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침구인들에게 온갖 억압을 가해 오다가 급기야는 6만5천여 의사 단체에서 침술에 관여하기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난감한 입장일 게다. 왜, 한의사들은 침술을 제대로 활용도, 발전시키지도 못하면서 지금까지 그토록 과욕만 부려 왔다는 말인가?...(중략) ...지금까지 법 제정도 없이 복지부의 유권해석만으로 40년 동안 침구 시술권을 독차지하고 재야 침구인들에게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억압해 온 한의사들도 이제 양의사라는 거대한 단체의 도전을 받고 있으니 한약사에 이어 침술도 그들의 휘하에서 벗어나 양의와 공유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17

아직까지 대외적으로는 한의사가 침구시술권을 독점하고 있다고 하고 있으나 정작 한의계 내부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 상황이 모두 한의계에 불리하고 작용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한의계는 한의사의 침구시술을 인정하는 근거가 유권해석 하나뿐임을 잘 알고 있었다. 한의계가 느끼는 불안의 핵심은 침구를 포함한 전통민간의료에 대한 시술권이 한의사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규정이 없다는 데에 있다. 국민의료법에서 의료법으로 개정(1962.3.20)되면서 암묵적 또는 당시의 강제적 합의에 의해 전통민간의료에 대한 시술권이 한의사에게 이양되었지만, 이것은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또한 근래 들어 양의계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의계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침구술에 진지한 관심을 보이는 의사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데다가 이 중 대다수가 침구술을 배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그 결과 의료 현장에서 접목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았으나 침 시술에 관한 한의계와 양의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이미 몇 년 전에 시작되었다. 한의계와 양의계의 다툼에 보건복지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침 시술행위에 대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의사의 침 사용과 관련 전통적인 침에 의한 단순한 침술행위는 한의사의 고유업무이며, 의사가 경락이나 경혈에 대해 침을 사용하는 것은 한의학적 침술 행위로서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가 된다. 다만, 국소마취 및 경피 자극을 위한 도구로서 침을 사용하는 것과 같이 현대의학적으로 인정된 치료방법으로 종기나 염증 치료 또는 경피 자극 등에 침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할 것이다.18

그러나 문제는 이와 같은 판결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데에 있다. 의사가 침을 사용한 사례가 한의학적 침술 행위인지 현대의학적 치료방법의 보조수단인지 일일이 분류하고 검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