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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나의임신 출산, 육아과정

조순영(뜸요법사 6기)

2004.04.12 00:00:00 월

서 론
임상사례로 적당한 경험을 찾기 위해 지난 시간들을 정리하고 기존에 나와 있는 임상사례들을 모아 읽어보면서 나에게 가장 절실했고 소중했던 침뜸 치료경험들을 찾아서 임상사례로 적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2가지인데, 하나는 남편의 아토피 치료과정, 또 하나는 나의 임신과 출산, 육아과정에서 경험했던 사례들이다.
아토피 치료는 많이 호전되었지만 아직은 치료과정 중이므로 빼고, 임신에서 육아까지의 과정을 정리해 본다.
이것은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비슷한 과정을 겪게 되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래서 본 임상사례는 환자를 두고 병을 치료해 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기술하기보다, 임신, 출산, 수유, 육아라는 일련의 사건을 중심에 두고 그 흐름에 따라 기술하고자 한다. 임신 4개월째에 침 공부를 시작하였고 중급반에 들어간 뒤인 임신 7개월경부터 침․뜸 치료를 시작하였다.

본 론
대상자 : 여 (33세, 임신 4개월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
임신 전 몸무게 40kg, 키 160cm 의 마른체형.
33세 때 첫아이 임신에 많이 야위었기 때문에, 산부인과에서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서 조심하라는 말을 하였다.

(1) 임신 : 임신 7개월 때쯤 중급반 강의를 해주시던 선생님께서 중완과 신유에 뜸을 뜨라고 하셨다. 그 뒤부터 출산 때까지 매일 3-5장씩 뜸을 하였다. 뜸을 할 때 중완은 시원한 느낌이었지만 신유는 몹시 아팠다. 중완은 모든 음식물이 잘 흡수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엄마가 영양을 흡수하여 배속아이에게 전하기 위함인 듯하다. 신유는 콩팥을 도우는 자리인데, 아이는 부모에게서 신의 정을 받기 때문에 임신을 하게 되면 엄마의 신을 아이에게 나누어 주게 되어 자연히 약해지므로, 엄마의 신을 도와 엄마와 아이에게 이롭게 하기 위함인 듯하다. 그리고 신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 뜸을 할 때 몹시 아팠던 것 같기도 하다. 출산 후 그 자리에 뜸을 했을 때는 임신 때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사실 그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하라고 하니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고맙고 잘 한 것 같다.

(2) 출산 : 출산을 한달 앞두고 다니던 병원에서 골반이 워낙 작아 자연분만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를 하였다. 그래서 자연분만을 최대한 도와주고 가족분만을 할 수 있는 조금 작은 병원(집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였지만)으로 옮겼다. 그런데 분만일이 다가오자 그 병원에서도 예정일이 늦어지면 유도분만이나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최대한 기다려보자고 하였고 병원에서는 예정일 다음날 병원에 오라고 하였다. 참으로 다행히 예정일 새벽 1시경 미약하지만 조금씩 진통이 오는 듯했다. 집에서 조금 기다리다 새벽 4시경 확실히 산통인 듯하여 병원에 전화를 하고 준비물을 챙겨 갔다. 병원에서 도착하니 분만하려면 아직 한참 더 있어야 된다고 하면서 입원실에 가 있으라고 하였다. 입원실인 온돌방에 가서 가지고 온 뜸으로 지음자리에 뜸을 5장 하였다. 그리고 아침 9시경 분만 대기실로 옮기고, 그 곳에서 간호사에게 얘기를 하고 지음에 한 번 더 5장씩 뜸을 했다. 잠시 뒤 낮 12시가 지나고 나서부터 본격적인 진통이 오기 시작했고 오후 2시경 남편이 아기 머리가 보이는 것 같다고 하여 급히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는 ‘아이구, 벌써 나왔네.’하며 급히 분만실로 옮겼다. 그리고 2시 30분, 아기를 낳았다.

병원에서 뜸을 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일단, 주위에 다른 사람이 있을 경우 양해를 구해야하고, 배가 불러 잘 구부러지지 않기 때문에 뜸을 떠 줄 사람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사인 것 같다. 미리 뜸 떠 줄 사람도 정하고 방법도 가르쳐주고 연습도 하고 마음의 준비도 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나는 병원에서 골반이 작아 자연분만이 어렵다는 얘기도 들었고, 몸도 약하고 건강한 체질도 아니고, 친언니도 진통을 만 이틀을 했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었다. 그렇지만 간호사나 의사도 놀랄 만큼 수월하게(?) 출산할 수 있었던 것은 뜸 덕분이 아닌가 싶다. 물론 임신 때에 자연분만을 돕는 운동도 많이 했기 때문에 복합적인 작용이 있었겠지만 뜸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된다. 출산과정에서 진통이 미약했다고 생각되지는 않고, 다만 뜸이 진행을 빠르게 되도록 도와주어 진통시간을 줄여주는 것 같다. 아이를 낳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중요한 것은 진통시간이다. 진통의 세기는 누구에게나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이고, 문제는 이것을 얼마나 짧게 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그래야 아기도 엄마도 지치지 않고 출산과정을 마칠 수 있는데, 뜸은 이것을 도와주는 것 같다.

