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침이구삼약(一鍼二灸三藥)'이라는 말이 있다. 일침이구삼약이란 인체에 비정상적인 변화, 즉 병이 일어나면 먼저 침을 쓰고 다음으로는 뜸을 뜨고 그래도 안되면 약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이들 경구대로라면 한의사는 먼저 침과 뜸으로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한의원에 가면 십중팔구 대뜸 약부터 처방한다. 침이나 뜸 치료를 충분히 하고 난 후에야 약 이야기를 꺼내는 한의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의계 일각에서는 한의원을 찾는 환자의 90% 정도에게 침을 시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침은 유인수단 또는 보조수단일 뿐, 언제나 중심에는 약이 놓여 있다. 따라서 침시술은 형식적이 되고 침구로 병 치료를 하는 것이 주로 하지 않으니 탁월한 우리 전통의술인 침구술 자체에 대해서도 불신을 갖게 한다.
대다수의 한의사들은 첩약을 선호하는 가장 주된 원인은 경제적인 이유에 있다. 침은 환자부담금과 보험급여비를 합해 1만원 선인 반면 첩약은 한 재에 십수만 원을 호가한다.

병이 났을 때 치료를 하는 순서는 침과 뜸이 앞서지만,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이 훨씬 빠르다. 약은 처방전을 내어주고 돌아서면 끝인 반면, 침과 뜸은 진단을 내린 이가 직접 시술해야 한다. 한약 처방을 내리는 데는 수 분이면 충분하지만 침뜸을 시술하는 데는 온 정성을 ?으며 손을 움직여야 한다. 침과 뜸으로 제대로 치료를 하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오래 전부터 선조들은 전문의제도를 도입하여 첩약분야와 침구분야를 분리·독립시켜 운용해왔다. 선조들이 첩약과 침구를 분리·독립시킨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침구술의 독특한 경제성 때문이다. 경제적인 점에서 볼 때, 침과 뜸은 절대적으로 환자에게 유익한 의술이다. 침구술은 효과는 뛰어난 반면, 비용은 매우 저렴하다.
실제로 침구술은 한 번 익히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밑천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탕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초를 캐고 다듬고 정제하는 사이 여러 사람의 날품이 들어가지만 침은 그렇지 않다. 침 몇 자루만 있으면 되고 뜸쑥만 있으면 되는 침뜸은 첩약 처방이나 현대의학에 비해 거의 공짜에 가깝다. 환자와 국민보건, 국가 재정에 있어서 침은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하고 유익한 의술이지만 이윤의 관점에서 볼 때는 소위 ‘힘만 들고 돈벌이는 안 되는' 의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