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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국회의원의 중풍 (6)

관리자

2003.04.30 00:00:00 수

두 국회의원의 중풍 (6)

박정희 군사정부 초기, 침구사 양성제도를 폐지하는 바람에 필자의 일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침뜸을 알리고, 침사 제도를 부활시키기 위해 도서산간벽지에서부터 대통령 집무실까지 침쌈지와 뜸쑥을 들고 안다닌 곳이 없다. 국회에서도 침뜸진료실을 만들고 진료요청을 해 와서 봉사를 나가고 있다. 이제 국회에도 침뜸이 많이 알려져 있고, 직원들 중에는 침뜸을 배운 사람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현직 국회의원도 침뜸을 열심히 배우고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2000년 국회 침뜸봉사실에 나간 어느 날 국회의원 한사람이 쓰러졌다는 연락이 왔다. 침뜸을 배운 국회 사무처의 국장 한 분이 침으로 응급조치를 했는데 얼른 깨어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급히 달려갔다. 완전히 구급으로 침 치료를 해 놔서 생명이 끊어지거나 반을 못 쓰거나 할 정도의 고비는 넘겼다. 그래도 아직은 혼수가 되어가지고 얼굴이 하얗게 사색이 되어 있었다. 우선 침을 몇 군데 꽂아놓고 뜸을 한 장씩만 요혈에다가 떠봤다. 그러고 조금 있으니까 안색이 달라지면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다음엔 뜸을 석 장씩 떴다. 그랬더니 잠시 후 눈을 뜨고 정신이 깨어났고 괜찮았다. 그 국회의원은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그날부터 지금까지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4시 진료가 끝나는 시간쯤이었는데 갑자기 한 보좌관이 다급하게 찾아왔다. 자기가 모시는 국회의원이 졸도를 했다는 것이다. 서둘러 갔더니 혼수가 되어 비성으로 코를 곯고 있었다. 우선 각성을 시켜야 되었기 때문에 구급으로 사혈을 하기 위해 양쪽 ‘소택’ 혈자리에 삼릉침으로 찔렀다. 막 피를 내고 닦으려고 하고 있는데 다른 국회의원 한 사람이 들어와서 “침으로 나을 것 같냐”며 ‘그만두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나 ○○○입니다‘라며 자신의 이름을 반복하며 환자를 흔들어 대기만 했다.
우악스레 하는 통에 그냥 멋쩍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새 119 구급차가 와서 싣고 가버렸다. 그 병원으로 실려 간 국회의원은 뇌수술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양쪽에서 부축을 받아 다녀야 했고, 말도 하지를 못하는 상태였다. 병원에서 퇴원 후에 필자가 구급으로 사혈을 해서 그나마 덜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고 그 국회의원이 부축을 받으며 침뜸치료를 받으러 왔다. 약 반년 이상 침뜸치료를 받고 인터뷰를 할 정도로 말도 하게 됐고, 혼자서도 다닐 수 있게 되긴 했다.
아침에 쓰러진 국회의원은 훨씬 더 위중한 상태였는데도 침뜸치료를 하여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되고, 오후에 쓰러진 국회의원은 침뜸으로 손을 쓸 수가 없어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그러고도 완전하지 않아서 다시 침뜸치료를 반년 이상 받았다.
아침에 쓰러졌던 국회의원은 뇌출혈이 약간 있었다. 하지만 금방 치료를 제대로 해놓으니까 괜찮았다. 중풍 8대 요혈에다 치료했는데 우선 그렇게 되었을 때는 치료가 아니고 구급을 해야 한다. 구급으로 하고 더 치료 않고도 괜찮았다. 침뜸을 배운 국회사무처의 국장이 손의 십선혈에 사혈도 했고 인중, 인당에 구급을 했다. 구급혈에 치료하여 깨어났고 나중에 몇 차례 더 침뜸치료를 받아 괜찮아졌다.
침뜸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고생을 한 국회의원은 지금도 뜸을 뜨며 침뜸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같은 날 오전과 오후에 두 국회의원이 중풍으로 쓰러지고, 한사람은 침뜸치료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침뜸치료를 못하여 겪는 상황이 서로 판이한 모습을 보며 침뜸이 우리들 생활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또다시 강조할 수밖에 없다.