(3) 모유수유 : 출산 후 엄마가 겪는 육아는 모유수유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우유를 먹이지 않기 위해 모유가 나오기 시작하는 출산 후 만 이틀까지는 아기에게 보리차만 먹었다. 그렇다고 아기가 많이 보채기나 울지는 않았다.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기 시작하면서 출산보다 더 힘든 과정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젖이 뭉치고 충분한 양이 나오지 않는 듯하고 아이도 잘 먹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는 전중, 중완, 천종에 침과 뜸을 했는데 침을 꽂고 5분정도가 지나니, 젖이 도는 느낌이 들고 줄줄 흐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기에게는 중완에 실날 굵기로 뜸을 한 장 떠 주었다. 아기는 한달 이전에는 통감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파하지는 않았다. 그 뒤부터 엄마는 1-2일에 한번 정도 침․뜸을 하여 총 5회 정도 했다. 출산 후 한달 정도 지나고 나서부터는 아기가 먹고 남을 정도로 젖이 잘 나오고 아기도 잘 먹었다.

4개월가량 지난 후, 젖몸살을 다시 한번 심하게 했다. 이불을 둘둘 말고 있어도 추워서 몸이 덜덜 떨리고, 열이 너무 올라 이가 딱딱 부딪히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모유 수유 중이라 약을 먹을 수도 없었다. 남편에게 대추에 뜸을 다장 하라고 하고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혹시 화농한 것이라면 젖을 더 먹이면 안 될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화농한 건 아니라고 하고 약을 주면서 다음날 다시 병원으로 오라고 하였다. 화농한 건 아니라니 일단 안심을 하고, 아기에게 젖을 계속 먹이려고 하니 약을 먹을 수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중완, 전중, 거궐, 천종에 침뜸을 했는데 너무 심하게 뭉쳐서 그런지 효과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심하게 뭉친 부위에 2-3개정도 침을 직접 놓았다. 10분정도가 지나니, 침 꽂은 부위를 중심으로 찌릿찌릿하게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20분 정도 유침한 후 발침하고, 맛사지를 하면서 풀린 부분을 짜내고, 다시 침을 꽂아 풀고 짜내고를 반복했다. 결국 그렇게 해서 출산보다 더 힘들었던 젖몸살을 넘길 수 있었다.

출산 후 6개월 정도 지나서 목감기가 심하게 왔다. 역시 모유수유중이라 약을 먹을 수가 없었다. 풍문, 폐유에 뜸을 다장 하고 천돌에 침을 깊이 놓았다. 3일 동안 매일하고 나서 깨끗하게 나았다.

(3) 육아 : 아기는 출산 후 일주일 후쯤에 중완에 뜸을 한 장 했었고, 100일쯤부터는 신유에 뜸을 가끔(아기 상태를 보고 일주일-한달 간격정도로) 하였다. 아기도 잔병치레를 거의 하지 않았다. 11개월가량쯤 물설사를 계속하여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니 음식으로 인한 장염인 것 같다고 하여, 집에서 흰죽과 보리차를 먹이고 중완, 신유에 뜸을 이틀하고 괜찮아졌다. 감기가 오는 듯하면 신유에 뜸을 하면 하루 만에 괜찮아 지기 때문에 자연히 병원을 찾을 일이 없었다.

3. 결 론
임신과 모유수유 중에는 양약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침․뜸이 더욱 유용한 것 같다. 예전에야 임신을 하면 당연히 자연분만을 하고, 아기를 낳으면 자연스레 모유수유를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라는 당연한 일이 결코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가르쳐주고 도와줄 사람도 곁에 없는 경우가 많고, 수술분만과 분유먹이기라는 방법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고 할만치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아기를 가진 부모라면 자기 아기는 자연분만과 모유수유에 의해 자라기를 바랄 것이다. 침과 뜸은 바로 이것을 도와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도 침․뜸이 아니었다면 자연분만도 모유수유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침․뜸이 지금도 능숙하지는 않지만, 그 당시에는 임상도 제대로 못해본 상태에서 기본적인 자리에만 시술을 했음에도 여러 가지 큰 효과를 보았으니 조금만 배우면 누구나가 다 할 수 있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예방접종도 엄마가 게으른 탓 반, 그걸 꼭 해야 하나 마음 반으로 거의 하지 않았다. 아이가 두 돌이 지난 지금까지 야채, 과일, 생선 뭐든 음식 가리는 것 하나 없고, 밥상을 차리면 박수를 치며 좋아하면서 잘 먹고, 건강하고 자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모든 것이 침․뜸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배울 수 있도록 해주신 여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