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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공개]구당 선생님 첫 본격봉사 일기 2

뜸사랑 사무국

2003.03.19 00:00:00 수

1984년 10월 7일

오늘은 일요일이다. 서울에서는 쉬는 날이다. 여기서는 즐겁게 일하는 날. 아침에 찾아온 몇 사람을 치료하여 주
고 용달차에 몸을 담고 어제의 장소로 가려 하는데 그날은 전화 독촉이 빗발을 쳤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으
며 서로 먼저 하려고 하였다. 순서를 마련하여서 질서 있게 하였으나 그 중에서도 얌체는 있다. 이것저것 무시하
고 대드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질서 있게 하여 쉴 사이 없이 오전 중에 30명을 치료하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사람들이 시장을 이루었다. '너도나도' 하였으나 서재호씨는 질서를 잡았다. 눈코 뜰 사이 없
이 하였지만 35명밖에 못하여 준 채로 19시에 마감했다. 저녁밥을 다방 주인댁에서 먹고 뜸이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예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재 강조하고 용달차로 다시 서재호씨 댁으로 갔다.

서재호씨는 노모를 모시고 있었다. 그런데 이집 식구들은 치료를 아침에 한다고 미루었으나 아침에는 사람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또 못할 것 같기에 저녁에 하자고 했다. 그래서 그 집 식구들을 다하여 주고 잠자리에 들게 되었
다.

나는 마음이 이렇게도 즐거울 수가 없었다. 피로함도 괴로움도 몰랐다. 그것은 내가 침구를 알고 난 후 지금까지
생각뿐이었고 하여 보지 못한 채로만 지나왔었던 것이 소원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었다. 시간가는 것이 아쉽고
또 안타깝다. 하고자 하였던 소원의 첫걸음이기에 무엇에다 비할 수 없는 이 기쁨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여름이 오도록 목욕한번 못하고 아파도 큰 병원 한번 못 가보고 허약하여 졌어도 보약 한번 못 먹어보고 허리가
구부러지고 허리뼈가 굳어져서 주먹 같은 혹 모양으로 퉁구어져 나왔을 때 그 맘이 어떻겠는가? 상상만 하여 보
아도 가엽고 불쌍한 그 몸들에 내 손길이 가서 "시원하다" "이렇게 허리가 펴진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돈이 이렇
게 좋을 수가 없을 것이며, 벼슬이 이와 같이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라
고 크게 외치고 싶은 이 순간들을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이 맛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잘 태어났다" "나는 이
것을 잘 배웠다"라고 혼자 중얼거린다. 아픈 사람들을 위하여 나에게는 하루가 한달쯤 아니 일년쯤 길어서 더 많
이 더 많은 사람들을 만져 주었으면 했다. 짧은 하루를 원망하면서 자연은 어쩔 수 없구나 하고 아쉬워하면서 못
이겨 끝난다.

이번은 처음이라서 질서의 미숙함과 요령부족으로 능률 없이 시간이 가고 말았다. 성주가 봉사에 있어서 배움의
첫 터전이 되었다. 수십년 동안 서서만 시술을 하다가 앉아서만 하루를 종일 궁둥이 땅에다 붙인 채로 이리 돌리
고 저리 돌리며, 서울 사람들의 향수 냄새와는 다른 땀 냄새를 맡아 가면서 치료하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봉사정
신이기에 하는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하여 수가를 받고 한다면 서울사람들의 몇 배의 요금을 준다 하여도 싫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여러 가지 증상을 볼 때 나는 무아지경이 되고 다만 어떻게 하든 이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도와 줄 수
있을까하고 하루가 덧없이 너무도 짧게 가고 만다. 시간이 아쉬운 하루는 또 가고 만다.

10월 8일

오늘은 아침부터 성시를 이룬다. 식전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걱정이 되었다. 다하여 주고 가야 할 터인데 몸과 시
간은 한정되어 있고 넘쳐오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여 주면 좋을까…. 정신없이 오전 11시까지 36명을 시술하여 주
고 마음 아프지만 뜸자리만을 표하여 주고, 빨리 점심을 먹고 흥산동을 출발하였다.

왜관역에서 한 개의 열차를 놓치고 14시24분 통일호 열차로 서울을 향하여 오는데 피로함도 모르고 못 다하고 그
대로 돌려보낸 수 없는 사람들게 미안하기만 하였다. 또 서재호씨를 생각하여 볼 때 그 분도 나 못지 않게 열심
히 주민들을 위해 바쁜 일손을 멈추고 봉사정신으로 일을 돌보아 도와 준데 대하여 감사함을 금치 못한다.

돌아오면서 차안에서 내자에게 피로한가 하고 물어 보았다. 피로함을 전혀 모르겠으며 오히려 즐겁기만 하고 그
사람들이 눈 속에서 사라지지를 않았다고 한다. 생전에 처음으로 그와 같은 사람들을 대하여 보았을 때 처음에
는 처음 맡아보는 고리퀴스한 냄새와 몸에서 떨어지는 비듬과 밀리는 때와 끈적거리는 것에 구역이 날 뻔도 하였
다는 것. 엉덩이가 틀어지고, 허리뼈가 구부러지고, 팔이 올라가지 않고, 먹지 못하여 피골이 상접되고, 추악한
얼굴에 "아이고, 아이고" 하는 아픔의 신음소리를 보고 나니 그 미시껍던 것이 어디로 인지 모르게 사라졌다고 했
다. 그 냄새를 알았을 때는 엉치도 아프고 다리 무릎도 아팠지만 나중에는 그것도 모르고 환자들에게 정신이 다
팔렸다는 것이다. 정성을 다하려 하였지만 시간 없어 나온 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나온 것이 마음 아팠다고 한다.
처음으로 보람이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즐겁기만 하고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더 깊어간다고 하였을 때, 사람
은 다 같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고마웠다. 나와 뜻을 같이 함에 무한히 고맙다.

이상 봉사에 있어서 잘하였지만 나의 취지는 침 한번이나 하여주고 마는 것이 아니고 병을 예방과 동시에 치료
가 되게 하기 위하여 뜸자리를 정한 다음에 뜸쑥이 있어야 할 것인데 그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까지 줄 수는 없는
것이고 쑥이 없으면 뜸자리를 잡아 주나 마나 하는 것이 되고 이것 또한 나의 고민 거리가 된다.

◈ 이성령 ─ 근육병이면서 발이 뒤틀리고 오금이 당깁니다 힘줄이 땡기지 않고 고치도록 도와 주세요 뜸자리도 가르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