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민의 신문 ㅣ 2006년 7월 13일(목)      

잃어버린 민중의술 침뜸 역사 복원되나

허임기념사업회, 국회서 기념사업 본격화 선언 

최근 서양의학에서는 ‘대체의학’ 등의 이름으로 전통적 한방 치료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양ㆍ한방의 접목과 병행치료를 시도하고 있는 병원들이 소개 된 바 있다.

그 동안 서로를 배척해 온 동ㆍ서양 의학이 경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시도는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제한적인 상업적 의료체계 안에서 전통적 동양의학을 되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침뜸의학 등 전통적 의술은 민초들과 함께 해 온 민중적 의술이라는 것이다.


▲ 허임 침구경험방 출판기념 및 침구의 역사 사진전시 '잃어버린 침뜸의 역사를 찾아서'가 1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축사를 하고 있는 구당 김남수 선생.
                                                                                                         여의도통신 한승호기자

서양의학에 밀려 잊혀져 왔던 전통 의술인 침뜸의학을 지키고 복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허임기념사업회와 강혜숙 열린우리당 의원, 뜸사랑 등은 1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허임 선생 기념사업 선언식’을 갖고, 조선시대 침구의(鍼灸醫) 허임의 뜻을 이어 침뜸술 보급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침뜸술 보급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400여년 전에 살았던 허임이라는 인물을 기념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침뜸의학에 무지한 대다수의 독자들에게는 당연한 질문이다.

조선시대 명의하면 허준이라는 인물을 떠올리게 된다. 이날 이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허임은 허준과 동시대의 인물로 당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침구의이다. 실제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허임이 허준과 함께 선조의 병을 낫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또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진 않지만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등을 통해 단편적으로 나마 당대 최고의 침구의였으며 민초들의 삶과 함께 했던 인술자로서 그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허임이라는 인물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침뜸의학은 민초들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들어 있던 민중 의술이었으며 허임은 평생 그러한 민중 의술을 실천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장사익의 노래로 시작된 이날 행사에서 김남수 허임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기념사업의 추진배경에 대해 “허임 선생은 침구술의 종주국인 우리의 역사에서 침구술에 으뜸이실 뿐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가장 뛰어난 분이다”라며 “허임 선생을 기념하여 되살리는 일은 침구의 의료적 가치를 재확인하며 왜곡되어온 침구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 날 행사에는 허임의 후손들도 함께 참여했다. 후손들을 대표해 인사를 전한 허임의 12세손 허은 씨는 “여러 가지 어려운 현실로 조상의 훌륭한 업적을 가슴 한 켠에 묻어둔 채 지내왔다”며 “침과 뜸으로 인술을 펼치며 훌륭한 뜻을 가진 여러분 덕에 오늘의 기쁜 자리가 있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노력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난제는 아직 남아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일반인들의 침뜸 시술 등 의료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 이 날 행사를 함께 주최한 강혜숙 의원을 비롯 35명의 의원들은 침구사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그러나 한의사들의 반대 등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 왼쪽 두번째부터 기념회에 참석한 구당 김남수 선생, 정동채의원, 민병두의원.
                                                                                                         여의도통신한승호기자

강혜숙 의원과 함께 법안을 발의한 일부 의원들은 이 날 행사에 참여해 허임기념사업회 이사장인 구당 김남수 선생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침뜸 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조경태 의원은 “의정활동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으로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구당 선생께 실질적 은혜를 입었다”며 “(질병) 예방차원에서도 좋은 침뜸의 혜택이 전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동채 열린우리당 의원도 “(자신도) 구당 선생으로부터 은혜를 입고 합법화를 추진하다 실패 했다”며 “외롭고 의로운 길이 광명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 역시 “침과 뜸의 장점을 국민 누구나 알고 있다”며 “제도화를 위해 함께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이 날 행사를 후원한 시민의신문 이형모 대표는 “침뜸의 활성화는 개인 건강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의료의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예방의학을 얻는 길이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 날 행사는 허임이 평생 의술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저서인 <침구경험방>의 번역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손중양 전통침뜸연구소 상임이사는 <침구경험방>의 의료사적 위치에 대해 “그와 제자들의 업적으로부터 분명히 확인되는 허임 선생의 뛰어난 침구술 경험을 담은 조선의 독창적 침구 의서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 날 주최측은 ‘허임상’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이연숙 허임기념사업회 이사는 “일제침략기 민중문화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우수한 침뜸술이 말살 됐다고 볼 수 있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상을 제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허임상’은 침뜸 개발과 연구, 시술 등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개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년 1회 시상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시상내역이나 시상방법 등은 아직 미정인 상태다.

 ▲ 허임 침구경험방 출판기념 및 침구의 역사 사진전시 '잃어버린 침뜸의 역사를 찾아서'가 열린 12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전시물을 보고있는 관람객들.
                                                                                                          여의도통신한승호기자 
 
이 날 행사는 뜸사랑, 침술연합회, 허씨대종회 회원 등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치러졌으며, 또랑광대 김명자 씨가 직접 구성한 판소리 ‘허임전’을 공연해 갈채를 받기도 했다. 또 선언식 이후 참가자들은 의원회관 로비에 전시된 ‘침구의 역사 사진전’을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사진은 13일까지 의원회관에 전시된 뒤 창덕궁 앞 허임기념관으로 옮겨져 상설 전시될 예정이다.


                                                        이홍종섭 기자 leehjs@ngo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