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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돌팔이의 경험담 - 이재영(법무법인 부산) 2

관리자

2003.03.19 00:00:00 수

4. 시작한 지 6개월쯤 지나 치료에 약간의 자신이 붙었다. 누구를 최초의 환자로 택할 것인가? 집사람과 의논을
했더니 자기에게 시술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좋아하던 바둑과 낚시도 끊고 공부에 매달리는 남정네의 모습에
서 약간의 신뢰를 가진 것 같았다. 어느 일요일 아침, 어디 아프냐하니 오른쪽 팔이 너무 아프다는 것이었다. 아
이 놓고 10년이 지나면서 아픈 정도가 계속 심해져서 이제는 버스를 타도 팔을 들 수 없어 동그란 손잡이를 잡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팔을 돌릴 수도 없어 아침에 운동도 못한다는 거다. '야, 이 쯤 되면 중증인데, 가능할까?' 생
각을 하다가 이 병은 아무리 좋은 병원에 가도 완치될 수 없으며 오로지 나의 진력을 다하는 치료만이 고칠 수 있
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마누라의 아픈곳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자책감도 한꺼번
에 밀려와 어떻게든 완치를 시키고야 말겠다는 투지가 불타 올랐다. 1차적으로는 직관, 2차적으로는 몸을 벗겨
놓고 시각을 통해 환자의 얼굴색과 형태, 머리와 목, 눈 귀 코 입술 이와 잇몸 혀 피부 입등의 신(神) 색(色) 형
(形) 태(態)를 관찰하는 망진(望診), 말소리 숨소리 한숨소리 기침 딸꾹질 트림등의 소리를 듣고 분비물 배설물
등의 냄새를 맡아 장부(臟腑)의 병리현상을 살펴 보는 문진(聞診), 병증세와 내력등을 물어 보는 문진(問診), 양
쪽 손목의 요골(橈骨) 부근의 촌(寸) 관(關) 척(尺)의 세부분에서 뛰는 동맥을 손가락으로 확인하는 맥진(脈診),
피부 손발 흉복부등을 만져 보고 눌러 보는 안진(按診)등 통해 진단을 마쳤다. 어깨 부위를 살짝 만졌는데도 아
파서 죽는다고 야단이었다. 드디어 옷을 벗겨 놓고는 각 경혈에 차례로 자침(刺針)을 하기 시작하였다. 때로는
얕게 때로는 깊게, 비스듬히 찔렀다가 튕기기(振顫術)도 한다. 스무개 가량의 침을 다 자입(刺入)하고 나니 온 몸
이 땀으로 목욕을 한 상태다. 그리고서 담배 한 대를 물고 30분쯤 기다렸다가 서서히 발침(拔針)을 시작하였다.
병의 근원인 사기(邪氣)가 침에 묻어서 빠져 나오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 날 외출하였다가 집사람에게 어
떠냐고 물어 보았다. 조마조마 하지만 태연한 척 가장을 하고.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여보 이제 팔이 돌아가
요, 정말 신기하네요, 팔에 아픈 느낌이 하나도 없어졌어요' 야, 만세다. 그렇지만 정말 희안하다. 이렇게 즉각적
으로 반응이 올 수도 있나? 내가 직접 시술을 해 놓고서 내가 믿기 어려웠다. 1주일이 지났다. 더 이상 통증은 오
지 않았고 버스손잡이도 잡고 다닌다고 한다. 다시 일요일 아침 어깨를 세게 만져보았다. 그랬더니 죽는다고 야
단이다. 표치(標治)는 되었는데 근치(根治)와 본치(本治)는 되지 않은 것이다. 다시 고민을 하였다. 이 번에는 경
락치료 뿐만 아니라 압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위 즉 아시혈도 모두 취했다. 마찬가지로 30분이 지나 발침
을 하고 외출한 후 돌아와 어떠냐고 물었다. '여보 이제는 어깨를 꾹꾹 눌러도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 야, 또 만세
다. 다시 한 번 화타의 환생이 이루어졌다. 그 날 저녁은 환자로부터 소주 한 잔 이상의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그 이야기를 사무실 회식 자리에서 하였더니 대표변호사는 '위대한 돌팔이(팔이 돌아 갔다고)의 탄생'이라며 한
바탕 웃기도 하였다.

5. 자신감을 얻은 나는 주위 가족들에게 시술을 시작하였다. 어머니가 작년에 심장병으로 쓰려졌다. 심근경색증
이었다. 대학병원 응급실을 통해 보름간 입원하였다가 다행히 퇴원하였다. 병원에서 해 준 것이라고는 온갖 검사
들 뿐이었다(내가 보기로는). 심한 골다공증 및 고혈압과 부정맥증세가 있는데다가 심근경색이 왔으나 워낙 연
세가 많아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혈전용해제를 사용해 보는 도리 밖에 없는데 노인네에게는 위험해서
쓰지 않는다고 했다. 다행히 우연하게도 막혔던 핏줄이 풀려 소생하였는데 병원에서는 계속 검사를 받아야 하니
퇴원을 허락할 수 없다고 했으나 어머니가 완강하게 원하는데다 무식한 우리가 보기로도 검사 이외에는 해 주는
게 없는 병원에 더 이상 입원할 필요가 없어 보여 각서를 쓰고 퇴원하였다. 곧이어 침과 뜸의 치료가 시작되었
다. 온 몸에 서른군데 정도의 경혈을 취하여 뜸을 떴다. 다른 아무런 양의학의 도움을 받은 바 없이 6개월 동안
열심히 뜸만 뜬 결과 잘 걷지도 못하던 어머니가 등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원기가 회복되고 부정맥과 고혈압 증
세도 거의 잡혀 갔다. 이제는 아주 건강하시다. 다만 목욕탕에 가면 뜸자국 때문에 약간 부끄러워 하실 뿐이다.
어머니 일 이후로 온 가족들이 아프기만 하면 나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보고 자신이
없으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는 내 꼬라지를 보면 한심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 한량없다.

6. 우리 큰 딸은 어릴때부터 손발이 차고 약골이었는데 함께 여행이라도 할 때면 2시간 가량 차 안에 있으면 꼭
멀미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일반적인 특효혈인 신주(身柱)혈에 일주일에 한 번 씩 침을 살짝 찌르
고 뜸을 조그맣게 해서 한 번씩 떴더니 지난 여름휴가때 외나로도로 캠핑을 떠나면서 7시간을 계속 운전을 해도
멀미는커녕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지금은 매우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앞으로 나는 작은 아들놈의 심한 아토피
성 피부염에 대해 그 치료법을 연구중이다. 피부를 관장하는 폐경을 다스리고 열을 뽑아 내고 하는 등등의 방법
을 통해 자식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다.

7. 침과 뜸은 누구라도 쉽게 배울 수 있고 부작용은 거의 없는 편이다. 치료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가족간에
는 서로 믿고 몸을 내 맡길수 있기 때문에 치료효과도 배가 된다. 나는 우리 사무직원들에게 침과 뜸을 한 번 배
워 보지 않겠느냐고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 추원엽 ─ 뜸자리흉터로중단한고민남자의질문-흉터가남지않는뜸방법을알이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