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의 취재파일]
뜸사랑이 의료법고발한 까닭
전통 민간의술인 침(鍼)과 뜸(灸)을 연구·보급하는 비영리 봉사단체인 '뜸사랑'과 그 수혜자들이 지난달 27일 의료법 제25조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2004년 1월 29일 법률 제07148호로 개정된 현행 의료법 25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와 66조(벌칙)에는 각각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시돼 있다.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25조)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66조). 그렇다면 뜸사랑과 수혜자들이 현행 의료법, 특히 그 중에서도 25조가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한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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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침구 의술 분야의 최고 명의(名醫)로 손꼽히는 구당 김남수 원장(91). 그가 이끌고 있는 뜸사랑은 1984년 10월 경북 성주군 대가면과 강원도 원성군(현 원주시) 문막면을 시발로 지난 20년 동안 전국 각지를 순회하면서 의료봉사를 실천해 왔다.
뜸사랑의 의료봉사 혜택을 입은 사람은 최근 5년 동안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만 해도 무려 22만명에 이른다(통계를 내지 못한 15년을 합산할 경우 그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들은 정릉사회복지관 봉사실(노인과 주민), 국회 봉사실(국회의원), 창신동 봉사실(이주노동자), 감사원 봉사실(감사원 직원) 부산사하종합복지관 봉사실(노인과 주민), 광주비아농협 봉사실(농민 조합원) 등 전국의 35개소에서 무료진료를 받았다.
더욱이 의료봉사 수혜자들의 대다수는 기존의 제도권 의료제도 하에서 경제적 이유 등으로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던 노인이거나 농촌과 벽지의 주민들이었다. 때로는 제도권 의료제도 하에서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선언되어 생명을 포기해야 했거나 평생을 중병에 시달려야 했던 사람들이 절망의 벼랑 끝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의료봉사 수혜자 가운데 65∼75세 연령층의 노인이 전체의 57.7%, 학력상으로는 국졸 이하가 전체의 70.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의 질병은 대체로 10년 이상 진행되어온 만성적인 장기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존 제도권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기간은 1년 이하가 태반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의료봉사의 효과에 대해 수혜자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통계에 따르면 전체의 87% 이상이 질환치료 및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현재의 무료봉사가 일반 병원과 같은 수준으로 유료화 될 경우에도 계속 이용하겠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전체의 70.9%에 이르는 것도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뜸사랑 봉사단 단원들은 다음 6가지 수칙을 생명처럼 여기고 있다고 한다. (1)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는 데 최선을 다한다. (2)환자의 인격을 존중한다. (3)일체의 금품수수 행위를 거부한다. (4)항시 환자들에게 웃는 얼굴로 대한다. (5)단원 상호간에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6)단원 개개인은 인격수양과 실력향상을 도모한다.
이런 긍정적 반응은 아무래도 뜸사랑 봉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뜸요법사들의 헌신적인 자세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뜸사랑 봉사단 단원들은 다음과 같은 6가지 수칙을 생명처럼 여기고 있다고 한다.
(1)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는 데 최선을 다한다. (2)환자의 인격을 존중한다. (3)일체의 금품수수 행위를 거부한다. (4)항시 환자들에게 웃는 얼굴로 대한다. (5)단원 상호간에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6)단원 개개인은 인격수양과 실력향상을 도모한다.
실질적인 진료 효과와 헌신적인 봉사활동 덕분이었을까. 뜸사랑 봉사단에는 현재까지도 전국 각지에서 의료봉사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2000년 충남 금산 인삼축제 당시 금산군보건소가 요청한 것을 비롯해 종로종합사회복지관, 한국통신, 서울시교육청, 춘천효자종합사회복지관, 서울시중랑구청소년수련관, 한국경제신문, 영등포교회, 여수시노인복지회, 인천생활과학고 등도 의료봉사를 요청하고 있다.
한편 이런 활발한 봉사활동 덕분에 뜸사랑은 2002년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장, 행자부장관, 서울시장 등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국내외 각종 단체로부터도 25개의 표창장과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한국맹인이류연구회장 공로패(1989년), 성동구청장 감사패(1990년), 국일라이온스클럽회장 감사패(1992년), 중국 국가중의약관리국 의정사장 공적비(1995년), 세계침구학회연합회장 공로패(1997년), 시흥시의회의장 표창장(2001년) 등이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다른 의료 분야와 침뜸의 진료 효과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지표는 또 있다. 국회 내에는 모두 6가지의 진료실이 있는데,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에 별도로 자리한 2개의 내과를 비롯해 치과, 임상병리실, 한방진료실, 침뜸진료실 등이 바로 그것. 그런데 5월 첫 주 의원들의 진료실 이용 현황을 알아본 결과 침뜸진료실을 이용한 의원이 다른 분야의 진료실을 이용한 의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런데 정작 뜸사랑의 이러한 인술활동은 제도권 의료인이나 의료단체로부터 의료법 25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진정과 고발의 대상이 되면서 십수 차례나 봉사활동이 중단되는 아픔을 겪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의료법 25조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소송 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률사무소 이안(변호사 김진, 김태선, 이상훈, 하승수)의 헌법소원 심판청구 요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의료법 25조는 신체에 대한 위해성이 거의 없는 우리의 전통 민간의술까지도 무차별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포함시키고, 금지행위에 포함시킬 불가피성이 없는 인도적 차원의 자원봉사마저 광범위하게 금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상의 기본권인 생명권과 건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헌적 규정이다.
△의료법 25조는 생명과 건강이 위험에 처한 개개인의 절박한 요구에 부응한 의료행위, 그것도 인도적인 차원의 봉사행위까지 처벌하게 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전에 이미 의료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법률사무소 이안은 이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의료법이 합헌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국민건강에 위해를 주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목적을 성취하려면 행위의 유형, 위험성, 결과를 세분화하여 규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은 채 사전적, 일률적으로 모든 행위를 규제하면서 긴급한 생명의 수요를 외면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과중한 기본권 침해임이 분명하다.
△기존 제도권 의료제도에서 소외되거나 불치병 또는 난치병에 걸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죽음만을 기다리는 환자가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의사 아닌 자의 치료를 구하는 것을 비난하거나 그런 그에게 무상으로 도움을 주는 행위마저 처벌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 수 있겠는가?
시민의신문 5월9일자 9면
정지환 기자 ssal@ngotimes.net
http://www.ngotimes.net/news_read.aspx?ano=26615&npage=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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