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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뜸사랑 13기 고급과정) 임상보고 1

이성재

2003.03.19 00:00:00 수

침구요법 임상 보고서
이성재(뜸사랑 13기 고급과정)

여동생과 조카아이들이 와 있어서 집안이 하루종일 짹짹빽빽 시끄럽다. 밤이 늦었는데도 이제 돌이 가까운
진영이는 TV화면에 매달려 씨름하고 있고 큰 녀석은 외할머니 곁에 누워서 손가락으로 ?네 살? 연습하느라
바쁘다. 엊그제까지는 ?은영이 몇 살?? 하면 굳이 검지와 중지, 그리고 약지를 펴느라 고생하더니 이젠 네 손
가락을 펴니까 훨씬 쉬운가 보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몇 살?? 하면 또 ?세 살!? 그런다. 어제까지만 해도 열
이 많고 보채던 두 녀석들이 뜸 몇 장에 잘 노는 것을 보면서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에 새삼 고개를 숙이게
된다. 처음 생활침뜸 과정을 배울 때만 해도 서울까지 통학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석
달만 다니자? 하던 것이 생업까지 접고 1년 과정을 모두 마치게 된 것도 바로 이 재미 아니었던가. 그렇다고
딱히 내놓을 만한 임상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이 아닌 이상 원래 가까운 사람일수록 아프다고 해
서 침 맞아라, 뜸 떠라 함부로 권하기가 어렵다. 아예 모르는 사람들은 침을 놓을 줄 안다고 하면 액면 그대
로 받아들이지만(창신 봉사실 환자들 처럼) 친구나 동네 사람들은 오히려 의아하게 생각하고 잘 믿지 않는
다. 또 한 두 번 침맞고 내가 보기에 아직 차도가 없는데 괜찮다고 하면서 슬그머니 침뜸을 거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병을 고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침과 뜸에 반응하는 자기자신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여름 친구 아버님께서 갑자기 허벅다리 뒤쪽이 땡기고 아파서 잘 걷지도 못하겠다고 하신 적이 있었다.
연세가 70이 넘으신 그분은 아프시면 당신께서 직접 만드신 쑥으로 뜸을 뜬다고 하셨다. 비록 아시혈 차원
이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뜸을 알고 계실까?? 했는데 불과 몇 십년전 만해도 鍼과 灸는 우리의 생활에 아주
일반화된 의료행위였음을 여러 고령자 분들을 대하면서 알게 되었다. 150cm 남짓한 작은 체구, 척추가 휘
어 있어서 한쪽은 올라가고 한쪽은 처진 어깨, 늙고 초라한 육신은 일제치하와 전쟁, 그리고 보릿고개를
넘으며 여러 자식들을 키워낸 고생담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눈가가 뻐근해 왔다. 우선 자신있는 무극 보양
뜸 자리, 그리고 腎兪와 3,4,5 腰椎下에 침뜸하고 엉덩이 아래로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지그시 누르니 아
프다고 하셨다. 承扶穴 약간 윗쪽에서 압통이 있는 곳까지 약 10cm 내리꽂고 15분 유침 하였다. 다음날 한
번 더 치료해 드리려고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해 드렸는데 며칠 후 지게에 꼴을 한 짐 지고 지나가시며 ?
침맞고 좀 뻐근하더니 지금은 안 아프다?고 하셨다.

119 구급대원으로 여름내 유원지 물가에서 살아야 했던 친구는 어느 날 귀에서 진물이 난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물만 들어가면 고름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나도 중이염이 하도 심해 전신마취까지 하고 두 번이나 수
술을 받은 경험이 있어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툭하면 사고 수색과
훈련으로 잠수를 해야 했으니... 그 친구는 灸堂 선생님의 책 『나는 침과 뜸으로 승부한다.』를 읽고 침뜸의
효능을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었다. 자신도 몸에 사마귀가 많았었는데 뜸으로 없앤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한번은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침과 뜸을 한 번 맞더니 침이 들어갈 때 느낌이 안 좋다면서 침은 안 맞고 뜸
만 뜨겠다고 했다. 침이 좋은 것은 알면서도 막상 맞기는 싫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며칠 후 허리가 아프지 않
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는 中脘과 足三里, 曲池, 氣海, 關元에 스스로 뜸을 뜨기 시작했다. 나의 경우 고막이
다 녹고 안쪽까지 상할 정도로 심했었지만 친구는 그렇게 심한 것 같지는 않았다. 양쪽 　風에 한치 오푼
가량 침을 깊이 놓고 完骨에 뜸을 5장씩 떴다. 그리고 며칠 간격으로 만날 때마다 뜸을 3~4회 더 떠 주었다.
친구는 또 침은 더 맞지 않겠다고 했으나 효과는 있었는지 진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어느 날 어머니 머리 가운데 부분이 유난히 많이 빠져서 피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을 보게 되었다. 평소
무극보양뜸에 몇 군데 더해서 치료를 해 드리고 있었는데 그러면서 어머니는 만성두통과 소화불량, 불면증,
어깨결림, 등저림, 이명 등이 많이 좋아지셨다. 그래서 이번에는 탈모된 부분에 2군데 정도 뜸을 떠 드렸다.
며칠 간격으로 약 5회정도 해 드렸는데 여느 부분과 별 차이 없이 발모 되었다. 누나도 머리에 전체적으로
탈모가 심했는데 무극보양뜸과 腎兪에 침뜸 했더니 얼마 안 가서 새로 돋는 머리카락 때문에 머리가 차분히
가라앉지 않고 부스스 하다고 했다.

뒷목이 뻣뻣하고 어깨가 아프다고 하시던 사촌형님은 술을 적게 드시라고 권하고 무극보양뜸에 肝兪를 더해
서 치료해 드렸다. 天柱, 風池에 치오푼 가량 자침하고 大椎, 肩　穴을 1회 치료한 것만으로도 아주 좋아졌다
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