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뜸 논란'시사토론에 한의협 왜 불참했나?
국민관심 찬물 끼얹어...불참이유도 석연찮아

메디팜뉴스 / 2010-08-07 / 김이수 기자 
 
SBS가 6일(금) 밤 12시 15분에 방송한 시사토론에서는 ‘침·뜸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출연 패널들의 열띤 공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한의사협회가 이날 토론에 불참함으로써 국민들의 궁금증 해소는 결국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더욱이 이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이후 한의계와 김남수 옹이 이끄는 뜸사랑 측이 연일 격론을 벌이고 있는데다, 한의협이 줄곧 심각한 부작용 문제를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개적인 방송을 통한 한의협의 주장에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

한의협의 불참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날 패널로 참석한 sbs조동찬 기자가 “아직 내부적으로 정리가 안 된 상태여서 그렇다”는 말만 전했을 뿐이다. 즉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데 지금으로서는 내부적으로 의견이 집약이 안 된 상태여서 방송 출연이 적절치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사건의 중심축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한의협이 이날 토론에 불참한 것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한의협은 헌재 발표 이후 즉각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김남수 옹을 고발한데 이어 신문광고를 통해 "침 뜸은 대체의학이 아닌 한의학"이라며 위험성을 강조해왔다.

이런 강도 높은 공격을 가하던 한의협이 정작 전 국민이 지켜보는 토론의 장에 불참함으로써 국민적 관심사항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침 뜸 시술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한의협의 정확한 해명만이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김남수 옹은 진행자가 침 뜸 시술의 위험성을 강조한 한의계의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우리가 시술한 사람에서는 단 한건의 부작용도 없었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또한 통계상 침·뜸 시술에 의한 의료사고가 전체 의료사고의 건수 대비 37.9%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를 볼 때 위험하지 않냐고 묻는 질문에도 자신들이 행하고 있는침 뜸은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옹은 오히려 “그런 사고가 난 곳이 어디인지 조사해보면 알 것 아니냐”며 “의료사고가 한의사들 때문인지, 아니면 뜸사랑 때문인지, 돌팔이 때문이지 정부가 조사하면 금방 알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바로 이러한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을 해야 할 한의계 관계자가 패널로 참석하지 않아 오히려 김 옹의 주장에 무게가 더 실렸는가 하면, 의료사고의 대부분이 한의사들의 실수로 인식되는 느낌까지 주었다.

이날 방송을 지켜본 누리꾼 최창식씨(48)는 “이유를 불문하고 한의계 관계자가 나와 침 뜸 시술의 위험성을 정확히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며 “침 뜸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한의사들이 이를 포기하는 것은 내세울 것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누리꾼 이준구씨(50)도 “한의사협회가 신문광고를 통해 위험성을 부각했으면 당연히 방송에 나와 김남수씨의 주장에 반박을 해야 하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는 것이 의료인의 책무”라며 “이런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아직까지도 내부 의견 조율이 안 돼 토론에 참석하지 못한 것처럼 보여 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SBS시사토론의 경우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로 토론하는 프로그램인데다 최근 헌재 판결을 둘러싸고 한의계와 뜸사랑 측이 연일 격론을 벌이고 있는 국민적 관심사항이었기 때문에 한의계 관계자의 참석은 당연한 것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침 뜸 시술에 있어 김남수 옹 주장대로 부작용이 없으면 몰라도 한의사 스스로가 "인체에 대한 해부와 병리, 생리 등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체계적인 교육, 충분한 실습 없이 침·뜸을 시술한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민적 해명은 꼭 필요한 사안이었다.

지금도 한의협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침 뜸 시술은 반드시 의료전문가인 한의사에게만 허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며, 김남수 옹의 제자 모임인 ‘뜸사랑’은 “헌재 결정은 사실상 위헌”이라며 의료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문제는 비록 합헌 결정이 났지만 5대 4로 위헌 의견이 더 많았고,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까지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한 상태다. 따라서 유사의료행위의 허용 여부와 범위를 두고 앞으로도 논란이 가열 될 전망이다.

그렇기에 한의협은 현대의학이 포기한 환자에게 무면허 대체의료라도 선택 할 수 있는 의료선택권을 왜 주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 국민적 해명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침 뜸의 시술자격을 한의사에게만 허용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공방이 사회문제로 부각돼 큰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현재 뜸사랑 측이 이번 헌재 결정으로 침 뜸 자율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보건당국과 국회를 더욱 압박하고 있는데다, 수 십 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재야침구인들이 각 단체들 중심으로 이번 논쟁에 본격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한의협의 주장대로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법을 더 강화해 전적으로 의료인들이 행하도록 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 뜸사랑 주장대로 문제가 없다면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그 해답은 한의사들이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침 뜸과 관련된 의료사고는 사망사고에서부터 경미한 사고까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사실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자료들이 미약해 상당 수 환자들이 모르고 지내거나 심각할 경우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침 뜸으로 질병을 치료 할 수 있는 한계 및 과학적 근거, 치료가 가능한 질병 및 불가능한 질병에 대한 명확한 분류, 부작용에 대한 데이터, 부작용 대처 방법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사고의 위험성은 누구도 담보할 수 없는 상태다.

이날 출연한 CHA의대 전세일 대체의학대학원장은 “침이나 뜸이 통증치료에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플라시보 효과일수도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이 때문에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통증을 동반한 질병의 경우 침 뜸 시술로 통증이 없어진다고 질병이 치료된 것으로 착각해 오히려 질병을 더 악화 시키는 문제를 유발 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즉 통증은 없어지더라도 병은 계속 진행되는 질병들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과연 김남수 옹 주장대로 침 뜸이 부작용이 없는 것인지, 이제 한의계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지 그 해답을 내 놓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의계의 주장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0-08-07 오후 1: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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