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침구의사 가운데 상당수는 서양의사로서 다시 침구학을 공부하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이다. 미국에선 양의사가 300시간의 침구교육 과정을 마치면 침을 시술할 수 있다. 존스 홉킨스 대학 등 몇몇 의대에서는 한의대와 연계를 맺고 학생들이 침구 강좌를 들을 수 있게 문을 열어놓고 있다. 미국인들은 동양철학에 기반을 둔 침구의술의 탁월한 치료효과와 서양의학과는 비교도 안되는 저렴한 의료비에 매료되어 침구의술을 고령화 사회를 위한 의료 대안으로 보고 있다. 서양의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에 힘입어 침구의술은 대중 속으로 빠르게 확산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마약 문제는 미국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심각한 문제다. 2001년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새로운 모니터 법안을 발효했다. 마약 범죄자를 형무소에 보내는 대신 치료받게 하자는 것이 골자인데 그 치료법 가운데 하나로 침술이 선택되었다.

이제 미국에서 침술은 주류에 속하는 의학이라 할 수 있다. 침은 약물치료, 수술치료 등에 비해 부작용이 거의 없는 데다 비용이 저렴하다. 미국 정부도 침을 비롯한 대체의학 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001년 한 해 예산만 8,900만 달러로 10년도 안된 사이 40배가 증가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침술의 효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1997년 11월 미 국립보건원은 침술이 통증을 억제시키고 천식과 관절염, 수술환자의 통증, 임산부의 구토증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제는 침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과제만이 남았다. 2000년 5월 그것을 모색하려는 학술대회가 처음으로 개최됐다. 하버드 대학과 UC캘리포니아에서 주최한 이 대회에는 50여개 국가, 450여명의 학자들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과 연구결과를 교환했다. 침술의 잠재력을 정확하게 포착한 미국은 이제 도전을 시작했다. 침술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연구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