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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술 불균형, 침뜸으로 균형 잡자! (1)

관리자

2003.04.30 00:00:00 수

남북의술 불균형, 침뜸으로 균형 잡자! (1)
나는 평생을 침뜸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침뜸은 우리 인류 건강을 위해서 절대 없어져서는 안될 의학이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사실 없어지다시피 되어버렸다. 더구나 정부나 일반 국민들이 우리 정통침뜸이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원래 침뜸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었다. 아픈 사람을 위해 역사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전해온 의술이다. 예전엔 의원이라고 하면 침뜸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지역에 침뜸하는 사람이 한 사람 있으면 그 사람이 동네방네 병을 다 치료하고, 약이 필요하면 약 처방을 내줬다. 침뜸하는 사람은 종합병원이었고, 이동병원이었고, 응급실이었다. 조선 땅 남북이 똑 같았다.
그런데 5.16 직후 침구사 양성제도를 없애버리면서 우리나라에서 정통침뜸의 맥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그 후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 땅의 침과 뜸이 어떻게 되었는가? 일본의 경우는 침구사가 수십만을 헤아리고, 침이 선진 각 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데, 침과 뜸의 종주국인 우리나라는 정통 침뜸을 제대로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한약은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국민들은 침에 대해 무지해져 버렸다. 수천년 전부터 다른 걸로 고치지 못하는데는 뜸을 떠서 고쳐야 된다고 했는데 뜸은 더욱 모르고 있다. 침과 뜸이 얼마나 훌륭한 의술인지 아는 사람으로서 안타깝기 한이 없는 일이다. 그간 우리 침뜸의 맥을 이어놓으려고 별 짓을 다 하고 별 사람을 다 만났다. 어느덧 90을 눈앞에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남북 침뜸의 현주소
그러던 중에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으로 열린 우리 옷 전시회에 참석 차 평양을 가게 될 기회가 있었다. 저승보다 더 먼 곳이 평양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갑자기 가게되니까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일었다.
내가 평양에 간 까닭은 침뜸의 맥을 잇는데 도움되는 일이 있을까 해서였다. 마침내 조선 고려의학과학원 침구연구소 허익근 소장을 만났다. 허 소장은 북에서는 60%이상을 침뜸으로 치료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한편으로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 서글프기도 했다. 짐작은 했지만 남북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는가.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남북이 비슷했을 것이다. 남에서도 5.16 전까지는 11개의 관인침구학원이 있었다. 한약학원은 동양한의대 하나만 있었을 뿐이고 침 가르치는 곳은 대단히 많았다. 그러했었는데 침구사 면허시험제도까지 만들었다가 한차례의 시험도 보지 않고서 62년도에 갑자기 이를 폐지하면서 침이 없어지다시피 해 버렸다. 전혀 배우지도 않은 한의사들까지 침을 놓도록 하면서 침뜸을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북에서는 병 치료를 국가에서 해줘야만 하기 때문에 돈 덜 들고 병 잘 낫는 쪽으로 하다보니 침뜸 위주로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남에서는 서양의학에 치우치고, 돈벌이가 더 되는 한약위주로 했기 때문에 침뜸이 뒤떨어지게 됐을 것이다.
남북의 의술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그래서 허익근 소장에게 앞으로 침 배울사람 있으면 북으로 보낼 테니 가르쳐 달라고 제의했다. 지금 한국사람들이 돈을 많이 들여가며 중국에 가서 침을 배워오는데 평양으로 가면 어학공부기간 2년을 줄일 수 있고 민족적으로도 이익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침뜸치료의 기본원리
현대의술을 필요로 하는 것은 주로 수술해야하는 경우와 세균성 질환이다. 이런 현대의학을 중심으로 발전시켜온 서양에서도 침뜸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1998년도 세계보건기구도 300종을 침뜸으로 고칠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인류건강을 위해 침뜸을 적극 활용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어떻게 해야 침을 알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오다 침으로 화상치료를 했다. 아무도 믿지를 않았다. 94년도 세계침구학술대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비디오로 화상치료를 보여주면서 침으로 이렇게 화상까지도 치료된다는 걸 알리려 했지만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얼마전 MBC 다큐멘터리로 잠깐 나가면서 조금 알려졌을 뿐이다.
침뜸으로 고칠 수 있는 병은 대단히 많다. 닉슨이 72년도에 중국을 방문한 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서 98년도에 300종을 침으로 고칠 수 있다고 했다. 85년도에 필자가 쓴 『뜸의 이론과 실제』에서 뜸으로 치료 또는 효과가 있는 병을 세어보았더니 270여종이 되었다. 병명을 붙이다 보니까 그 정도가 된 것이지, 몇 천 종이 될 것이다.
침뜸으로 이렇게 많은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원리는 쉽게 말하면 쉽고 어렵게 들어가면 참 어렵다. 우선 쉽게 설명하면 우리 인체는 소우주이다. 음양 둘로 되어 있다. 중풍 맞은 사람을 보면 머리카락 하나도 안 틀리게 둘로 나누어진다. 어머니와 아버지도 둘이고, 이 음양이 합해져서 하나의 몸이 된다. 몸 안에서 다시 음양으로 돼 있는데 이 음양의 균형이 깨진 것이 병이다. 정상은 음양이 균형을 이룬 상태일 때이고, 이상이 없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다. 균형이 틀어졌을 때가 이상이고, 병이다. 침뜸으로 병을 고치는 원리는 바로 균형조절요법이다. 현대의학은 정상이 아닌 부분을 끊어버리고, 현미경으로 균을 찾아 죽이는 것이다. 침뜸의학은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이다. 균형을 회복하여 몸을 살리고, 튼튼하게 하여 균이 밀려나게 만드는 것이다. 균형조절을 위해 침으로 찌르고 뜸을 떠서 보태고 빼고 한다.
침뜸의학에서는 우리 인체에 경락과 경혈이 있다고 본다. 5장 6부 중 어떤 것이 틀어졌느냐 를 찾아 거기에 해당되는 경락과 경혈에 자극을 주어 균형조절을 한다. 침으로 자극을 주는 것은 손으로 재주를 부리는 것이다. 그래서 침술이라고 한다. 손재주를 부려 많은 것은 줄이고 적은 것은 많게 하여 정상으로 만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손재주가 있어서 훌륭한 침구사들을 얼마든지 배출할 수 있다.
남쪽은 서양의술에 지나치게 치우쳐져 있다. 균형이 틀어진 셈이다. 북에서는 침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북쪽에서는 현대의학을 보하고, 남쪽에서는 침뜸의학을 보하여 균형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의료의 목적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내 것은 옳고 너 것은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북의 고려의학에서는 신의사에게 침뜸을 하도록 적극 권장한다고 했다. 한약은 동약사라고 하는 사람들이 짓고 있다고 했다. 북한과 남한은 서로 다른 의술체계를 가지고 있다. 침과 뜸을 매개로 하면 남북의 서로 다른 의술체계를 통합해서 민족의술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