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대다수의 국가들이 일정한 시간의 교육을 받으면 의사도 침구를 시술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권장, 개방하고 있다.
한의사와 해방 이전에 자격증을 취득한 연로한 침구사와 한의사만이 침을 시술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 진료진의 폭이 대단히 넓다. 또한 의사가 진료하고 의사가 바로 침을 놓는 시스템으로, 온갖 병원을 돌아다니다 한의원을 찾고 마지막으로 침을 맞으러 오는 우리의 의료 현실과는 판이하게 다른 점이다. 외국의 의료체제는 한 병원에서 진단-침시술-처방까지 논스톱(NON-STOP)으로 진행되어 편리할 뿐 아니라 병원을 옮기느라 진찰료, 처방료 따위를 이중으로 내어야 하는 금전적 낭비도 거의 없다.

전통의학에 대한 양의계의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그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전통의학은 침구술이다. 1998년, 대한가정의학회가 의사 2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이와 같은 경향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조사 대상자의 66%가 ‘한의학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답변한 것에 비해 79%의 조사 대상자가 ‘침술에 대해서는 그 효과를 인정한다'고 대답했다.

침구사제도가 없거나 의사가 침을 놓지 못하는 국가는 지금 세계에서 한국 뿐이다. 더 늦기 전에 의료법 내에 신규 침구사 양성 및 교육 규정을 마련하여 침구술을 보다 대중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의사와 한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보수교육 규정을 제정하여 제대로 된 침구교육을 실시하고 진료에 적극 응용하게 해야 한다.

1997년,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은 침술의 효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 자리에서 NIH의 대안의학센터(NCCAM) 소장인 스티븐 E. 스트라우스 “2020년에는 침술 및 명상, 약초 및 영양보조제의 기전이 밝혀지고 이들이 서양 전통의학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의학 대 전통의학의 대립 시대였던 20세기와는 달리 21세기는 모든 의학이 하나되는 전일의학의 시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