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가 이 같은 발전 전략을 채택하게 된 것은 전통의학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될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몇 년 전 WHO는 화학물질의 결합체인 현대약품의 25% 가량이 전통적 천연약물 요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고 몇몇 약물과 침술, 요가, 태극권 등에 대한 임상 실험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부는 1992년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설치했던 대체의학국(OAM, Office of Alternative Medicine)을 설립했다. 그리고 6년 뒤인 1998년 대체의학국을 국립보완대체의학센터(NCCAM, 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ernative Medicine)로 확대 개편했다. 2300만 달러였던 예산도 폭발적으로 늘려 매년 9000만 달러의 연구비를 쏟아 붓고 있다. 현재 존스 홉킨스의대 등 10여 개 기관이 NCCAM 연구기관으로 지정돼 있으며 암, 관절염, 심장병 등 300여 개 개별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1997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공식적으로 침술이 외과 수술 및 화학요법 후의 통증과 욕지기, 임산부의 입덧, 치통 등에 효과적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침술의 의학적 효능을 조사하기 위해 침술위원회를 구성하고 방대한 양의 연구 자료를 검토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또한 위원회는 각종 중독증, 뇌졸중 재활치료, 두통, 생리통, 테니스 엘보, 근육통, 요추 및 손목통증 등을 치료하는 프로그램의 일부로 침술을 활용할 경우 효과적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침술은 부작용이 극히 적다고 밝혔다.

침술위원회 위원장인 메릴랜드대 총장 램세이 박사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이 같은 결론은 침술이 서양의학과 통합되는 첫 출발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원의 발표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지는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인들 사이에서 널리 이용돼 온 침술을 제도적 차원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 이용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했다.

서구사회의 일련의 움직임은 현대의학만으로는 인간의 질병을 모두 해결할 수 없음을 인식한 데에서 출발했다. 현실적인 요구에 부응함과 동시에 완전한 의학을 향한 도전을 시작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