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의 '가버린 봄날'…진실 밝혀지나?
김남수 "법정에서 가리자…암·사스·에이즈 치료했다"

프레시안 / 2010-01-21 / 강양구 기자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전 대구한의대 교수)의 두 차례 <프레시안> 칼럼으로 촉발된 김남수 씨의 뜸 치료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결국 법정까지 갈 전망이다. 김남수 씨는 21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상곤 원장을 사법 당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20일 대한한의사협회도 보도 자료를 내 "그 동안 김남수 씨는 각종 언론을 통해서 한의사를 비하하면서 자신의 뜸 치료 효과에 대한 허위·과장 선전을 해왔다"며 "앞으로 법적 소송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이상곤 원장에 대한 공식 지원 의사를 밝힌 셈이다.

장진영의 '가버린 봄날'…책임은?

김남수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09년 암으로 사망한 배우) 장진영 씨에 대해서는 그동안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며 "내가 장 씨에게 위해를 끼쳤다고 하는데, 문화방송(MBC) 이상호 기자가 기록한 (장 씨의 치료 과정을) 법정에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남수 씨는 이상호 기자가 정리한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동아시아 펴냄)에서 "장진영 씨가 침·뜸 치료만으로 암 치료 효과를 보았다(4기→2기)"며 "병원 측에서 장 씨의 침·뜸 치료를 중단시키자 그의 병세가 악화돼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었다.

이런 김남수 씨의 주장이 언론을 통해서 널리 알려지자 이상곤 원장은 <프레시안>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서 "암에 걸린 장진영 씨에게 행한 침·뜸 치료는 상태를 호전시키기는커녕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장진영의 봄날은 '왜' 갔는가?) 김 씨는 이런 이 원장의 주장에 소송으로 진실을 가리자고 응답한 것이다.

이런 김남수 씨의 주장을 놓고 한의사협회는 "최근 장진영 씨의 남편 김영균 씨는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김영사 펴냄)이라는 책에서 병원 측이 애초부터 장 씨의 침·뜸 치료를 허용했으며, 항암 치료와 함께 침·뜸 치료를 병행했다고 밝혔다"며 이상호 기자가 정리한 김남수 씨의 발언이 거짓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의사협회는 "'장 씨의 증세가 극적으로 호전되던 중 병원 측의 반대로 침·뜸 치료가 중단되었다'는 김남수 씨의 주장도 김영균 씨의 얘기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영균 씨에 따르면, (항암) 치료 초기에 증세가 호전되었을 무렵 주치의의 수술 권유를 거부한 장 씨의 병세가 침·뜸 시술 중 갑자기 악화되고 나서 병원에서 침·뜸 시술을 중단시켰다는 것.

한의사협회는 이어서 "의료인은 환자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유독 김남수 씨는 언론, 책을 통해서 거리낌 없이 (장진영 씨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김영균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김남수 씨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 김남수 씨는 답변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암·사스·에이즈 뜸으로 치료"…진실은?

 
▲ 김남수 씨는 "자신이 장진영 씨의 암을 호전시킨 게 확실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말기 암 환자를 상대로 침·뜸 치료를 해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이날 김남수 씨는 "2009년 7월부터 미국 애틀랜타의 한 병원에서 6개월간 말기 암 환자를 치료해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환자에게서 항암 치료의 공포인, 구토 증세, 어지럼증이 사라졌다"며 "조만간 CNN과 같은 미국 언론을 통해서 이런 임상 내용이 보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놓고 이상곤 원장은 의구심을 표명했다. 그는 "말기 암 환자를 상대로 임상 시험을 하려면 그 준비 과정에만 최소한 6개월 이상이 걸린다"며 "과연 김남수 씨가 그 짧은 기간 동안 무슨 임상 시험을 했다는 것인지, 저 말만 듣고서는 선뜻 믿겨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곤 원장은 "말기 암 환자에게 김남수 씨의 침·뜸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 시험을 하려면, 비교적 비슷한 환자를 대상으로 음식, 약물 등에 대한 철저한 통제가 이뤄져야 할 뿐만 아니라 그 환자를 실험군(침·뜸 치료를 받는 환자), 대조군으로 나눠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곤 원장은 "더 나아가서 플라시보 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침·뜸 치료를 받지 않는 대조군 환자에게도 침·뜸 치료에 준하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며 "이런 복잡한 절차를 불과 6개월 만에 해냈다는 게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대구한의대 교수로 재직 시절 일본 도야마 의과대학 등과 수차례 공동 임상 시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한편, 이날 김남수 씨는 "이상곤 원장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를 치료해봤는지 궁금하다"며 "우리는 해보고 그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스, 에이즈에 대한 공개 임상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상곤 원장은 <프레시안>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런 주장에 "말문이 막힌다"고 꼬집었었다. (☞관련 기사 : 사스·에이즈를 '뜸'으로 치료한다고?)

"침·뜸 일반인이 자유롭게 해야" vs "한의사로도 충분하다"

김남수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전통 침·뜸을 6년간 공부해야 하는 한의사만의 전유물로 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낭비"라고 주장했다. 현재 한의사가 독점하는 뜸 치료를 자신을 비롯한 일반인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풀어달라는 것이다.

김남수 씨와 그가 대표로 있는 뜸사랑 측은 1인당 240만 원의 수강료(1년 정규 과정)를 받고 침·뜸을 일반인에게 가르치고 있다. 2009년 한 해에 약 1500명이 수강을 했고, 이들은 의료 소외 계층 등을 상대로 침·뜸을 무료로 놓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만약 김 씨의 주장대로 침·뜸 규제를 푼다면, 이들은 정식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의사협회는 이런 김남수 씨와 뜸사랑 측의 주장에 부정적이다. 한의사협회는 "전국 1만1000개 한방 의료 기관에서 1일 평균 20만 명 이상의 환자들이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며 침·뜸, 부항 치료를 받고 있다"며 "김 씨가 한의사를 침·뜸, 부항, 한약 등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이 아니라 '비싼 한약만 파는 장사꾼'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침·뜸 치료의 자격을 놓고 갈등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김남수 씨의 뜸 치료 효과를 놓고 이번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김남수 씨가 먼저 이상곤 원장에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힌 만큼, 결국 이번 논쟁의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이번 소송의 결과에 따라서 김남수 씨는 시민의 지지를 더 얻거나, 아니면 큰 타격을 입는 등 기로에 서게 됐다.

[기사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