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보람으로 하는 게 아니라 재미로 하는 거지. 내가 좋아서 하는 게 진짜 봉사거든.” 1주일에 나흘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수십년째 침술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할아버지가 있다. 주인공은 올해 92세의 김남수 할아버지. 김할아버지는 1943년 침술원을 개원한 이래 지금까지 병원에 가서 치료할 돈이 없는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침술 봉사활동을 해왔다. 햇수로 64년째다. 1985년부터는 아예 본업인 침술원보다 봉사활동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침술원에서 진료를 하는 월·수·금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4일은 ‘봉사순회’를 다니는 날로 정해져 있다. “힘들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김할아버지는 “아파서 오는 사람들이 나아서 가는데 얼마나 큰 재미인줄 아느냐”며 “죽기 전에는 이 재미있는 일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노익장을 과시했다. 소문을 듣고 할아버지의 침술원을 찾아오는 사람들만 없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봉사를 하고 다녔을 거라는 게 할아버지의 유일한 아쉬움이다. 할아버지가 주로 인술을 펼치는 사람들은 늙고 병든 약자들. 특히 돈이 없어 병원에 가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65세 이상의 노인들과 생활보호대상자들이 대부분이다.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오다 보니 국회와 감사원, 시민단체 봉사실, 노인 복지관 등 할아버지가 정기적으로 챙겨 환자들을 돌보는 곳만 30곳이 훌쩍 넘었다. 최근에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상설 봉사실을 설치해 매일 무료진료를 돕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병원에 잘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매주 일요일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무료진료도 시작했다. 김할아버지는 28일 한국은퇴자협회(KARP·회장 주명룡)가 서울 명동에서 개최한 제4회 히어로(영웅) 대상에서 최고령 히어로로 선정됐다. 나이를 잊은 채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할아버지를 본받고 우리 사회의 나이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자는 취지에서다. 김할아버지는 “나이가 들면 다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노인들도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 얼마든지 즐겁고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서 “90이 넘었지만 이렇게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으로 밤낮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할아버지에게도 고민거리는 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전통 침술과 뜸을 되살려 사회적으로 보급할 수 있을까 하는 것. 김할아버지는 “서구 의술이 마구 들어오자 박정희 정부가 침술과 뜸이라는 우리 고유의 의술을 모조리 없애버렸다”면서 “죽이고 자르는 의술이 아니라 살리고 보듬는 우리 의술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