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술 부작용 “있다” “없다” 정체성 휘청
한의계 이현형 비현령 주장에 국민들만 헷갈려
 
메디팜뉴스 / 2010-08-06 / 김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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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의 침과 뜸 시술행위를 금지한 의료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이후 한방계가 시끌시끌하다.

한의사협회가 연일 구당 김남수씨의 침·뜸 연구단체 ‘뜸사랑’에 대해 해체를 주장하며 공격의 고삐를 죄는가 하면, 이에 뒤질세라 뜸사랑 측도 정면승부수를 띄우며 맞서고 있다.

급기야 이 문제는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가 뜸사랑에서 발행하는 ‘뜸요법사’ 민간자격증에 대해 일반인들을 현혹해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한 김씨를 자격기본법 위반으로 고발장을 제출함으로써 더욱 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논쟁이 지속되면서 양측의 주장까지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는가 하면,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는 주장 또한 남발되고 있어 한방의 정체성까지 흔들리고 있다.

더욱이 침술의 경우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할 심각한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양측의 논쟁에서 확연히 밝혀졌음에도 정부도 속수무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은 그동안 수 십 차례에 걸친 한의계와 의료계와의 충돌에서 줄곧 한의계가 “한방의료는 부작용이 없는 의술”이라고 주장 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즉 의료계와의 싸움에서는 “한방의료는 부작용이 없는 의술”이라고 주장해오다, 뜸사랑 측과의 싸움에서는 “침·뜸 시술은 위험천만한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쏟아져 나온 많은 한의사들과 한의학자들의 주장을 차치하고서라도 지난 2007년 대전대 한의학과 홍권의 교수(침구학)가 "한의학에서 침술은 저비용 고효율, 부작용이 없다는 점에서 한의학 고유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지는 분야"로 규정한 것에서 한의계의 현실을 읽을 수 있다.

한의사들의 이러한 주장은 다음 등 각종 포털사이트는 물론, 언론 등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문구다. 뜸사랑 측과의 싸움에서는 부작용이 심각한 것이 침술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의협은 지난 2일 성명에서 "인체에 대한 해부와 병리, 생리 등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체계적인 교육, 충분한 실습 없이 침·뜸을 시술한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이에 앞서 지난 4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성천 의원이 침구사 제도를 부활시키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을 때도 “침·뜸 시술은 잘못 시술되면 자칫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위험도 높은 시술로서 손해보험사의 ‘한의사 의료배상책임보험’ 통계상 침·뜸 시술에 의한 의료사고가 전체 의료사고의 건수 대비 37.9%, 보상금액 대비 36.5%로 가장 높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었다.

또한 “한의사에 의한 침·뜸 시술에서도 의료사고가 발생하는데 한의사와 비교할 수 없는 교육을 받고 각종 시설 여건 등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조건 등에서 시술이 일어난다면 의료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명약관화’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었다.

물론 한의계의 이러한 주장은 김남수 씨가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에서 선고한 자격기본법 조항의 합헌 판결 이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개최해 “침·뜸이 사람을 죽였다거나 불구자로 만들었거나, 환자의 돈을 착취했다면 모르겠지만 침·뜸에 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헌재의 결정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고 주장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방의료를 놓고 이처럼 부작용이 “있다” “없다”는 논쟁을 촉발시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한의계는 물론 뜸사랑 측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의식 있는 국민들은 “침·뜸이 부작용이 없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제멋대로 재단하는 것과 같다”면서 “지금도 심심찮게 발생하는 침·뜸 부작용을 당국에 숨김없이 보고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한의계의 주장 중에는 또 한 가지 모순이 있다. 한의협이 최근 배포한 성명에는 "일제시대의 잔재인 침구사제도 부활 책동 등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세력들의 획책을 적극 저지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침구술은 역사를 거슬러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술이지 제도 자체를 빗대 침구사를 일제 잔재로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침구사는 조선시대 침구의(鍼灸醫), 침구관(鍼灸官), 내침의(內鍼醫), 침의(鍼醫)가 시대를 거치면서 침사 등으로 변화과정을 거치면서 이름만 변경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지 일제시대 잔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침구의술은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의술로서 신라시대에는 침박사제도, 조선시대에는 침구과거제도, 일제시대에는 ‘의료유사업자령’으로 인정돼 해방 직후까지 침사(鍼士)와 구사(灸士)에 대한 양성 및 면허제도가 있었다.

