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선진국의 병원자본이 국내로 유입되고 병원 체인이 진출하면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병원은 경영이 악화되고 급기야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어마어마한 연봉을 무기로 국내의 전문의료 인력을 끌어들이면서 국내 병원의 인력난이 가중될 우려도 적지 않다.

최고의 서비스를 받으려는 목적으로 외국까지 가는 '원정 진료'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 의료기관이 몰려올 경우 파장은 의외로 클 수가 있다.

미국을 위시한 외국의 병원자본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현대의학뿐이 아니다. 근래 20∼30년 사이 세계적인 의술로 발돋움한 침술도 그들의 목표 대상이다. 우리 나라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비해 전통의학 이용률이 매우 높고 국민들 대다수가 전통의학을 보완대체의학이 아닌 정통의학의 일종으로 보고 있으므로 그만큼 시장이 넓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다른 국가는 일정한 시간의 교육을 받으면 의사도 침구를 시술할 수 있어, 해방 이전에 자격증을 취득한 연로한 침구사와 한의사만이 침을 시술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진료의 폭이 넓다. 이는 온갖 병원을 돌아다니다 한의원을 찾고 마지막으로 침을 맞으러 오는 우리의 의료 현실과는 판이하게 다른 점으로, 외국의 병원은 의사가 진료하고 의사가 바로 침을 놓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의료 환경의 변화는 소비자, 즉 환자에게서 시작되었다. 이제 환자들은 실력 있는 의사와 쾌적한 의료 환경을 찾아 해외로 나가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원정진료의 규모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매년 1만 명 가량의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해외로 나가며 평균적으로 우리 돈 4천 만원에 해당하는 3만 2500달러를 쓰고 돌아오는 것으로 조사됐다(서울대 보건대학원 국민보건연구소 발표). 해외 원정진료에 소요되는 비용은 총 1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외 원정진료를 가고 싶은 나라(서울대 보건대학원 국민보건연구소, 조사대상981명)

해외 원정진료 국가로 가장 인기 있는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순이다. 현대의학적 치료를 원하는 환자는 미국으로, 침술과 같은 전통의학적 치료를 원하는 환자는 중국과 일본으로 향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른바 권력층이나 상류층에서나 가능하던 원정진료가 중산층까지 확산된 것은 최근 2∼3년 사이의 일이다. 그 중에서도 부쩍 늘어난 원정진료는 어린이 침술 치료다. 중국에서 뇌성마비나 자폐증과 같은 소아 발달장애성 신경정신과 질환을 침술로 치료해 놀라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젊은 부모들이 아이를 들쳐 업고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