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침뜸은 한의사만”…찬성vs반대

KBS / 2010.08.06 /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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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그동안 한의사가 아닌 사람이 침이나 뜸을 다루는 것을 놓고 이걸 용인해야하느냐 마느냐 하며 논란이 계속돼왔죠?
최근 헌법재판소가 한의사만 침뜸을 시술하도록 한 현행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만, 논란은 오히려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민우 기자, 헌재 결정이 사회적 논의를 더 촉발시킨 양상이죠?

<리포트>
판결 내용 때문인데요, 합헌은 합헌인데, 가까스로 합헌이란거죠.
오히려 위헌이라는 의견이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이나 됐습니다.
그래서 논란이 더 치열해진거죠.

자식이 부모에게 뜸 떠주는 것도 불법이냐.
환자 건강보다 의사 면허가 더 중요하냐.
그러면 반대쪽에선 이렇게 맞섭니다.

그럼 의학도 안 배우고 생명을 다뤄도 된다는 얘기냐.
무면허자들의 불법 시술로 인한 환자의 피해는 어쩌란 말이냐.
엇갈린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요, 여러분 의견은 어떠십니까.

서울시 동대문구의 한 침술원.
침뜸의 대가라고 소문난 구당 김남수 옹이 침뜸을 가르치고 환자를 보는 곳입니다.
그런데, 침술원의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지난 달 29일 헌법재판소의 판결 때문인데요.
비의료인이 침이나 뜸을 놓는 것을 금지하는 현행법이 합헌이다, 그러니까 한의사만 침뜸을 놓을 수 있다는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남수(회장/한국전통침구학회) : “지금은 (침뜸 시술을) 안 하고 있죠. (침뜸 시술이 허용되는) 그때까지 기다려야 되는 거죠.”

침뜸 시술 자격을 두고 그동안 대한 한의사 협회와 구당 김남수 옹측은 치열한 격론을 벌이며 법정 다툼까지 벌여왔는데요.

갈등이 계속되자, 김 옹의 제자들인 뜸사랑측에서 현행 의료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한의사협회측은 일단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의학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은 무자격자들에게 국민의 건강을 맡길 수 없다는 판결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박상흠(부회장/대한한의사협회) : “의료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권과 집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가 인정한 전문가만이 행해야 된다는 것이 가장 원론적인 판결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반면 구당 김남수 옹과 뜸사랑측은 의료법이 명시하고 있는 면허는 돈벌이를 하라고 주는 자격에 불과하다며, 헌재의 결정은 옳은 선택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요.

<인터뷰> 김남수(회장/한국전통침구학회) : “답답하기도 하고, (기다리는) 환자들을 지금, 어떻게 할 겁니까. 우리나라에서 옛날부터 법이 있을 때부터 (침뜸을) 한 건 아니에요. 법이 없을 때도 다 (침뜸을 놓고) 해왔으니까, 우리 문화 속에서.”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헌재 판결 이후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데요.

이번 결정의 내용이, 지금까지 모두 전원일치로 내려진 이전의 다섯 차례 합헌 결정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인데요.

현행법이 전통의학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전체 9명 가운데 5명이나 된 것입니다.

위헌 정족수 6명에는 한 명이 부족해 가까스로 합헌이 되긴 했지만, 오히려 위헌 의견이 더 많았는데요.

때문에 뜸사랑 측은 이번 판결이 사실상 비의료인의 침, 뜸 시술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침구사 자격증 제도 도입과 침뜸 자율화를 요구하는 등 구체적인 제도 보완을 촉구하고 나섰는데요.

<인터뷰> 김남수(회장/한국전통침구학회) : “선택권을 이야기한 것 아닙니까. 환자의 선택권. 헌법재판소에서도 (재판관) 5명은 분명히 (대체의학) 이것은 없애서는 안 된다, (침뜸 시술에 대한 자율) 법이 없지만, 빨리 법을 만들어서 (의료면허가 없는) 이 사람들이 시술 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죠.)”

하지만 한의사협회측은 일부 재판관의 위헌 의견은 의학의 전문성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맹비판했는데요.

침뜸 시술이 한의학에 관한 전반적인 교육 없이도 시술할 수 있는 단순한 기술이라고 보는 것에 분노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재동(회장/대한침구학회) : “병을 진단할 수 없는 사람이 한두 달 그냥 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단순한 지식만을 가지고 병을 치료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스럽고요.”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시민들의 의견 역시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요.

<인터뷰> 이현정(시민) : “옛날부터 해왔던 민간요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의료면허가 없더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인터뷰> 이형자(시민) : “그래도 면허가 있는 사람이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남편도 면허 없는 사람에게 시술 받았다가 덧난 경험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인식이 좋지 않아요.”

보건복지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녹취> 보건복지부 관계자 : “(판결내용에 대해) 별로 드릴 말씀이 없는데요. 일단 헌법재판소에서 나온 결정의 주요 취지들을 저희가 분석해야죠.”

무자격자들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일은 막아야한다. 아니다, 의료 기득권보다 국민 건강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이번 논란의 합의도출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환자들과 관련업계가 더 이상의 혼란과 갈등에 시달리지 않도록 정부가 시급히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입력시간 2010.08.06 (08:49)  최종수정 2010.08.06 (09:22)   이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