랑 회장인 구당 김남수 선생을 만나 침과 뜸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침과 뜸은 이 땅의 역사가 기록되던 그때부터 백성들의 삶과 함께 해온 탁월한 우리의 전통 민간의술이다. 그런데 1962년 침구사 양성제도를 없애는 바람에 당시 11개나 되던 관인(官認)침구학원이 문을 닫았고, 거기서 배출된 5천 여명의 침구인들은 시험 한번 보지 못하고 ‘돌팔이’ 신세가 되어 버렸다. 침과 뜸의 정통적인 맥을 합법적으로 이어갈 수 없게 된 것. 해방 이전부터 해온 면허 있는 침구사도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고령에 이른 80여 명만이 살아 있으며 실제 침술원 간판을 달고 시술하고 있는 침구사는 50여명에 불과하단다. 보건복지부내의 관련 부서에서는 사라져가는 직종에 대해 아쉬워하는 빛조차 없다고.
하지만 백성들의 삶 속에 뿌리를 내린 생활의술은 쉽게 없앨 수 없었다. 체했을 때 바늘로 손을 따는 정도의 시술 행위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다 하고 있으며 전국에 면허 없는 침구사가 30~50만명으로 추산된다. 침뜸이 들풀 같은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에서는 침구(鍼灸)가 한방의 범주에 속한다고 하여 한의사가 침구까지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 알고 있는 현실이다. 침뜸을 한방에다 섞어버리면 묻혀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침뜸은 독립적인 체계를 갖춘 하나의 전문의학 분야이며, 특히 전문시술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홍 교수의 주장이다. 이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입증되어 있다.
국가가 생겨 전통의료를 제도화하기 시작하던 시기부터 침뜸을 전문적으로 시술하는 사람들을 배출해 왔다. 중국에서는 당나라시대부터 침뜸을 전문과로 구분했고, 조선에서는 세종대왕시절부터 침구의(鍼灸醫)를 배출하여 전문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최장수국인 일본에서는 현재 침사와 구사가 각각 12만 명에 이른다. 이처럼 침구사는 고령화 사회에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배워서 남주자
뜸사랑 봉사실은 노인질병으로 고생하는 많은 환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노인질병은 침뜸으로 밖에 해결할 길이 없다고 한다. 그런 만큼(뜸사랑)은 이미 노인질병을 해결해주는 데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뜸요법사가 중심이 되어 각 지부에 무의탁 불우노인, 생활보호대상자 등에게까지 침뜸봉사를 확대 실시하여 “배워서 남주자”를 실천하며 봉사하고 있는 뜸사랑은 불우노인과 생활보호 대상자, 장애인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봉사하고 있다.
침과 뜸을 함께 함으로써 사람들이 점차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봉사의 참 기쁨을 느낀다고, 또한 침과 뜸의 탁월한 치료효과에 감탄하며 언제나 친절과 정성스런 자세로 봉사실을 찾는 사람들을 따듯하게 맞이하고 있다.
아득한 그 옛날부터 온 백성들의 건강을 지켜온 침뜸인술을 국민의술로 다시 살려, 홍익인간의 큰 뜻을 실현하는데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뜻을 모아야 한다는 홍흥길 교수, 그의 뜸사랑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월간 리더스코리아 2월호(P44~45)
■글 : 이현경 / ■사진 : 정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