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침·뜸 금지 합헌
조선일보 / 2010.07.29 / 손진석 기자
위헌 의견 더 많아 논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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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면허가 없는 사람이 침(鍼)이나 뜸 같은 시술을 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 규정은 합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27조에 대해 부산지법이 낸 위헌법률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대5(위헌)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 위헌 결정이 나오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한다.
헌재가 이른바 '대체의학 금지 법률'을 합헌이라고 했지만, 위헌 의견이 더 많았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합헌 의견을 낸 김희옥 재판관도 "대체의학을 양성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헌재는 이전에도 의료법 27조를 1996년부터 2005년까지 5차례 심리해 모두 합헌 결론을 냈으며 그 가운데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은 한 명도 없었다.
이번 사건은 2008년 무면허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김모씨가 "의료법 27조가 환자의 치료수단 선택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위헌 신청을 부산지법이 받아들이면서 시작됐다.
특히 소설가 조정래씨와 위암으로 투병했던 배우 장진영씨를 비롯해 70년 이상 많은 환자에게 침·뜸 시술을 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구당(灸堂) 김남수(95)씨가 김씨의 스승이어서, 대체의학 인정 여부를 놓고 관심을 끌었다. 침사와 구사(뜸사)를 뜻하는 침구사는 일제 강점기에 면허가 있었으나 1962년 의료법 개정으로 폐지돼 이전에 침구사 면허를 얻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합헌 의견을 낸 이강국·김희옥·이공현·민형기 재판관은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한 것은 국민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국민 보건에 관한 국가 보호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적합한 조치"라고 밝혔다.
반면 조대현·이동흡·목영준·송두환 등 4명의 재판관은 "침구(鍼灸)와 같이 위험성·부작용이 낮은 의료행위까지 의료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위헌 의견을 냈고, 김종대 재판관은 "소비자의 의료행위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이 사건과 관련, 보건복지부는 "대체의학을 열어주면 '돌팔이' 시술이 남발될 수 있는 만큼 의료법 27조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막을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대체의학을 지지해온 사람들은 "의사와 한의사가 포기한 환자는 죽어야 하느냐"고 맞서왔다. 헌재 결정 직후 김남수씨는 성명서를 내고, "자식이 부모에게 침을 놓는 게 불법이라면 그것은 개정해야 할 악법"이라고 말했다.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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