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구시술권과 관련해 입법 과정과 그 내용이 치밀하지 못함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법률상으로 침구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고 이에 따라 침구사가 되려고 준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의료법을 개정하던 1962년까지 10 여년 동안 정부는 한번도 침구사 자격시험을 실시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침구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가 정부와 제도를 신뢰하여온 사람들에 대한 아무런 배려도 없이, 갑자기 침구사제도를 없애버린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첩약(약제)의료에 종사하던 사람을 위해서는 일찍부터 「의사·치과의사·한의사 국가시험령」(1951.1.15. 대통령령 제588호)과 「의사·치과의사·한의사 국가시험응시자격시험규정」(1952.1.30. 보건부령 제12호)을 마련했다. 또한 단기양성기관 출신자나 무학력의 한의업 종사자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1952년부터 매년 검정시험을 실시하여 한의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였다.
국민의료법 제13조는 문교부장관이 인가한 한의학전공의 대학졸업자 외에 주무부장관이 시행하는 검정시험에 의하여 위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자에게 한의사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이 검정시험규정은 6개월 내지 1년 과정의 단기양성기관(각종 관인학원) 출신자는 물론 무학력으로 한의업(약제상 등)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에 대하여도 5년간은 한의사국가시험응시자격검정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쉽게 말해, 단기양성학원에서 수학한 사람들이나 약제상 출신자들이 한의사국가시험응시자격검정시험을 통과한 뒤 다시 한의사국가시험을 거쳐 한의사가 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검정시험은1952년부터 1963년 10월에 의한 공고까지 14회에 걸쳐 이루어졌고 검정시험과 자격시험을 모두 통과해 한의사가 된 사람의 수는 2000명에 이르렀다. 당시 한의사의 수가 3000명 선이었으니 대단히 많은 숫자이다.
한의사양성기관 출신자와 무학력의 한약업종사자에 대하여는 충분한 구제의 기회를 부여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침구사양성기관 출신자에 대하여는 단 한차례도 구제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합리적 이유가 전혀 없는 차별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의료법 제정 당시의 한의사들은 침구시술의 능력 여부에 대한 검정을 거치지 않은 채 한의사면허를 얻었던 사람들이다. 한의사국가시험에서 침구학이 시험과목으로 추가된 것은 1962년 1월 19일 공고에 의한 시험 때부터였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와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료법 제정 이후 한동안 침구시술 능력이 없는 한의사들에게 침구시술권을 독점시켰다.

셋째, 첩약술(약제의료)와 침구술(침구의료)이 가지는 의학적 체계의 상이함에 주목하지 않았다. 첩약술과 침구술은 다같이 우리 나라의 전통의료지만 그 의술이 서로 달라 선조들은 삼국시대부터 약제전문의와 침구전문의를 제도적으로 분리·독립시켜 운용해 왔다. 또한 이는 일제가 「안마술·침술·구술영업취체규칙」을 제정(1914. 4. 10)한 이후 국민의료법을 거쳐 의료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법령상으로50년 간 존속된 제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를 약제전문가인 한의사에게 통합시킨 것은 각 의술의 특성과 역사적 전통에 반한다. 뿐만 아니라 시대가 갈수록 인간생활의 모든 영역이 분야별로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에도 역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