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청량리동의 김옹이 이끄는 봉사단체인 ‘뜸사랑’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확실히 그는 90을 넘긴 나이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그 나이 또래의 노인들이 반드시 달고 다니는 보청기나 안경도 그에겐 없었고, 걷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또 음성은 부드럽고 또렷하며 얼굴엔 늘 환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건강 비결이 뭐냐고 자주들 묻는데, 특별한 거 없어요. 평생 동안 침을 맞고 뜸을 떠서 그렇게 된 것이죠. 그리고 환자의 고통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일념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니다 보니 저절로 건강해진 겁니다. 그렇다고 강골로 태어난 것도 아니지요.” 
                           
                             
김옹에게는 새벽 5시부터 밤 12시 넘어 잠자리에 들 때까지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 봉사단체인 뜸사랑과 남수침술원 등에서 환자를 직접 돌볼 뿐 아니라 틈틈이 강의도 나간다. 뜸사랑은 65세 이상 노인 등에게 무료로 침과 뜸을 놓아주는 민간단체다. 서울 18개소를 비롯해 전국에 31개의 봉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각 봉사실에서는 오전 오후 40여 명씩 하루 평균 80여 명의 노인 등이 침과 뜸 치료를 받고 있다. 봉사실을 찾기 힘든 사람을 위해 수시로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뜸사랑에서 김옹으로부터 침과 뜸을 배운 회원만도 벌써 1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김옹의 지도를 받으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늙어서 중요한 건 남의 신세 안지고 사는 것이에요. 노인들을 돌보는 뜸사랑도 그래서 만들었죠.”

1915년에 태어난 김옹은 11살때부터 부친에게서 침구학을 전수받았고, 1943년에는 남수침술원을 개원해 본격 진료에 나섰다. 그런 그에게 ‘봉사 활동’의 계기가 찾아온 것은 지난 1980년이었다. 중증 심근경색이 그를 덮친 것이다. 김옹은 죽음의 순간에 가족들에게 침과 뜸을 놓도록 해 겨우 고비를 넘겼다. 이후 40일 동안 산소마스크 신세를 지고, 다시 6개월 동안 치료를 받은 후에야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제2의 삶을 찾은 그는 침뜸으로 다른 노약자와 환자들에게도 건강을 회복시켜주자며 봉사의 길을 나섰다.

“봉사활동을 시작하며 육체는 힘들어도 마음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어요. 의술이 원래 돈벌이 수단이 아니잖아요. 저로선 제길을 찾은 것이죠.” 김옹은 요즘 침체된 침구 교육 부활에 힘을 쏟고 있다. 침구사제도는 1962년에 없어져 현재 법적 후진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옹처럼 폐지 이전에 면허를 취득한 침구사가 40명이지만 대부분 연로해 일선에서 진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흔살 넘은 노인에게 무슨 욕심이 남아 있겠습니까. 다만 수천년 이어져온 우리 침뜸의 맥이 끊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건강비결 -스스로 ‘뜸’뜨면서 10여분 토막잠

김남수옹의 하루 일과는 매우 규칙적이다. 식사는 아침 6시와 낮 12시, 오후 6시 등 3차례 정확히 한다. 시간은 각 15분 정도. 채소 위주이며 밥은 한 공기다. 술·담배는 물론 간식은 일절 안한다. 아침 6시30분에 첫 진료에 들어가고 9시에는 자신의 몸에 직접 뜸을 뜨는데, 이때 10여 분가량 토막잠을 잔다. 극히 짧은 시간이지만 얼마나 푹 자는지, 자고 일어나면 몇시간 잘자고 일어난 것처럼 머리가 맑고 개운하다고 한다. “내게는 밥이 불사약이에요. 그리고 약은 전혀 먹지 않죠. 음료수도 안 마셔요.

그리고 뜸을 놓아서 내 몸속의 자연치유 능력을 높이죠.” 김옹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몇점을 주고 있을까. 이에 대해 그는 “120살에 장가 한번 더 들고, 늦둥이도 봐야죠. 그리고 그 아이가 서른살 먹을 때까지 살아야 하니 150세는 넘겨야겠죠?”라는 대답으로 대신했다. 조금 쑥스러운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살짝 홍조가 비친다.

■약력

▲1915년 전남 광산(현 광주시 광산구) 출생 ▲부친으로부터 한학 및 침구학 전수(25년) ▲남수침술원 개원(43년) ▲침과 뜸으로 봉사활동 시작(84년) ▲뜸사랑 회장(90년) ▲중국 북경 침구골상학원 객좌교수(93년) ▲경희대 체육대학원 강사(96년) ▲대한침구사협회 입법추진위원장(96년) ▲정통침뜸연구소 원장(98년) ▲녹색대학원 석좌교수(2000년)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