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의 새로운 라운드인 도하 개발 아젠다(DDA)에 의해 2005년 의료서비스 시장을 개방할 경우, 중국과 일본의 침구전문인력이 국내로 물밀 듯 유입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첩약에 밀려 침뜸이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던 동안, 중국과 일본은 정부와 의학계의 지원 아래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또한 중국과 일본은 전문적인 교과과정과 충분한 임상실습을 마친 침구전문인력을 1년에 수 천 명씩 배출해 낸다.
이에 비해 우리는 첩약 위주의 학풍에, 기껏해야1년에 30명 남짓한 침구전문의가 배출19될 뿐이다. 한의사전문의제도가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면, 모든 한의사를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양성하는 제도가 아니라 한의사 내부에 별도의 특권층을 만드는 제도로 오용될 위험이 적지 않다.20

지금과 같은 의료체제라면 침구전문 한의사는 살아 남기 대단히 어렵다. 한의대를 졸업하고 4년 동안 박봉과 고된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개업을 한 뒤, 침구전문 한의사들이 환자부담금과 보험급여비를 합해 채 1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침 값을 받아가며 침구시술만을 고집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침뜸은 다시 보조수단(또는 유인수단)이 되고 약이 주된 치료수단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가 침구사제도 불가 방침의 근거로 들고 있는 한의사전문의제도는 국민의 침뜸치료 욕구를 해소할 수 대안이 될 수 없다. 첩약과 침뜸을 함께 시술할 수 있게 하면 침뜸은 약에 섞여 제도권 내에서는 퇴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침뜸만을 전문적으로 시술할 침구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길은 별도의 침구대학을 설립하는 방법 뿐이다.