조선시대 유명 침구의 또는 침구관, 침의, 내침의 들을 보면 선조 19년에 침의를 지낸 오행(吳行), 선조 27년 침의 오원종(吳元宗), 선조 28년 침의 정희생(鄭希生), 선조 28년 침구관 김영국(金榮國), 선조 29년 침의 심발(沈發), 침의 이명원(李命源), 선조 31년 침의 허임(許任), 선조 35년 침의 박인규(朴仁奎), 선조 37년 침의 유계룡(柳季龍), 침의 남채(南埰), 선조 39년 침의 조흥남(趙興南), 광해군 2년 침의 전철(全徹), 침의 김구상(金龜祥), 광해군 3년 침의 유대명(柳大鳴), 광해군 8년 침의 안언길(安彦吉), 침의 백궁기(白窮起), 인조 17년 침의 유달(柳達), 침의 반충익(潘忠翼), 인조 23년 유후성(柳後聖), 효종 2년 내침의 최유태(崔有泰), 현종 원년 침의 윤후익(尹後益), 정조 때 침의 조광일(趙光一), 고종 25년 내의원 침의 이제규(李濟奎) 등이 침술로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침·뜸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이 1882년 청나라 말기부터 침술을 영원히 중지하는 법령을 내리고, 1940년 국민당 정부 때에는 침술 중지 법안까지 마련한 영향 탓인지 일제시대 부터는 침의의 대부분이 변방에서 침술을 보급하는 역할에 그친다.

이후 1951년 ‘국민의료법’이 제정되면서 침사와 구사를 ‘의료유사업자’로 규정했으나 1962년 ‘의료법’으로 전부개정되면서 침사와 구사에 관한 규정이 삭제되고 기존 침사와 구사의 권리보호를 위한 경과규정만 존속하고 있는데 이대부터 한의사들이 침술의 주체로 부상했다.

하지만 한의대 6년 동안 배우는 침구학의 교육과정으로 이런 명맥을 이을 수 없다며 뜸사랑 등은 교육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침·뜸 관련 교육과정은 한의대의 핵심 교육과정으로서 침구학·경혈학·원전(황제내경 등 침구이론서)·임상 특강 등의 각종 강의 및 실습을 포함한 침·뜸 시술 관련 과목 1500여 시간 이수를 포함해 해부학·생리학·병리학·진단학 등을 같이 배워 침·뜸 시술의 각 단계마다 환자의 총체적인 상태를 상담하고 진단해 시술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놓고 한의계는 "한의학에서는 인체 내에 기와 혈에 이상이 생겼을 때 각종 이상증상과 질환이 발생한다고 보고 침과 뜸을 비롯한 다양한 한방치료를 활용해 질병의 근원을 치료한다"며 "이러한 이유로 현재 전국에 있는 한의과대학 11곳과 한의학전문대학원 1곳에서는 총 3000여 시간에 걸쳐 침·뜸에 대한 고난이도의 이론과 실습을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방업계 한 관계자는 “과연 1,500여 시간에 불과한 침구학 교육으로 졸업 후 전문의라는 간판을 걸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이는 결국 침술로 인한 부작용을 정확히 가려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범의료한방대책위원회도 “한의대에서의 고유한방과목 교육시간은 아주 적으며(전체 교육시간의 24.5%, 6년 중 1년4개월) 한의사국가고시에 출제되는 고유한방과목은 침구학, 본초학 단 2과목이며 이는 총 교육시간의 8.5%(6년 중 5개월)에 불과하다“며 ”한의사국가고시 중 고유한방과목은 본초학, 침구학 단 2과목에 불과하며 이는 총 교육시간의 8.5%로 6년 중 5개월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한바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에 한방 침술에도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한의계가 직접 밝힌 이상 매년 한방진료와 관련한 부작용을 모두 밝혀 국민에게 그 심각성을 알려야 한다”며 “지금도 발생하고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한의계 스스로가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0-08-05 오전 12: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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