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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경험 한 두가지 일

홍창의

2003.03.19 00:00:00 수

1. 첫번째 사건

일요일 오후에 딸 아이 또래의 몇 가족과 놀이터에 나갔는데, 잠시 후 울음소리와 함께 제 딸이 달려왔습니다.
발등을 벌레에 물린 것이었습니다. 동전만큼 부풀어 오른 발등을 가리키며 딸 아이는 울고불고 난리였습니다.
구당 선생님의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난지라, "가만 있거라" 하며, 제가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곁에 있던 지은
이 엄마가 "왜요, 침이라도 가지고 다니세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은이 엄마는 무심코 한 말이었는데 제가 정
말로 침을 꺼내자 잠시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저는 벌레 물린 자리 주위를 돌아가며 침을 놓고 7분 정도 기다린 후 발침했습니다.

딸 아이는 그동안 울음을 멈추었고, 통증이 사라졌으므로 곧 바로 아이들에게로 달려가서 어울리는 것이었습니
다. 잠시 놀던 딸 아이는 다시 돌아와서 "아빠! 하나도 안 아파요."하는 것이었습니다. 지은이 엄마와 주변의 다
른 가족들은 신기한듯 바라보았고, 저는 "이게 침의 효과입니다."하고 말해주었습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없었
습니다. 모두가 목격한 일이었으니까요.

2. 두번째 사건 : [발목 삐고 웃었습니다]

월요일 저녁에 집 앞 길가에서 발목을 심하게 삐었습니다. 보도블럭이 빠져버린 구덩이에 왼쪽 발목이 들어간 것
이었습니다. 저는 "악" 소리와 함께 옆에 있던 전봇대를 잡고 한동안 몸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길가 가게에 있
던 사람이 놀라서 돌아볼 정도였습니다. 얼마나 아프던지 몇분동안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말 심하게 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깁스 해야 하는 건 아닐까?"걱정하는 순간, "아, 집에 침 있지!" 하는 생각과 함께 기대
감 섞인 즐거움이 밀려왔습니다. 정말로 웃음까지 나오더군요. "침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침 배우자마자 제대
로 사용할 기회가 왔구나!"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절뚝거리며 집에 들어가서 아시혈 몇군데로 정해놓고 20분간 유
침했습니다.
곧 바로 통증이 많이 완화되었습니다. 다음날 한번 더 30분간 유침하고는 통증을 거의 못느낄 정도가 되었습니
다. 정말 신기하게 잘 듣는 사랑스런 침!

발목 삐고서 이렇게 즐거워한 적이 없었습니다. 구당 선생님 책에서 '침뜸의 효과를 알면 푹 빠진다"는 내용을 읽
었었는데 제가 정말 그렇습니다. 앞으로 침구와 깊은 사랑에 빠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