갈수록 늘어나는 중풍

현대 의학에서는 뇌졸중 · 중풍의 기초적 질환은 고혈압증이나 동맥경화증이라고 보고 있다. 동맥경화라고 하는 것은 동맥의 벽이 변화를 일으켜서 동맥이 굳어지는 상태, 말하자면 동맥의 노화 현상이다. 즉 우리들이 일생 중에 받은 다수의 화학적, 기계적 자극 또는 장애가 축적된 결과에 의해 생긴 것이다.
원래 동맥벽은 탄력성이 많고 내면이 매끈하여 심장박동에 따르는 피의 흐름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이런 동맥벽이 굳어져서 탄력성이 감소하고 내면에 군데군데 기름기가 끼이고, 이상조직이 증식하여 내경이 좁아지는 현상을 동맥경화라 한다. 동맥내경이 좁아지면 자연히 좁아진 부분을 통과하는 혈류는 장해를 받게 된다.
동맥내경이 좁아지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어느 한계 이상으로 좁아지면 비로소 그 말초에 빈혈현상이 일어나서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 문제는 동맥에 여러 가지 위해가 일찌감치 가하여 짐으로서 조기에 동맥경화성 질환이 발생한다는데 있다. 산업화, 서구화의 물결은 우리에게 동맥경화를 조기 발생시키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동맥경화증의 원인은 유전이나 체질적인 원인도 있고, 음식물, 중독, 고혈압증 등과 큰 관계가 있다. 최근에는 특히 콜레스테롤 혈증(血症)이라고 하여서 지방과 관계 깊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는 물질이 혈중에서 증가하여 그것이 혈관벽에 침착(沈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동맥경화는 지금 말한 바와 같이 동맥의 아무 곳이나 생기지만 뇌동맥에 생기면 뇌졸중의 원인이 되고, 관상동맥에 생기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된다. 또 신장에서 심하게 생기면 신경화증의 증상을 나타내고, 하지동맥에 생겨서 혈행이 저해되면 걸어갈 때 하지가 아픈 병이 된다. 세동맥이라는 모세관 앞의 가는 동맥에 널리 경화가 생기면 고혈압의 원인이 되고, 그것이 또 기타의 동맥경화를 가져오는 악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고혈압증과 동맥경화증을 같은 하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양자는 의학 이론상에서는 동일하지 않다. 그런데 동맥경화라고 하는 것이나 고혈압이라고 하는 것은 현대의학에서 하는 말이고 전통 침뜸의학에서는 이러한 말은 없다. 현대의학에서도 얼마 전까지도 알지 못하였던 것이다.
혈압의 변화는 1847년 독일의 생리학자가 관심을 갖고 혈압묘사기를 만들면서 비로소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에 의해서 동맥 혈압의 변화를 측정한 것이다. 이어서 1895년 리빠롯지가 수은압력계와 다이고씨식 아내로이드 혈압계를 만들어 쓰고 있다. 여하튼 혈압곡선묘사기나 혈압계가 고안되기 이전에 수치 측정은 전연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고대의 우리 전통의학에서는 혈압계와 같이 확실한 수치는 말할 수 없었지만 혈압의 고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어서 중풍을 사전에 예방, 치료하여 왔다. 전통의학에서는 혈압을 병의 원인이라고 하지 않으며 하나의 증상이라고 한다.
어느 한 장기가 병이 났을 때에 혈압은 오른다. 그 하나의 예를 들면 신장에 병이 생겼을 때에 혈압이 높아진다. 이 때에 혈압은 그대로 두고 신장을 치료하여 신장이 정상이 되면 혈압도 정상이 되는 것으로 혈압을 병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것이 틀린다면 혈압만 내려놓으면 신장이 좋아져야 할 것이다.
심장이 병들어도 혈압에 이상이 생기고 폐, 간이나 비장의 이상으로도 혈압이 변화하여지는 것으로 보아서도 혈압은 하나의 증상이라고 전통 의학에서 말한 바가 틀리지 않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이 중풍을 동맥경화로 뇌출혈 또는 막힌 것이라고 하는데 이 두 가지 다 겉에서는 반신을 못 쓰게 되는 것이다.

뜸과 침으로 ‘중풍 없는 나라 만들기’를

고서에 “풍자는 왕자야(風者는 王者也)”라고 하였듯이 병중에서 나쁘기로 어른인데 빨리 낫지도 않고 빨리 죽지도 않으며 빠르면 1년, 길면 6년에서 10년까지도 가면서 남을 괴롭히는 것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길다 보면 전 가족이 싫어하게 되는 것이 중풍이어서 안 좋기로 왕이라고 한 것이다.
중풍이란 한 번 왔다하면 아무리 잘 치료한다고 하여도 그 흔적은 남아 있다. 그래서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아서 많은 동맥경화나 고혈압 환자들에게 뜸자리를 정하여 주면서 뜸하도록 하였다. 뜸을 한 사람은 졸중은 없었고 중풍으로 고생한 사람도 없었다.
뜸을 한 사람들은 병원에서 피검사를 하면 모든 피가 좋아져서 정상이라 한다. 혈관도 피가 만들어낸 것이라 유연한 혈관은 혈압이 높아 압력을 준다고 하여도 터지지 않을 것이며 막히지도 않아 예방이 된다고 생각되어서 고혈압 환자들에게는 뜸을 떠서 중풍 예방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입이 아프도록 말을 많이 한다.
그리고 중풍으로 쓰러졌을 때를 대비하여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침뜸술을 사람들이 생활상식차원에서 기본적으로 배우도록 하는 것은 국가적인 책임일 것이다.

뜸과 침으로 ‘중풍 없는 나라 만들기’를...

김남수(침구사, 정통침뜸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