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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이 화상치료-감사합니다.

신경옥

2003.03.19 00:00:00 수

화상을 침으로 치료한 경험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2주전 쯤 14개월 된 우리아기가 씽크대 위에 있는 커피잔을 끌어내려 왼쪽 얼굴, 목, 어깨 부분에 2도 화상을 입
었습니다.
근처 개인병원을 전전하며 다니다가 거절 당하고, 결국 종합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인턴이 와서 마구 발버둥 치는 아이의 화상 부위에 소독을 하는둥 마는둥, 담당 의사선생님들이 수술이 있어 기
다려 보라는 말만을 듣고 3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토요일 오후이고, 또 병원측의 바쁜 사정도 알고 있지만 온통 뻘겋게 물집이 벗겨진 얼굴로 울다 지쳐 잠이든
아이를 보니 방치해 둔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더군요.
9일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치료 한 번 받기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치료시간도 일정치 않아 새벽에 잠든 아이를 깨
워야 했고, 하루에 두번씩 마취를 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의 고통은 우리 부부에겐 정말 참을 수 없는 시간
들이었습니다.
입원 9일째 되는 날 다행이도 얼굴부위는 차도가 있었지만 어깨와 목 부분은 2도 심화라 피부이식수술을 해야 한
다고 했습니다. 이번주 내로 수술날짜를 잡자는 의사를 우리부부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어 퇴원을 했습니다.
우리는 피부이식을 비롯해 화상치료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항생제를 먹이고, 소독하고, 인터넷에서 알게된 한의원을 찾아가 한방외치 연고를 병행하여 일주일을 버텼습니
다.
화상가족 협의회가 있더군요. 화상 환자들의 재활과 복지를 위한 모임인데 그곳 게시판에서 우연히 화상을 침으
로 치료한다는 글을 읽었어요. 그 분이 소개해 준 남수침술원이라는 검색어를 넣어 바로 뜸사랑으로 들어 올 수
있었습니다.
화상을 침으로 고통없이, 흉터 없이 치료 할 수 있다니... 믿을 수 없었지만 피부이식수술만은 하지 않기 위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산에서 서울로 향했습니다.
새벽부터 접수증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환자들이 우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잘 왔다고... 어떤 할머니께서 자기 번
호를 내주시며 양보해 주셨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화상은 응급환자라 어느때라도 치료가 가능하다
더군요.
대기실에서 환자들의 따뜻한 마음과 "왜 이제왔어? 진작에 오지,"하고 말씀하시는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할아버
지를 뵙는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2주나 지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직은 상했을 테지만 이 정도는 두차례의 침으로 흉터없이 치료 할 수 있다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은근히 침을 아이가 어떻게 맞을 것인가 걱정을 했었는데,아이도 병원서 만치 별
고통스럽지 않게 견뎌 내더군요.
놀랍게도 하루 침을 맞고,둘째날 침을 맞고 나니 상처부위가 많이 꺼득해졌습니다.
서울에서 치료받고 내려온지 4일째, 아이가 딱지를 손으로 긁어 버릴까봐 연고를 발라 붕대를 감고 있지만 조만
간 새살이 차올라 깨끗하게 나을 것이라는 걸 믿습니다.

이렇게 좋은 의술이 있음에 불구하고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의아하고, 안타깝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