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우리 정부가 제정한 최초의 의료관계법은 1951년 9월 25일 공포된 국민의료법이다. 이 법률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은 의료업자로 규정하고, 접골·침술·구술·안마술업자 등은 의료유사업자로 정했다.

국민의료법(제정 1951.9.25 법률 제 221호)
제 1조 본 법은 국민의 보건향상과 국민의료의 적정을 기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 2조 전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3종의 의료업자를 둔다.
제 1종 의사,치과의사
제 2종 한의사
제 3종 보건원,조산원,간호원
제 59조 종래에 규정된 접골,침술,구술,안마술업자 등 의료유사업자제도는 주무부령으로 정한다.

그런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보건사회부는 법률에 명시한 대로 의료유사업자제도에 대한 주무부령을 제정하지 않았다. 연기를 거듭하던 의료유사업자에 대한 주무부령이 제정된 것은 1960년, 국민의료법이 제정되고 9년이 훨씬 지난 뒤였다.
1960년 11월 28일, 의료유사업자령(보건사회부령 제 55호)과 접골사·침사·구사·안마사 자격시험 규정(보건사회부령 제 56호)이 제정되었다. 시험규정에 의하면, 침사나 구사 등의 자격시험은 보건사회장관의 지시에 의하여 매년 1회씩 서울특별시장 또는 도지사가 시행하도록 되어 있었다.

의료유사업자령(제정 1960.11.28 보건사회부령 제 55호 보건사회부)
제 3조 (시술자의 자격)접골사, 침사, 구사 또는 안마사(이하 시술자라 한다)가 되고자 하는 자는 서울특별시장 또는 도지사가 시행하는 접골사, 침사, 구사 및 안마사 자격시험(이하 자격시험이라 한다)에 합격하고 그 자격증을 받아야 한다.
제 7조 (자격시험)자격시험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사회부령으로써 따로 정한다.

접골사-침사-구사-안마사자격시험규정(제정 1960.11.28 보건사회부령 제 56호 보건사회부)
제 1조 (종류)접골사자격시험, 침사자격시험, 구사자격시험, 안마사자격시험(이하 자격시험이라 한다)은 각각 그 자격자로서 구비해야 할 지식 및 기능에 관하여 이를 행한다.
제 2조 (시행과 공고)(자격시험은 보건사회부장관의 지시에 의하여 매년 1회씩 서울특별시장 또는 도지사가 시행한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침사 및 구사자격시험이 시행되기를 고대하는 이들이 있었다.
문교당국이 인가한 침구사 양성기관에서 소정의 교육을 마친 5천여명의 졸업생들이었다. 주무부령이 제정됨에 따라 이들 졸업생은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듯했다. 그러나 자격시험은 단 한차례도 시행되지 못했다.
5·16 직후인 1962년 3월20일 국민의료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한 의료법(醫療法)을 만들면서, 국민의료법에 있던 의료유사업자제도 관한 규정을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료유사업자령 제3조 및 제7조의 침구사자격시험에 관한 규정도 삭제(보건사회부령 제85조. 1962. 7. 21)되었고 그 결과 우리나라는 해방 후 한 명의 침구사도 배출하지 못하게 되었다.
다만, 해방 이전에 침구사 자격을 취득한 기(旣) 자격취득자에 대해서만, ‘당시의 의료유사업자의 자격과 기타 의료상의 권리는 동법(同法)에 의하여 취득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경과규정을 두었을 뿐이다.

의료유사업자령과 접골사-침사-구사-안마사 자격시험규정을 삭제하면서 정부는 기존에 의료유사업자의 업무를 누가 대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법률에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의계는 침술과 구술을 한의학적 치료방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처음에는 강제적으로, 이후에는 암묵적으로 침구시술권을 독점하기에 이르렀다.

의료법(1962.3.20 법률 제 1035호 보건사회부)
제 5조 (한의사의 임무)한의사는 한방의료에 종사하여 국민보건의 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확보에 기여함을 그 임무로 한다.

의료법(일부개정 2001.8.14 법률 제 6512호 보건복지부)
제 2조 (의료인)(의료인은 그 종별에 따라 다음 각호의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국민보건의 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확보에 기여함을 사명으로 한다.
제 3조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

법률적 해석의 어려움은 ‘한방의료'의 개념이 확실하게 규정되지 않았다는 데에도 있다. 본 법에서 자세히 규정하기 복잡한 사항에 대해서는 주무부령으로 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위법인 의료법 시행령과 의료법 시행규칙 어느 조항에도 한의사의 업무한계, 즉 ‘한방의료'에 대해 명확하게 명시한 규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